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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국내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 주요 선진국보다 많다?

송고시간2021-05-1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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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 사망 사고가 잇따르면서 한국의 산업재해 실태를 지적하는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내년 시행되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법)이 제대로 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한국과 다른 선진국들의 실태를 비교하는 주장들이 법조계·경제계 등에서 제기되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자건강권 팀장인 손익찬 변호사는 11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2020년 기준 (산업재해) 사고 사망만 882명으로 하루 평균 2.4명"이라며 "영국 같은 경우 111명인데 (영국) 인구가 7천만 명이 약간 안 되니까 한국이 한 10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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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대비 산재 사고 사망자 영국의 10배?…한·영 통계상 사실로 확인

OECD 회원국 가운데 산재 1위?…1위는 아니나 '상위권'

평택항 화물 컨테이너 적재 작업 청년 노동자 사고로 숨져
평택항 화물 컨테이너 적재 작업 청년 노동자 사고로 숨져

(평택=연합뉴스) 4월 평택항 부두에서 화물 컨테이너 적재 작업을 하던 20대 근로자가 사고로 숨진 가운데 유족과 시민단체 등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평택안성지부, 경기공동행동 등으로 구성된 '고 이선호 군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5월 6일 경기 평택시 평택항신컨테이너터미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요구했다. 사진은 사고가 난 개방형 컨테이너. 2021.5.6 [대책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최근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 사망 사고가 잇따르면서 한국의 산업재해 실태를 지적하는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지난달 22일 대학생 이선호(23) 씨가 평택항에서 컨테이너 내부 뒷정리를 하던 중 무게 300㎏ 가량의 지지대에 깔려 숨진데 이어 지난 8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와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도 각각 40대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씨의 죽음을 애도하며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에 대한 보상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글이 게재됐고, 12일 현재 11만 명 이상이 서명했다.

내년 시행되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법)이 제대로 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한국과 다른 선진국들의 실태를 비교하는 주장들이 법조계·경제계 등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에 연합뉴스는 국내외 통계를 바탕으로 주장들의 사실관계를 검증하고, 국내 산업재해 사망사고 현황을 살펴봤다.

◇韓 인구 대비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 수 英 10배 사실

영국 산업재해 사망자 수
영국 산업재해 사망자 수

2019/20년도 111명으로 집계됐다는 내용. [출처: 영국 보건안전청(HSE)]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자건강권 팀장인 손익찬 변호사는 11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2020년 기준 (산업재해) 사고 사망만 882명으로 하루 평균 2.4명"이라며 "영국 같은 경우 111명인데 (영국) 인구가 7천만 명이 약간 안 되니까 한국이 한 10배"라고 말했다.

한국의 인구 대비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 수가 영국의 10배 수준이라는 말인데, 사실일까?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산업재해 발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는 모두 2천62명이며, 이 중 882명이 사고로 숨졌다.

통계청 기준 우리나라 인구가 5천182만1천669명임을 고려하면 100만 명당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 수는 약 17.01(소수점 셋째자리 이하 버림)명이다.

영국의 경우 보건안전청(HSE) 통계에 따르면 2019회계연도(2019년 4월부터 1년간)에 111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 사고로 사망했는데, 전체 인구가 6천820만711명이어서 100만 명당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 수는 한국의 10분의 1에 살짝 못 미치는 1.62명이다.

따라서 한국의 인구 대비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 수가 영국의 10배 수준이라는 손 변호사의 발언은 대체로 사실로 확인된다.

다만, 산업재해 사고·질병 사망자 수는 전체 인구가 아닌 산업 노동자 수와 비교하는 게 일반적이다. 전체 인구에는 어린아이처럼 일하지 않는 사람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자 10만명당 산업재해 사망자 수'가 산업재해의 심각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널리 활용되며, 세계노동기구(ILO) 역시 각국 정부로부터 이 숫자를 받아 공개한다.

◇韓노동자 10만명당 사고사망자, OECD 1위는 아니나 상위권

중대재해법안을 대표 발의한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때마침 노동자 10만 명당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 수를 근거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의 산업재해가 가장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지난 10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21년 동안 산재 1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 법(중대재해법)이 제대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실 관계자는 이 발언에 대해 "전체 산업 노동자 10만명당 사고 사망자 통계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OECD 전체 회원국 중 한국의 노동자 10만명 당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 수가 20여년간 내내 1위를 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해 9월 발간한 OECD 국가 산재 사망사고 실태 비교·분석보고서를 보면 2017년 기준 국내 전체 산업 노동자 10만명당 사고 사망자 수는 3.61로 당시 OECD 35개 회원국 평균 2.43를 훌쩍 웃돌았고, 캐나다(5.84), 터키(5.17·2016년 기준), 칠레(4.04), 룩셈부르크(3.69)에 이어 다섯 번째로 높았다.

