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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컷] '위험해도 고' 외치는 2030…코인열차 탄 속사정 들어보니

송고시간2021-05-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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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이같이 발언하며 9월 가상화폐(가상자산) 거래소가 대거 폐쇄될 수 있다고 경고하자 '코인 민심'이 들끓었습니다.

지난 2017~2018년 1차 코인 광풍 때 벌어진 논란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런 현실에서 구직을 단념하거나 '내 집 마련 꿈'에 큰 벽을 느낀 다수의 20·30세대가 코인 시장에 뛰어들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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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Q5tw4Zv0Rl0

(서울=연합뉴스) "(인정할 수 없는 화폐인) 가상자산 투자자까지 정부에서 다 보호할 수 없다."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

최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이같이 발언하며 9월 가상화폐(가상자산) 거래소가 대거 폐쇄될 수 있다고 경고하자 '코인 민심'이 들끓었습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한다'는 국민청원에는 약 16만 명이 동의했습니다.

이는 지난 2017~2018년 1차 코인 광풍 때 벌어진 논란을 떠올리게 합니다.

2018년 당시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이 가상화폐거래소 폐쇄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하자 코인 투자자를 투기꾼으로 몰아갔다며 반발이 거셌죠.

하지만 이번 논란은 내년 1월부터 가상화폐 거래 소득은 물론 상속·증여 시에도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정부 정책과 맞물리며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가상화폐는 인정하지 않으면서 세금은 매기겠다는 논리에 코인 투자 핵심층인 20·30세대는 '보호도 안 해주면서 세금은 왜 내라 하나', '부동산은 폭등, 주식은 공매도. 월급으론 안되고 투자 기회도 없으니 코인 한다'며 성토했는데요.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지난해 11월 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에 따르면 연 소득 5분위 중 3분위의 중위계층이 서울에 아파트 한 채를 사기 위해선 15.6년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든 소득을 저축해야 합니다.

청년 실업률도 3월 기준 10%로 전체 실업률 4.3%의 두 배를 넘었고, 청년층 체감실업률(확장실업률)도 25%를 웃돌았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구직을 단념하거나 '내 집 마련 꿈'에 큰 벽을 느낀 다수의 20·30세대가 코인 시장에 뛰어들었는데요.

지난달 금융위원회 통계를 보면 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 등 주요 4대 거래소의 1분기 신규 가입자 10명 중 6명가량이 20·30 세대였습니다.

가상화폐 투자를 위한 예치금 증가율 또한 20대 154.7%, 30대 126.7%로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높게 나타났는데요.

연초 폭등한 비트코인이 한때 6만 달러를 찍으며 상승세이고, 이더리움과 도지코인 등 다른 가상화폐까지 잇달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지금 탑승하지 않으면 기회를 잃는 것'이란 인식이 생겨난 겁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취업준비생 이모(27) 씨는 "구직이 너무 힘들고, 취직해도 매달 월급 받아서 집 사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것 같다"면서 "지금은 코인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뤄줄 유일한 돌파구 같다"고 말했습니다.

도봉구에 사는 대학생 김모(25) 씨도 "은행 금리는 너무 낮고, 부동산 구매는 큰 자본이 있는 사람들만 할 수 있다"면서 "코인의 위험성은 잘 알지만 취직도 어렵고 돈도 없으니 (작은 자금으로) 투자를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유튜브나 가상화폐 커뮤니티, 주변 사람들에게서 접하는 '코인 성공담'에 혹해 투자했다가 막대한 손실을 본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동대문구에 사는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주변에 코인 투자를 통해 이득을 봤다는 사례가 많았다"며 "지금 투자해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말에 대출까지 받아 투자했는데, 현재 원금이 반 토막 난 상황이다. 손해를 본 순간부터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잠도 거의 못 잔 것 같다"고 토로했습니다.

강남에 거주하는 직장인 강모 씨는 "지난해 처음 시작했는데 며칠 사이 수백, 수천만 원을 잃을 수 있어 투기성이 강하긴 하더라"며 "만약 코인 투자를 하려면 '빚투'는 금물이며, 없는 셈 칠 수 있는 감당할 규모 자금으로 해야 한다"고 경험담을 얘기했습니다.

이처럼 가격 변동성이 크다 보니 코인 시장 팽창에 대한 우려와 경고는 지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가상화폐는 실체가 없고 내재 가치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투자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입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재가치가 확정된 게 없다는 게 가장 큰 위험성"이라며 "물론 미래에 전 세계가 비트코인으로 거래한다면 가능성을 무한대로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코인 가치는 0까지 떨어질 수 있다. 그런데 민간에서 만든 암호화폐가 세계적으로 통용될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전 세계 대부분 나라가 동의해야 하고, 자산 거래가 디지털로만 기록될 경우 신뢰성 문제에도 부딪힌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가상화폐는 유·무형자산을 디지털화하는 수단으로, 이미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미래 산업은 글로벌한 흐름이란 견해도 나옵니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현재 디지털 전환이란 큰 흐름 속에서 반드시 필요한 산업으로 암호화폐 대중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미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온라인 결제 업체 페이팔 등 해외 유명 기업들은 비트코인 결제 서비스를 도입했고, 일부 기업은 결제 옵션 추가를 검토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선 투자 위험성 경고에도 지난달 들어 가상화폐 하루 거래대금이 20조 원을 넘겼고,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을 추월할 만큼 시장 규모가 커졌습니다.

그러자 이를 고려해 최소한의 법적 장치와 관리 시스템, 투자자 보호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함께 높아졌습니다.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이른바 '불건전 코인'이 생겨나는 상황에서 정부가 손을 놓고 있을 경우 여러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성준 센터장은 "법이나 제도로 정책을 만들기 전에 먼저 정부의 기본적인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며 "암호화폐를 인정해야 시장 문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는지, 암호화폐법을 만들 때 주요 논쟁이나 이슈가 뭔지 논의할 수 있다. 암호화폐 제도화는 세계적인 흐름으로 각국 정부가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진흥과 규제를 균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도 "거래소 코인들이 상장될 만한 코인인지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며 "또 거래소에서 상장 심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금융당국이 감독해야 한다. 아울러 비트코인이 금융자산으로 인정된다면, 변동성이 너무 클 경우 상한폭 제한이라든지, 사이드카 발동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은정 기자 이주형 인턴기자 김지효

[이슈 컷] '위험해도 고' 외치는 2030…코인열차 탄 속사정 들어보니 - 2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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