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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美 '백신 지재권 면제' 선언은 큰 기회…장기 활용전략 마련해야

송고시간2021-05-0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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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생산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이 백신의 지식재산권 면제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6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세계무역기구(WTO) 주도로 진행되는 코로나19 백신 지재권 면제 논의에 찬성한다고 밝힌 데 이어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이를 뒷받침하는 성명을 냄으로써 정부 입장으로 공식화했다.

백신의 지재권 면제가 현실화하기까지 넘어야 할 장벽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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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생산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이 백신의 지식재산권 면제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6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세계무역기구(WTO) 주도로 진행되는 코로나19 백신 지재권 면제 논의에 찬성한다고 밝힌 데 이어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이를 뒷받침하는 성명을 냄으로써 정부 입장으로 공식화했다. 화이자와 모더나, 얀센, 노바백스 등 주요 백신 개발사 대부분을 거느린 미국이 백신의 특허를 공개하고 카피(복제) 생산을 허용하면 세계 곳곳에서 이들 업체가 개발한 백신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백신 지재권 면제는 국제공조를 중시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기도 했지만, 자국의 백신 접종만으로는 코로나 유행을 종식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필요성과 중국·러시아 등이 적극적인 '백신 외교'를 펼치고 있는 상황이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의도가 무엇이든 미국 등 몇몇 국가를 제외한 많은 나라에서 백신 접종이 지지부진해 코로나19 종식이 요원한 상황에서 나온 미국의 결단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역사적 결정'이라고 환영하면서 후속 논의를 서두를 태세다.

그러나 백신의 지재권 면제가 현실화하기까지 넘어야 할 장벽이 적지 않다. 우선 이를 WTO 차원의 세계적 규범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164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결정이 있어야 한다. 미국은 지지 입장을 밝혔지만, 유럽연합(EU)과 영국, 스위스, 일본 등 다른 제약 강국 대부분이 코로나19 백신의 지재권 면제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국가에 대한 설득에 성공한다고 해도 특허권 공개의 범위나 책임 소재, 이익 배분 등 세부적인 논의에도 최소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미국 제약사들이 선뜻 동의해줄지도 의문이다. 특허권을 가진 제약사들이 반대한다면 자유시장경제 제도를 택한 미국 정부가 이를 강제할 수단이 마땅찮은 것도 사실이다. 인도적 책임의 이행이나 국제 협력 증진도 중요하지만 창의적 발상을 촉진하는 특허권 보호 역시 중요한 가치라는 미국 내 여론도 강력하다고 한다. 이런 고비들을 다 넘긴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다른 나라에서 백신 생산이 가능할지는 또 다른 문제다. 공개된 특허를 활용해 백신을 카피 생산하는 데도 일정 수준의 기술과 생산시설이 필요하고 이렇게 생산된 제품의 성능과 안전성을 검증할 수 있는 능력과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또한 최근 원재료 부족으로 일부 백신 제품의 생산이 큰 차질을 빚은 데서 보듯, 원·부자재 수급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지재권 면제는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 결국 미국의 지재권 면제는 희망의 실마리에 불과하다. 특히 주요 선진국들보다 백신 접종이 늦어지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것이 당면한 백신 부족 사태의 단기적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미국의 백신 지재권 면제 방침은 우리에게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다수의 우리나라 제약업체는 세계적인 카피 생산 능력을 갖췄고 특히 코로나19 백신도 이미 위탁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생산시설이나 기술은 어느 정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특허권이 풀리고 세계 각국이 백신 생산 경쟁을 벌이게 된다면 여건이 뛰어난 우리나라가 백신의 핵심 생산기지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또 WTO 차원의 지재권 면제 협상이 교착할 경우 이런 점을 내세워 미국과의 양자 협상을 통해 우리나라부터 우선하여 지재권 면제를 적용받는 방안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때마침 오는 21일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만큼 정부는 미국의 백신 지재권 면제 방침과 관련해 우리나라에 유리한 방향으로 논의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면밀한 협상 전략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 코로나19 백신 지재권 면제가 당장 이뤄지기는 힘들지라도 언제가 됐든 가야 할 방향인 것만은 분명하다. 코로나19 유행의 완전 종식은 거의 불가능하며 인류는 결국 이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점점 힘을 얻어 간다. 매년 코로나19 백신을 맞아야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한편으로는 국제사회의 공존·공영을 위한 백신 지재권 면제 목소리에 힘을 보태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의 실현에 대비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로드맵을 준비해야 한다. 이와 병행해 계약된 백신 물량의 조기 도입과 내년 이후에 대비한 추가 물량 확보, 최선의 대책으로서 국산 백신 개발 등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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