한국의 전체 산업 노동자 10만명당 사고 사망자 수는 2010∼2016년에도 OECD 상위권이었는데, 이 기간에도 터키, 캐나다, 칠레, 룩셈부르크보다는 낮은 편이었다.

단, 건설산업 노동자 10만명당 사고 사망자(2017년) 수는 한국이 OECD 평균 8.29의 세 배 이상인 25.45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이에 대해 강 의원실 관계자는 "OECD 회원국 중에서가 아니라 인구가 5천만명 이상이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는 '3050클럽' 중에서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 수가 1위라는 취지로 말하려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따라 3050클럽 소속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 6개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 수가 가장 많다는 것이 강 의원 측 설명이다.

이 설명은 대체로 맞는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서 1990년부터 2019년까지 '근로자 10만명당 치명적 산업재해 수'를 검색해 비교한 결과 이 기간 한국의 수치가 나머지 6개국보다 낮은 경우는 없었다. KOSIS에 따르면 '치명적 산업재해'는 "사고 발생일로부터 1년 이내에 사망이 발생한 산업 사고의 결과"다.

특히 1991년부터 2005년까지 한국은 두 자릿수를 유지했는데, 이 기간 나머지 6개국은 각각 10.5, 10.2로 집계된 1991년, 1992년 이탈리아를 제외하면 모두 한 자리 숫자였다. 그 두해 한국은 각각 26.7, 31.5로 나타났다.

한국도 2006년 9.6으로 한 자릿수를 기록한 이래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만, 3050클럽의 다른 국가보다 수치가 낮게 나온 적은 없다.

2010~2017년 OECD 회원국 전체 산업 근로자 10만명당 사고사망자 수
2010~2017년 OECD 회원국 전체 산업 근로자 10만명당 사고사망자 수

이중 '3050클럽'인 한국 등 7개국(빨간 표시) 수치를 비교해 보면 한국이 가장 높다. [출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보고서]

정리하면 지난 20여년간 한국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 수가 OECD 내에서 줄곧 1위였던 것은 아니다. 단, 대체로 상위권을 유지했고, 건설산업 노동자 사고사망자 수로는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또한 인구와 경제 규모가 비슷한 주요 선진국을 지칭하는 '3050클럽' 중 한국의 노동자 10만명 당 산업재해 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 산업재해 '두 명 이상 사망' 사고 비율 낮은 것은 사실…"작년 기준 전체의 3%에 불과"

강 의원은 또한 "작년 상반기 두 명 이상 발생한 (산업재해 사고 사망) 건은 전체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 수의 9%도 안 된다"면서 사망자 '한 명 이상' 발생 시 중대재해로 규정하는 중대재해법을 '두 명 이상'으로 재개정하자는 경제단체의 주장을 비판했다.

확인결과 2명 이상 사망사고 비율은 강 의원 언급 수치(9%)보다 오히려 더 낮았다.

고용노동부가 강 의원실에 제출한 '2020년 사업장 안전사고 발생현황' 원자료를 연합뉴스가 직접 분석한 결과 지난해 상반기 총 300건의 안전사고가 집계됐는데, 이중 2명 이상 다수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는 8건으로 2.67%에 불과했다. 이는 강 의원이 언급한 9%와는 차이가 있으나, 전체 사고 중 비중이 매우 낮은 것은 사실이다.

또 작년 상반기 사망자가 1명 발생한 건이 94%(282건)로 대부분이었고,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은 건은 3.33%(10건)였다.

작년 한 해 전체로 놓고 보면 723건 중 3.04%(22건)만이 두 명 이상 사망자 발생 사고였다.

이에 대해 강 의원실 관계자는 "고용노동부가 추가로 보내온 자료를 더해 자체 집계한 결과 작년 상반기 사고 302건 중 2인 이상 다중 사망 건이 9건으로 3% 수준이었다"면서 "9건 3%를 실수로 바꿔서 말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재계 요구대로 중대재해법에서 중대재해를 '2명 이상 사망 사고'로 규정할 경우 전체 사고의 3%에만 적용되는 법이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노동청 앞에서 열린 4.28 세계산재사망 추모의 날 기자회견
부산 노동청 앞에서 열린 4.28 세계산재사망 추모의 날 기자회견

[부산=연합뉴스 자료사진] 민주노총 부산본부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부산운동본부가 4월 28일 세계산재사망 추모의 날을 맞아 부산 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4.28
[민주노총 부산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gogo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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