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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결합하자며 낙태 종용 후 연락두절…전남친, 배상 책임 있나[OK!제보]

송고시간2021-04-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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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B씨처럼 낙태를 종용한 남자친구가 낙태 후 연락을 끊었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법원은 최근 임신한 전 여자친구에게 낙태를 종용한 뒤 재결합 약속을 어겼다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2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달 22일 전 남자친구 B씨가 재결합 미끼로 낙태를 종용한 뒤 약속을 지키지 않아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며 A씨가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화해 권고 결정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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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 이 기사는 변호사 박주원(가명)씨 제보를 토대로 취재해 작성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신다현 인턴기자 = 2016년 12월 대학원생이던 A씨는 남자친구 B씨와 이별한 직후 임신한 것을 알게 되자 혼자라도 아이를 낳아 키우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이를 들은 B씨는 "아쉽지만 지금은 낙태를 하고 잘 만나다가 우리들이 좀 더 준비되었을 때 다시 아이를 가지고 행복하게 살자"며 낙태를 종용했다.

B씨의 지속적인 회유와 설득, 압박에 결국 A씨가 낙태 수술을 받았지만 B씨는 약속과 달리 재결합하지 않은 채 연락을 끊었다.

A씨는 배신감과 낙태에 따른 죄책감에 여러 차례 자살 시도를 하고, 장기간 정신과 치료를 받다가 2019년 7월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B씨처럼 낙태를 종용한 남자친구가 낙태 후 연락을 끊었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C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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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제공]

법원은 최근 임신한 전 여자친구에게 낙태를 종용한 뒤 재결합 약속을 어겼다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 "지키지 않을 약속 미끼로 낙태 종용하면 자기결정권 침해"

2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달 22일 전 남자친구 B씨가 재결합 미끼로 낙태를 종용한 뒤 약속을 지키지 않아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며 A씨가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화해 권고 결정을 했다.

법원이 낙태를 종용한 이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린 것은 이례적이다.

과거 당사자 의사에 반해 낙태를 종용하면 낙태교사죄로 형사 처벌 대상이 됐지만 2019년 4월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 이후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려워졌다.

B씨에게 위자료 지급 결정이 내려진 것은 재결합을 약속하고 낙태를 종용했다가 연락을 끊은 것은 '기망' 행위라고 법원이 봤기 때문이다.

작년 5월 1심에서는 B씨의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A씨가 패소했지만 올해 3월 2심에서는 B씨의 기망에 따른 A씨의 피해가 인정됐다.

◇ "간섭받지 않은 '자기'결정권 보호해야"

이번 결정으로 임신 유지, 출산 의사를 명백하게 갖고 있던 임신부가 타인의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낙태 종용으로 낙태를 결정했을 경우 자기결정권 침해로 인정될 여지가 생겼다.

자기결정권이란 임신한 여성이 임신 여부에 대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낙태와 관련, 낙태를 선택할 수 있는 근거로 제시된다.

소송·소장 (PG)
소송·소장 (PG)

[제작 정연주] 일러스트

헌법재판소는 2019년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임신한 여성이 임신의 유지 또는 종결에 관하여 한 전인격적인 결정은 그 자체가 자기결정권의 행사로서 원칙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법원의 이번 결정에 근거하면 자기결정권 보장이 단순히 낙태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의미를 넘어 임신한 여성이 본인의 온전한 의지로 낙태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까지 포함된다.

A씨 변호를 맡은 박주원(가명) 변호사는 "임신 혹은 낙태에 대한 결정권은 여성에게 있고 스스로 충분한 검토를 통해 낙태를 선택했다면 여성 본인의 책임"이라며 "하지만 전 남자친구의 거짓말과 압박으로 낙태를 선택한 A씨 사례에서는 자기결정권이 침해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다산 김춘희 변호사는 "출산을 하겠다는 본인의 의사가 있었음에도 지속적으로 낙태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기망이나 강요, 협박 등이 있었다면 문제가 된다"며 "정당하지 않은 행위가 낙태라는 여성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정혜 부연구위원은 "자기결정권이란 최종 결정뿐 아니라 결정 과정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라며 "낙태 등 결정이 외견상 여성 본인이 한 것처럼 보여도 그 과정에서 협박이나 압박이 있었다면 자기결정권 침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헌재,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내년말까지 법 개정" / 연합뉴스TV (Yonhapnew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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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n63n-efRW1E

shinda020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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