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SNS세상] "가칭 A공원 새이름은 A공원"…재미도 감동도 없는 명칭 공모전

송고시간2021-05-02 06:00

beta
세 줄 요약

일부 지자체가 '참신한 아이디어를 기다린다'며 새 시설물 명칭 공모전을 열어놓고 가칭을 그대로 수상작으로 선정하자 누리꾼이 보인 반응이다.

시설물 명칭 공모전을 주관하는 지자체와 정부 부처가 가칭을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일이 되풀이되자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논란은 지난달 17일 논산시가 주관한 '탑정호 출렁다리' 명칭 공모전 이후 확산됐다.

요약 정보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줄인 '세 줄 요약' 기술을 사용합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사 본문과 함께 읽어야 합니다. 제공 = 연합뉴스&이스트에이드®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서울=연합뉴스) 신다현 인턴기자 = "참가자를 바보 만드는 이런 공모전을 예전에도 본 것 같은데, 데자부인가요."

일부 지자체가 '참신한 아이디어를 기다린다'며 새 시설물 명칭 공모전을 열어놓고 가칭을 그대로 수상작으로 선정하자 누리꾼이 보인 반응이다.

명칭 공모전 포스터
명칭 공모전 포스터

[지자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시설물 명칭 공모전을 주관하는 지자체와 정부 부처가 가칭을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일이 되풀이되자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혈세 투입해 뽑은 이름이 가칭 그대로…공모전 취지 무색

이러한 논란은 지난달 17일 논산시가 주관한 '탑정호 출렁다리' 명칭 공모전 이후 확산됐다.

논산시는 5천건이 넘는 응모작 중 기존 다리 명칭에 논산이 포함된 '논산탑정호출렁다리'를 금상으로 선정했다. 동상은 다리 명칭과 같은 '탑정호출렁다리'였다.

일부 누리꾼은 동상과 금상 수상작이 17일 오전 9시 응모가 개시된 후 각각 2초와 43초만에 접수된 점 등을 근거로 공정한 심사가 이뤄졌는지 의문스럽다는 글을 논산시청 홈페이지에 게시하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논산 탑정호 출렁다리 명칭 공모전을 계기로 비슷한 공모전 찾기에 나서 많은 유사 사례를 밝혀냈다.

앞서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이 지난 1월 주관한 '용산공원' 명칭 공모전은 '용산공원'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가 거센 논란이 일자 당선작 발표 공지를 삭제했다.

지난해에는 '경춘선 숲길 갤러리' 공모전에서 '경춘선 숲길 갤러리'가, 포항시 '카드형 포항사랑상품권' 공모전에서 '포항사랑카드'라는 이름이 당선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 '광역알뜰교통카드'와 고용노동부 '내일배움카드' 명칭 공모전에서도 '알뜰교통카드', '국민내일배움카드'가 각각 선정됐다.

'광역'과 '국민'이라는 두 글자를 단순히 빼거나 더한 것에 불과한 명칭에 상품과 상금이 지급됐고, 현재까지 공식 명칭으로 사용되고 있다.

누리꾼들은 "가칭을 그대로 사용할 것이었다면 예산을 쓰면서까지 공모전을 할 필요가 있었나", "제대로 심사를 거친 것은 맞는지 의문"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지자체와 정부 부처 사업이 보여주기식 일회성 행사가 돼서는 안된다는 비판이다.

지방자치단체 재정 (PG)
지방자치단체 재정 (PG)

[김민아 제작] 일러스트

공모전 본래 취지가 훼손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명칭 공모전은 행정에 대한 시민 관심을 촉구하고 해당 지역이나 사업을 알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만 가칭이 그대로 선정되면 장기적으로는 공모전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홍보 효과도 거두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육동일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명예교수는 "공모전 등을 통해 재미있는 이야기도 부여하고 지역 홍보도 하는 것이 본래 취지"라며 "그러나 지금은 이런 공모전의 의미가 무엇이고, 진행 과정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공모전 주관기관 측은 가칭과 동일한 명칭이라도 규정상 접수와 당선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논산시 관계자는 "선정작은 외부 심사단이 여러 요소를 고민해 판단한 것으로 시에서는 개입한 부분이 없다"며 "빠르게 접수된 응모작도 접수 개시 후 정상적인 방법으로 응모된 것으로 정당한 심사 과정을 거쳐 선정했다"고 해명했다.

공모전 결과에 대한 항의 게시글
공모전 결과에 대한 항의 게시글

[논산시청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또 다른 공모전 관계자는 "공모전을 운영하면서 처음에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받고자 했으나 심사와 논의 과정에서 가칭과 유사한 명칭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며 "이미지와 홍보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한 결과"라고 밝혔다.

◇ "주관기관, 책임감 있는 자세 필요"…편의주의적 행정 타파 요구

전문가들은 공공 공모전 주관기관이 취지에 맞는 공모전을 책임감 있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육 교수는 "취지에 맞게 지역 정체성을 반영해 의미 있는 명칭을 선정하고 적극적으로 조언을 받아 책임감 있게 공모전을 운영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도 지방 행정의 바람직한 방향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사업 자체를 졸속으로 진행해 시민의 참여가 저조했거나, 접수 작이 많았더라도 그중 독특한 것보다는 가장 건조하고 안전한 명칭을 선정하면서 '도돌이표' 같은 공모전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자체는 시민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공모전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사업 진행이나 선정 과정에서의 무사안일한 태도를 벗어나야 한다"고 당부했다.

시민에 작명 맡긴 용산공원…새 이름 보니 헛웃음만/ 연합뉴스 (Yonhapnews)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yeYzw5haya8

shinda0206@yna.co.kr

기사문의나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