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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세상] "노래할 땐 사투리 안 쓰냐고?…지방말투 차별 마세요"

송고시간2021-04-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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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글 작성자가 울산광역시를 '시골'로 칭하고 지방 사람들이 노래할 때도 사투리를 쓸 것이라고 가정한 데 대해 일부 누리꾼은 댓글에서 "그럼 정해진 가사와 멜로디를 바꿔 부르겠나, 나쁜 의도가 없었더라도 생각을 한 번만 더 해봤으면 좋겠다"라고 지적하는 등 불쾌감을 토로했다.

수도권에서 사투리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 보편화되고 있는 현상이 고스란히 반영된 글이라는 지적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사투리에 대한 편견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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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신다현 인턴기자 = "울산에서 전학 온 애가 사투리 엄청나게 쓰는데 노래 부를 땐 안 쓰더라. 시골 사람들 노래할 땐 사투리 안 써?"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돼 많은 누리꾼의 관심을 받은 글의 일부다.

글 작성자가 울산광역시를 '시골'로 칭하고 지방 사람들이 노래할 때도 사투리를 쓸 것이라고 가정한 데 대해 일부 누리꾼은 댓글에서 "그럼 정해진 가사와 멜로디를 바꿔 부르겠나, 나쁜 의도가 없었더라도 생각을 한 번만 더 해봤으면 좋겠다"라고 지적하는 등 불쾌감을 토로했다.

사투리 인식에 대한 SNS 반응
사투리 인식에 대한 SNS 반응

[트위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수도권에서 사투리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 보편화되고 있는 현상이 고스란히 반영된 글이라는 지적이다.

◇ "사투리 뒤에 지방 있어요…편견 근절해야"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사투리에 대한 편견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투리에 대한 편견이 단순히 일부 지방 말투뿐 아니라 해당 지방에 대한 삐뚤어진 인식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는 "(사투리를 쓰는) 나에게 뜬금없이 사투리를 해보라고 시키는 것이 너무 무례하게 느껴졌다"며 "내가 말하는 것이 신기하다며 동물원의 동물 마냥 구경하는 상황이 불쾌하다"는 글을 게시했다.

다른 누리꾼도 댓글을 통해 "실제로 부산이나 광주만큼 큰 도시라도 수도권이 아니면 모두 시골이라고 부르는 것이나 무시하는 말투로 거기도 지하철이 있는지 등을 묻는 경우도 있다"며 "의도적으로 비하한 것이 아니라도 지방 사투리를 신기해하고 유머로 쓰는 것이 긍정적으로 느껴지진 않는다"고 동의했다.

차별금지법 사투리 스티커
차별금지법 사투리 스티커

[광주여성민우회 제공]

일부 누리꾼은 사투리를 '고친다'는 표현 대신 표준어를 익힌다거나 말투를 바꾼다는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호응을 얻고 있다.

고친다는 말에는 잘못을 바로잡는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사투리 관련 표현에는 지양해야 한다는 견해다.

부산에서 서울로 대학을 진학한 김모씨(24)는 "아직 사투리를 못 고쳤냐는 말을 들으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젊은 층은 단어보다는 억양 정도로만 사투리가 남아있는데 아나운서처럼 표준어가 필수적인 직업을 가질 게 아니라면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는 한 굳이 바꿀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나 드라마 등 미디어에서 사투리를 묘사하는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미디어에서 사투리를 구사하는 인물은 대부분 조폭이나 웃긴 캐릭터, 사회적 약자로 주로 등장하는 행태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창작자들이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인물을 아직도 '깡패'로 표현을 한다"며 "전라도 사투리는 위협의 언어로 사용되거나 아예 지워지거나 둘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 사투리 장점 홍보도…전문가 "자긍심 가질 수 있는 사회 만들어야"

편견에 맞서 사투리의 장점을 홍보하는 콘텐츠도 눈길을 끈다.

한 유튜브 채널은 부산 사투리가 '마', '쫌'과 같은 간결한 단어를 사용해 다양한 뜻을 표현하는 등 효율성을 추구할 수 있고, 어미와 성조가 있어 다양한 의미를 구분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영상을 게시했다.

성조를 통해 '2'와 'e'간 발음 차이를 구분할 수 있고, '예'나 '아니오'란 답을 요구하는 '어디 가나', 정보를 요구하는 '어디 가노' 등 2가지 형태의 의문문을 사용해 표준어 질문보다 표현적 전달 면에서 더 정확할 수 있는 점도 예시로 들었다.

사투리를 보존함으로써 문화의 다양성을 유지해야 함을 강조한 이 영상은 200만뷰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구수한 사투리 엽서.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구수한 사투리 엽서.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 자료사진]

광주여성민우회는 2019년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을 지역민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평등은 뽀짝(가까이) 와블고(오고) 차별은 쩌짝(저쪽) 가브러(가라)", "왐마(어머) 그짝이랑 나랑 뭐시 다르다요" 등 전라도 사투리 문구를 담은 이미지로 스티커를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다.

현재 유튜브에 '사투리'를 검색하면 전국 여러 지역 방언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표현이나 특징을 소개하고 홍보하는 영상을 다수 찾아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언어가 사회를 반영한다며 교육을 통해 사투리와 사투리를 사용하는 지방에 대한 인식을 바르게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정승철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서울을 중심으로 근대화가 이뤄지면서 서울에 비해 지방은 전근대적이라는 이미지가 생겼다"며 "지방에 대한 멸시가 말에 대한 멸시로 이어져 사투리를 모자란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일상생활에서 보이는 사투리에 대한 편견이 실제 사용자들에게는 모멸감을 줄 수 있다"며 "지방과 사투리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용식 경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도 "사투리에는 그 지역의 정서와 역사가 담겨있다"며 "사투리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자긍심을 갖고 계속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나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표준어는 바른 말, 사투리는 틀린 말? / 연합뉴스 (Yonhapnews)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rn6R8YJ-K4M

shinda020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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