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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윤여정, 한국배우 첫 오스카 여우조연상 수상 쾌거

송고시간2021-04-2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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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25일 밤(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윤여정 씨가 영화 '미나리'의 순자 역으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한국인이 아카데미상 연기상을 받은 것은 한국 영화 102년 역사상 처음이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작품상 등 4개 부문에서 수상한 것에 환호했던 한국 영화계가 연이어 맞게 된 경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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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25일 밤(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윤여정 씨가 영화 '미나리'의 순자 역으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코로나19 사태로 답답하기만 했던 온 국민에게 청량제가 될 반가운 소식이다. 한국인이 아카데미상 연기상을 받은 것은 한국 영화 102년 역사상 처음이다. 아시아계 전체를 통틀어서는 '사요나라'의 우메키 미요시 이후 64년 만에 두 번째 수상이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작품상 등 4개 부문에서 수상한 것에 환호했던 한국 영화계가 연이어 맞게 된 경사다. 올해로 영화 데뷔 50년이 되는 윤씨는 '미나리'에서 보여준 연기로 '아카데미 상의 예고편'이라고 불리는 미국배우조합상과 영국 아카데미상을 비롯해 30여 개의 상을 받았고 미국의 권위지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각국 언론, 심지어 도박 사이트에서까지 압도적인 수상 후보로 꼽혀 왔다. 따라서 지난해 남우조연상을 받았던 시상자 브래드 피트가 윤씨의 이름을 불렀을 때 놀란 사람은 많지 않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인이 세계 영화의 본산에서 최고임을 인정받은 데서 오는 감격이 퇴색되는 것은 아니다. 제작진이 에어비앤비 숙소나 트레일러에서 숙식을 함께 해가며 찍은 저예산, 독립영화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각별하다.

'미나리'에는 7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간 정이삭 감독의 실제 삶이 투영돼 있다. 극적인 반전은 없지만, 잔잔히 흘러가는 개울물 소리처럼 보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고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영화다. 이런 점에서 영화적 기교가 돋보이고 강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았으면서도 스릴과 공포, 위트가 버무려진 '기생충'과는 다른 차원을 선보인다. 특히 가난한 이민자로서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 의지하고 보듬는 가운데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살아가는 가족의 이야기는 한국인의 독특한 정서와 문화를 반영하면서도 세계인의 공감을 얻을 만하다. 미국 영화계 안팎에서 '미나리'가 미국 영화인지, 아니면 외국 영화인지를 두고 논란이 있었지만 지금의 시대 상황을 생각하면 이런 구분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미국영화과학아카데미가 '기생충'에 이어 '미나리'를 높이 평가한 것은 아카데미의 편협함에 대한 비판에 대응하는 전략의 소산일지도 모른다. 중국 출신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가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주연상까지 3관왕을 차지한 것도 같은 맥락일 수 있다. 그러나 의도가 무엇이든 영화를 통해 다양성에 대한 포용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면 환영할 일이다. '미나리'가 미국에서는 소수 중 소수인 한국인 이민자들의 특수성과 보편성을 함께 포근히 조명함으로써 이 나라에서 독버섯처럼 번지는 아시아계에 대한 편견과 증오를 누그러뜨리는 데 기여한다면 망외의 값진 소득이 될 것이다.

단아한 검정 드레스 차림의 윤 씨는 수상 무대에 올라 정 감독을 비롯한 동료들에게 감사하면서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명배우로 이번에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두고 자신과 경합했던 글렌 클로스에게 각별한 존경심을 표했다. 그는 "각자의 영화에서 다른 역할을 했다. 내가 운이 더 좋아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 내가 어떻게 글렌 클로스 같은 대배우와 경쟁하겠나"라고 겸손을 보였다. 윤씨가 다른 기회에서도 거듭 밝힌 바와 같이 아카데미상은 올림픽 메달과는 의미가 다르며 그가 한국을 대표해 수상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가 한국인의 아카데미상 연기상 수상을 반기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한국 문화의 수준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한국인의 예술적 감성이 세계적 보편성을 획득했음을 보여주는 징표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더는 문화의 변방이 아니다. 세계 대중음악계를 평정한 BTS의 노래, 예술성과 흥행 양 측면에서 모두 성공을 거둔 '기생충', 그리고 이번 '미나리'의 사례들은 영어권이 아니어도, 광활한 내수시장이나 압도적인 글로벌 자본의 배경이 없이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문화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국가가 누리는 이점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크다. 독일의 문학이나 이탈리아의 음악이 그래 왔던 것처럼 한 나라의 문화는 국가적 정체성과 자부심의 바탕이 될 수도 있다. 비좁은 땅에서 아옹다옹하기보다는 세계로 눈을 돌려 한국인의 DNA에 새겨진 문화적 자질을 더욱 화려하게 꽃피울 방책을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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