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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컷] 에루샤 사려면 이정도 쯤이야…그들이 뜀박질해 명품 사는 이유

송고시간2021-04-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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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등 일명 '에루샤'로 불리는 이들 명품 브랜드 매장 앞에 길게 줄을 선 행렬이 큰 이슈가 됐죠.

명품을 산 뒤 이를 되팔아 수익을 내는, 이른바 '리셀러'(reseller)들이 부쩍 늘고 있다는 건데요.

서울 강남의 한 중고명품 매장 관계자는 "(중고 제품도) 디자인이나 브랜드별로 다르지만 롤렉스나 샤넬, 특정 루이비통 모델이 적게는 10%~20%, 많게는 200% 이상 오른 경우도 있다"며 "롤렉스 같은 브랜드의 새 제품을 구매해 프리미엄 가격에 판매하는데, 중고거래 자체도 프리미엄 가격이 형성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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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QBxji3-rK3I

(서울=연합뉴스) 오픈런(open run). 매장이 열리기 전 기다리다가 개장하자마자 달려가 물건을 사는 현상을 뜻합니다.

최근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등 일명 '에루샤'로 불리는 이들 명품 브랜드 매장 앞에 길게 줄을 선 행렬이 큰 이슈가 됐죠.

이 같은 오픈런은 브랜드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그 기세가 꺾이지 않아 더욱 주목받았습니다.

이를 두고 코로나란 외부요인으로 억눌렸던 소비가 한꺼번에 분출된 보복 소비란 분석이 주로 나왔는데요.

한편에선 이런 소비가 단순 과시나 소비 욕구 해소가 아닌, 투자 가능성을 열어둔 데서 비롯됐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명품을 산 뒤 이를 되팔아 수익을 내는, 이른바 '리셀러'(reseller)들이 부쩍 늘고 있다는 건데요. 이미 '샤테크'(샤넬+재테크), '롤테크'(롤렉스+재테크)란 신조어도 생겨났죠.

서울 강남의 한 중고명품 매장 관계자는 "(중고 제품도) 디자인이나 브랜드별로 다르지만 롤렉스나 샤넬, 특정 루이비통 모델이 적게는 10%~20%, 많게는 200% 이상 오른 경우도 있다"며 "롤렉스 같은 브랜드의 새 제품을 구매해 프리미엄 가격에 판매하는데, 중고거래 자체도 프리미엄 가격이 형성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인스타그램에 '중고 명품'이라고만 검색해도 판매용으로 올려놓은 게시물은 대략 16만여 개에 달합니다.

명품 리셀은 개인 차원의 중고거래뿐 아니래 본격적인 투자 상품으로 출시되기도 했는데요.

현물 조각투자 플랫폼 '피스'(PIECE)가 내놓은 '피스 롤렉스 집합1호' 투자상품은 개시 후 30분 만에 완판됐습니다.

조각투자란 하나의 투자 대상을 여러 구매자가 공동투자해 그 차익을 조각처럼 나눠 갖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피스는 제품의 정품 여부, 추후 가격 변동 요인 등을 분석해 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면 선매입을 합니다.

그 후 해당 제품을 대상으로 투자 상품을 기획하고 투자자를 모아 펀딩이 마무리되면 자사 명품 직거래 플랫폼에 되파는데요.

신범준 바이셀스탠다드 대표는 "되팔아 얻은 수익금의 20%는 피스가 수수료로 가져가고 나머지 수익금을 투자자들이 나눠 갖는 방식"이라며 "명품은 리셀 시 높은 환금성과 수익성이 있어 소액 투자자들도 이를 누리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부 명품의 경우, 중고라도 가격이 쉽게 내려가지 않고 오히려 오르는 경우도 많아 투자 상품으로 가치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브랜드들이 어떤 특정한 신상품을 무한정 만드는 게 아니라 일정한 양만 만들어 다수 명품이 희소가치가 있다"며 "나중에 그걸 재판매할 때 희소성 때문에 때론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도 있어 '투자로도 괜찮네?'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보복 소비에 명품이 투자 상품으로 갖는 매력까지 더해져 지난해 국내 명품 매출은 15조 원에 달했습니다.

실제 명품 브랜드들 매출과 영업이익은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루이비통은 1조468억 원, 샤넬은 9천296억 원, 에르메스는 4천191억 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루이비통과 에르메스는 재작년 대비 각각 33.4%, 15.8% 증가한 수치죠. 샤넬의 경우 매출은 하락했지만 영업이익이 34.44% 올랐습니다.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작년 명품 매출 중 20·30세대 비중이 거의 절반 수준으로 커졌는데요.

명품 재테크 열풍을 두고도 20·30대, 일명 'MZ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 태어난 Z세대 합성어)의 특징이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브랜드 인지와 선호도가 높은 MZ 세대가 중고거래 플랫폼과 만나 리셀 시장의 성장 동력으로 작용했다는 겁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프리미엄 브랜드나 명품 브랜드에 대한 인지와 선호도가 매우 높은 세대"라며 "이 세대는 명품 수요가 높고 디지털 네이티브(디지털 환경에서 자라난 세대)여서 재테크 플랫폼이 생겨나자 되팔아 수익을 낸다. 이런 사례가 생기면서 영국과 미국 등 글로벌하게 명품 리셀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오는 불안이 이들로 하여금 명품 리셀과 같은 일종의 투자처들을 계속해서 찾게 만드는 데 영향을 줬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이정희 교수는 "과거보다 경제가 성장하는 시대가 아니니 일자리나 부의 기회가 많아질 것이란 기대가 불투명하다"며 "나이 들어 돈을 번 뒤 투자하겠단 생각보다 지금 소액이라도 투자처를 찾아내 투자금을 만들겠다는 욕구가 커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더해 젊은 세대의 경우 다양성을 추구하려는 성향이 강해 명품 재테크로 얻은 수익을 또 다른 명품 구매에 되풀이하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명품 소비가 '그냥 돈을 지출하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아는 세대"라며 "구매를 잘하면 내가 향유하고서 웃돈을 붙여 팔 수 있단 걸 알기 때문에 향후에도 이런 식의 소비를 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명품이 재테크 수단으로 과도하게 활용되는 과정에서 발생할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습니다.

서용구 교수는 "급격하게 시장이 성장하면 위조품이나 불량품 등을 파는 여러 가지 신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그런 것까지 100% 가릴 수 있는 여건이 보장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은정 기자 한영원 인턴기자

[이슈 컷] 에루샤 사려면 이정도 쯤이야…그들이 뜀박질해 명품 사는 이유 - 2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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