인도네시아 '잠자는 소녀' 간헐적 깊은 잠…최대 13일 못 깨어나

성혜미 기자 기자 페이지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네시아의 한 소녀가 간헐적으로 깊은 잠에 빠지면 일주일∼열흘이 넘도록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못하는 상태가 반복돼 관심이 쏠렸다.

'잠자는 공주 증후군'으로 알려진 과다 수면장애 '클라인-레빈 증후군'(Klein-Levin syndrome)이 아닐까 의심되지만 병원에서 검사받아도 진단이 안 되는 상황이다.

9일 반자르마신포스트 등에 따르면 보르네오섬 남부 칼리만탄 반자르마신에 사는 17세 소녀 에차(Echa)는 2016년 오토바이 사고로 아스팔트 바닥에 머리를 세게 부딪친 뒤 깊은 잠에 빠지면 최소 20시간 이상 깨어나지 못하는 증세를 겪고 있다.

사고 당시 에차는 검사를 받았지만, 뇌나 신경에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2017년에는 무려 13일 동안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기록을 세웠고, 이번 달에도 1일 밤부터 이날까지 8일째 계속 잠들어 있는 상태다.

에차의 아버지 물야디는 딸이 깊은 잠에 빠질 때마다 사진과 함께 상태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딸을 아무리 흔들어도 깨울 수가 없다"며 "긴 잠에 빠진 횟수를 꼽으면 이번이 열세 번째"라며 "통상 잠든 뒤 8일이 되기 전에 깨어나는데 이번에는 계속 잠들어 있다"고 말했다.

에차가 긴 잠을 자는 동안 손과 목에 경련이 일어나자 가족들은 지난 3일 밤 병원 응급실을 찾아 입원시켰다.

엑스레이, CT촬영, MRI 검사, 수면 뇌파 검사, 피검사 등 사흘 동안 검사가 진행됐지만, 이번에도 아무런 이상을 찾지 못했다.

에차는 차에 실려 병원으로 가고, 검사를 받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도 연속해서 수면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에차가 일주일이 넘도록 잠들어 있단 소식이 전해지자 현지 기자들이 집으로 찾아가 확인했다.

에차의 아버지는 "병원에서 다양한 검사를 해도 아무런 병을 찾지 못했고, 깨울 방법도 없다고 해 그냥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었었다"고 말했다.

이어 "잠든 상태의 딸을 앉혀서 입에 음식을 넣어주면 씹을 때가 있고, 통상 소변이 마려울 때는 안절부절 못하기 때문에 그때 부축해 화장실로 데려간다"고 설명했다.

현지 매체들은 에차가 '클라인-레빈 증후군'에 걸린 것으로 의심된다고 보도했다.

클라인-레빈 증후군은 수면장애 희귀질환으로 과도한 졸음이 3일 이상 지속되는 현상이 간헐적으로 발생하면서 본인이 수면을 조절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섭식장애가 동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증후군은 진단법도, 치료법도 없다고 한다.

에차는 통상 긴 잠에 빠지기 전 머리부터 발끝까지 구석구석 통증을 호소하는 전조 증상이 있다고 아버지는 말했다.

또, 에차가 긴 잠을 자는 동안 흰옷을 입은 사람 등 환각을 본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noanoa@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1/04/09 17:5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