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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감독 "어른의 시선보다 아이들 눈높이에서 바라봤죠"

송고시간2021-05-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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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어린이날에 맞춰 개봉한 영화 '아이들은 즐겁다'에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함과 어른스러움이 공존한다.

서울 용산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지원 감독은 "아이들 눈높이에서 아이들의 세계를 담고 싶었다"고 영화를 소개했다.

이 감독은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영화 속 아이들의 모습이 어른이 보는 아이 모습으로 비치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다. 이런 모습을 최대한 지우려고 애썼다"며 "아이들의 세계는 알 수가 없다. 이미 커버린 어른들의 눈으로 섣불리 이 세계를 판단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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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들은 즐겁다' 연출…초등학교서 1주일간 수업참관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어린이날에 맞춰 개봉한 영화 '아이들은 즐겁다'에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함과 어른스러움이 공존한다.

이지원 감독
이지원 감독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 서울 용산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지원 감독은 "아이들 눈높이에서 아이들의 세계를 담고 싶었다"고 영화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순진하고, 때로는 어른스러운 것 같다"고 덧붙였다.

허5파6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아픈 엄마를 둔 아홉 살 다이가 전학 간 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 어른들 도움 없이 엄마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다룬다.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였다. 이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을 하던 중 지인의 소개로 부평에 있는 한 초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일주일간 수업을 참관했다고 했다.

"교실 맨 끝에 앉아서 같이 수업을 들었어요. 가까이서 본 아이들은 제가 어렸을 때처럼 교실에서 지우개 따먹기도 하고, 웃긴 표정을 지어보면서 까르르 웃더라고요. '아이들은 아이들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또 이 아이들만의 어떤 세계가 있어요. 어른들이 섣불리 판단할 수 있는 그런 단순한 존재들이 아니에요.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은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었다. '요즘 아이들 무섭다', '애들은 모른다'는 어른들이 말하는 아이들에 대한 편견을 싹 버렸다.

이 감독은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영화 속 아이들의 모습이 어른이 보는 아이 모습으로 비치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다. 이런 모습을 최대한 지우려고 애썼다"며 "아이들의 세계는 알 수가 없다. 이미 커버린 어른들의 눈으로 섣불리 이 세계를 판단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오디션과 촬영은 기존 영화들의 제작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됐다. 300여명의 지원자가 몰린 오디션은 연기를 잘하는 아역 배우를 찾기보다는 캐릭터와 꼭 닮은 아이를 찾는 데 중점을 뒀다.

영화 '아이들은 즐겁다' 아역 배우들
영화 '아이들은 즐겁다' 아역 배우들

(서울=연합뉴스) 영화 '아이들은 즐겁다' 아역 배우들. 왼쪽부터 박시완, 박예찬, 이경훈, 홍정민, 옥예린. [영화사 울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에는 다이(이경훈)를 비롯해 장난꾸러기 민호(박예찬), 씩씩한 유진(홍정민), 까칠한 모범생 재경(박시완), 똑순이 반장 시아(옥예린) 등 다섯 명의 캐릭터가 나온다.

촬영 방식도 특별했다. 아역 배우들은 모든 촬영이 끝난 후에야 대본을 받았다. 대사를 달달 외워 연기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영화에 담고 싶지 않다는 이 감독의 고집 때문이었다. 대본 없이 촬영 장면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연기 커뮤니케이터'라는 역할도 뒀다.

"촬영 3개월 전부터 일주일에 두 번씩 아역 배우들을 만났는데 그때 시나리오에 있는 장면과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법한 상황들을 경험하게 했어요. 감정이란 게 소모될 수밖에 없잖아요. 성인도 그렇지만, 아이들은 한번 각인되면 그걸 잘 바꾸지 못해요. 한번은 시나리오 속 한 장면을 줬는데, 대사를 외우기 바쁘고 갑자기 연기를 해버리더라고요. 이건 아니란 생각이 확 들었어요."

물론 아역 배우들과의 촬영은 쉽지만은 않았다. 툭하면 싸우는 아이들을 달래고, 화해시키는 게 일이었다. 이 감독은 "몰랐어요. 그렇게 힘들 줄 모르고 한 거죠"라며 고개를 저어 보였다.

"다섯 친구의 호흡이 중요했는데 많이 싸웠어요. 아이들끼리도 나름의 법칙이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경훈이랑 예찬이는 한 살 차이가 나는데 이름을 부르는 건 돼도, '야'라고 부르는 건 안 된대요. 어떨 때는 너무 심하게 싸워서 영화를 못 찍는 건 아닌가 걱정을 했는데, 그러면서 친해지더라고요. 영화에서도 다이와 재경이가 싸우다가도 큰 계기 없이 화해해요. 그런 게 아이들인 것 같아요. 어른들과는 다르죠."

영화 '아이들은 즐겁다'
영화 '아이들은 즐겁다'

[영화사 울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영화는 이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전작 단편 '푸른 사막'(2011), '여름밤'(2016)에서는 방황하는 청춘들의 지친 모습들 섬세하게 표현해 호평을 받았다.

그는 "원래는 젊은 세대가 가진 불안에 대해 관심이 많다. 제가 경험했던 일이기도 한데, 20대는 사회에서 주는 불안이 큰 데도 이걸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며 "차기작도 이런 불안을 다루게 될 것 같다"고 전했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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