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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역사문제, 목에 걸린 생선가시 느끼는 게 중요하다"

송고시간2021-04-1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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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반세기에 걸쳐 한국을 취재한 일본 사진작가 후지모토 다쿠미(藤本巧·72) 씨에게 작금의 한일 관계에 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는 "가시가 걸리지 않은 것 같은 조건에서는 영상을 찍을 수 없고 창작할 수 없다"며 "돈이 있고 시간이 있어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돈이 없는 편이 오히려 힘을 내서 사회와 직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일 교류의 역사 등을 보여주는 작품이 15일부터 도쿄 소재 주일본 한국문화원에 전시되는 것을 계기로 연합뉴스의 인터뷰에 응한 후지모토 씨는 한국 사회에 대한 애착이 묻어나는 여러 경험을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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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진 '반세기' 후지모토 작가 도쿄서 한일 교류 주제 사진전

"초가집 아름답다…자갈치시장은 에너지 불어넣어 준 곳"

한국 사진 '반세기' 후지모토 작가
한국 사진 '반세기' 후지모토 작가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사진작가 후지모토 다쿠미 씨가 14일 오전 일본 도쿄도(東京都) 소재 주일본 한국문화원에서 자신이 찍은 사진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역사 문제가 있다면 생선 가시가 목에 걸린 것을 느끼면서 (예술가로서) 창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반세기에 걸쳐 한국을 취재한 일본 사진작가 후지모토 다쿠미(藤本巧·72) 씨에게 작금의 한일 관계에 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는 "가시가 걸리지 않은 것 같은 조건에서는 영상을 찍을 수 없고 창작할 수 없다"며 "돈이 있고 시간이 있어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돈이 없는 편이 오히려 힘을 내서 사회와 직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작가가 본 1970년 서울 모습
일본 작가가 본 1970년 서울 모습

(도쿄=연합뉴스) 일본 사진작가 후지모토 다쿠미 씨가 찍은 1970년 인사동 풍경. [주일본한국문화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후지모토 씨가 역사 문제를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다.

역사 왜곡이나 망각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라서 그런지 여운을 남기는 발언이었다.

후지모토 씨는 "이런 때도 있고, 여러 시절이 있다. (중략) 내일을 걱정하면 앞으로 나가지 못하므로 그때 일은 그때 가서 보자는 것"이라며 "한국어로 '괜찮아요'라고 하듯이 너무 생각하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역시 외교에는 외교의 방식이 있다"며 "우리는 민간"이라고 덧붙였다.

역사의 상처를 직시하되 여기에만 얽매이지도 말라는 우회적인 메시지로 읽혔다.

한일 교류의 역사 등을 보여주는 작품이 15일부터 도쿄 소재 주일본 한국문화원에 전시되는 것을 계기로 연합뉴스의 인터뷰에 응한 후지모토 씨는 한국 사회에 대한 애착이 묻어나는 여러 경험을 들려줬다.

1970년 장날 풍경
1970년 장날 풍경

(도쿄=연합뉴스) 일본 사진작가 후지모토 다쿠미 씨가 찍은 1970년 경주 영주의 장날 풍경. 약장수 근처에 사람들이 모여서 구경하고 있다. [주일본한국문화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한국 초가지붕에 대해 "그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일본의 초가지붕과는 다르다. 미묘하게 다르다. 나는 엄청나게 감동받았다"고 극찬했다.

후지모토 씨는 "초가집이 슬레이트집으로 바뀌었고, 슬레이트집에 여러 번 페이트를 칠해 분홍색이나 청색이 됐다"고 새마을 운동과 더불어 풍경이 바뀌던 모습을 회고했다.

1970년 시골마을
1970년 시골마을

(도쿄=연합뉴스) 일본 사진작가 후지모토 다쿠미 씨가 찍은 1970년 경상도의 시골 마을 풍경. [주일본한국문화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옛 모습이 사라지는 것이 "가엽게 느껴져 (사진으로) 찍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기억에 남는 장소가 어디였는지 묻자 "'로마의 휴일'처럼 여러 곳이 좋다.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곳들이 있다"고 난색을 보였으나 사진가로서 에너지와 영감을 얻었던 곳으로는 부산 자갈치 시장을 꼽았다.

일본 작가가 렌즈에 담은 옛 한국사회 풍경
일본 작가가 렌즈에 담은 옛 한국사회 풍경

(도쿄=연합뉴스) 일본 사진작가 후지모토 다쿠미 씨가 찍은 옛 한국사회 풍경. [주일본한국문화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의 항구 거리를 주제로 첫 사진집을 내기도 했던 그는 시장 상인들이 다투던 모습을 망원 렌즈가 아닌 표준 렌즈를 사용해 지척에서 찍으면서 한국 사회의 역동성 같은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옛 기억을 되새겼다.

그는 "내가 카메라를 들이대도 태연했고 신경 쓰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은 '또 싸운다'고 하면서 정연했다. (싸우는 아주머니들이) 그래도 나에게는 성을 내지 않고 싸우는 상대방에게 화를 냈다"고 말했다.

후지모토 씨는 필름, 디지털 사진 등 4만6천여 점을 2011년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함으로써 이제는 사라져버린 팔도의 풍경과 일상의 기억을 한국 사회에 돌려줬다.

일제 강점기 소록도 병원장으로 일하면서 앞선 원장들과 달리 환자들에게 헌신한 하나이 젠키치(花井善吉)의 흔적 등을 취재한 사진으로 작년에 39회 도몬 겐(土門拳)상을 받기도 했다.

한일 문화 교류 흔적 보이는 사진
한일 문화 교류 흔적 보이는 사진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사진작가 후지모토 다쿠미 씨가 14일 오전 일본 도쿄도(東京都) 소재 주일본 한국문화원에서 자신이 찍은 사진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벽에 설치된 왼쪽사진이 한국 부여에서 찍은 삼층석탑이고 오른쪽이 일본 시가(滋賀)현에서 찍은 삼층석탑이다.

독학으로 사진을 터득한 후지모토 씨는 한국을 평생의 테마로 삼아 활동하고 있다.

만 스무 살 때인 1970년 처음 한국을 찾았고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교류가 어려워지기 전인 작년 초까지 50년에 걸쳐 100차례 가까이 한국을 방문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냐고 묻자 후지모토 씨는 "옛날부터 생각하는 것인데 '말하고 싶다'는 것은 강요가 된다"며 "(전시장에) 온 사람이, 각각의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느끼는 장이 되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라고 반응했다.

그는 작품을 선보이기 전까지는 "여러 가지를 생각해서 구성하거나, 사진을 찍거나 글을 쓰거나 하지만, 거기서부터는 어린아이처럼 태어나면 전시물이 자유롭게 살면 좋겠다면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후지모토 씨의 사진과 동영상 등 작품은 15일부터 6월 1일까지 오전 10시∼오후 5시에 공개되며 관람은 무료다.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xr1iT4Tc9LM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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