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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드러난 코로나의 면역 회피, 인간의 RNA 변형 효소도 이용

송고시간2021-05-0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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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는 유전정보가 RNA(리보핵산)로 이뤄진 RNA 바이러스다.

신종 코로나가 RNA의 화학적 변형을 유도하는 인간의 효소를 이용해, 자기에게 이로운 단백질 생성을 늘리고 인체의 면역 반응은 떨어뜨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4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이 기제에 관여하는 METTL3 효소는 신종 코로나의 유전체에 특별한 내용의 표지(marker)를 붙여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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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계는 억제하고, 이로운 단백질 생성은 늘리고

METTL3 효소, 치료제 표적 부상…UCSD 연구진 '셀 리포트' 논문

신종 코로나의 면역 회피 진화
신종 코로나의 면역 회피 진화

신종 코로나의 유전자 서열에 결손이 없으면 여러 유형의 항체(녹색·적색)가 신종 코로나에 달라붙는다. (좌)
반대로 결손이 생기면 중화 항체(녹색) 대신 다른 항체(적색)가 신종 코로나와 결합한다. (우)
신종 코로나의 이런 유전자 서열 결손이 진화하면 항체 중화를 회피할 수 있다.
[미 피츠버그대 Kevin McCarthy and Paul Duprex 제공 /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는 유전정보가 RNA(리보핵산)로 이뤄진 RNA 바이러스다.

RNA 바이러스는 인체 내에 들어와 유전정보를 복제하는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쉽게 일어난다. 바이러스가 증식하려면 반드시 유전정보를 복제해야 한다.

RNA 바이러스는 돌연변이가 발생할 확률이 DNA 바이러스보다 1천 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가 RNA의 화학적 변형을 유도하는 인간의 효소를 이용해, 자기에게 이로운 단백질 생성을 늘리고 인체의 면역 반응은 떨어뜨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단백질 중에는 신종 코로나가 인간의 세포에 침입하는 데 꼭 필요한 ACE2 수용체도 포함된다.

이 연구를 수행한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과학자들은 최근 저널 '셀 리포트(Cell Reports)'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4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이 기제에 관여하는 METTL3 효소는 신종 코로나의 유전체에 특별한 내용의 표지(marker)를 붙여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표지는 인체 면역계를 억제하는 동시에 ACE2 수용체의 생성은 대폭 늘렸다.

이 연구를 이끈 UCSD 의대의 타리크 라나 교수는 "영리하게도 신종 코로나는 이 세포 기제를 이용해 (면역계에 걸리지 않는) 스텔스 모드로 변신하고 더 많은 세포에 감염한다"라고 말했다.

METTL3 효소가 신종 코로나의 RNA 메틸화를 유도하는 과정
METTL3 효소가 신종 코로나의 RNA 메틸화를 유도하는 과정

[UC San Diego Health Sciences / 재판매 및 DB 금지]

인간의 세포에선 보통 DNA의 유전 정보가 RNA로 전사된 뒤 단백질 생성 정보로 다시 번역된다.

그런데 세포는 RNA에 전사되는 유전 정보를 화학적으로 수정해 단백질 생성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RNA 구성 요소인 아데노신에 메틸기(methyl groups)가 붙은 'N6-메틸아데노신(m6A)'도 그런 과정을 거쳐 생성된다.

메틸기(基)란 메탄보다 수소 원자가 1개 적은, 가장 간단한 알킬기를 말한다.

라나 교수팀은 이 m6A가 에이즈 바이러스(HIV)나 지카 바이러스의 감염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 이전의 연구에서 확인했다.

이번 연구에선 우리 몸 안에서 RNA 메틸화를 촉진하는 METTL3라는 효소가, 신종 코로나의 RNA에 메틸기를 첨가해 m6A가 생기게 한다는 걸 발견했다.

이렇게 되면 신종 코로나의 RNA는 염증 유발 물질인 사이토카인 분비를 자극하지 못했다.

하지만 METTL3 효소는 신종 코로나에 더 많은 이득을 안겨 줬다.

숙주 세포의 관련 유전자를 활성화해 신종 코로나의 복제와 생존에 꼭 필요한 단백질 생성을 늘리는 게 이 효소였다.

세포 유전자를 조작해 METTL3가 나오지 못하게 하면 정반대의 일이 벌어졌다.

RIG1이라는 전 염증성(pro-inflammatory) 물질이 바이러스의 RNA를 결박해, 염증성이 더 강한 사이토카인이 분비되고, 바이러스에 이로운 유전자는 억제됐다.

METTL3 분비를 계속 막으면 결국 바이러스 복제 자체가 억제됐다.

바이러스 감염 세포 파괴하는 NK세포
바이러스 감염 세포 파괴하는 NK세포

'자연살해세포'로 불리는 NK세포는 선천 면역을 담당하는 백혈구로서 바이러스 감염 세포나 암세포를 직접 파괴한다.
간과 골수에서 성숙하는 NK세포는 다른 면역세포의 증식을 유도하고, 면역반응 물질 사이토카인을 분비한다.
[미국 NIAID(국립 알레르기 감염병 연구소)/ 재판매 및 DB 금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망자의 폐 조직을 검사해 보니, METTL3 효소의 발현도는 낮고 염증 자극 유전자의 발현 수위는 높았다.

상당히 진행된 코로나19 환자에게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이 생겨 병세가 급속히 나빠지는 것도 이 기제와 연관돼 있을 거로 과학자들은 추정했다.

라나 교수는 "신종 코로나의 감염엔 두 단계가 있는데 면역반응을 피해야 하는 첫 번째 단계에선 METTL3가 필요하다"라면서 "하지만 왕성하게 입자 복제가 이뤄진 후인 두 번째 단계에선 METTL3를 억제하는 게 바이러스에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바이러스의 m6A 수위를 조작하면, 코로나19 환자에게 이로운 선천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을 거로 기대한다.

특히 이 방법은 사이토카인 폭풍을 겪지 않은 경증이나 중등도 증상의 환자에게 효과가 클 거라고 한다.

라나 교수는 "우리 몸의 세포엔 메틸전이효소(methyltransferases)로 불리는, METTL3와 유사한 효소가 많이 있다"라면서 "따라서 METTL3를 억제하는 건 특정한 시기에 특별한 방법으로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동물 실험을 통해 연구 결과를 검증하면서, 코로나19 치료제로 테스트할 METTL3 억제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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