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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SNS 달군 백신가격 비교 글…싼 게 비지떡?

송고시간2021-05-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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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우리나라가 1천만명 분을 계약해 현재 접종중인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이하 AZ 백신) 가격이 타 백신에 비해 크게 낮은 4달러에 불과하다며 비판하는 글이 SNS에서 널리 퍼졌다.

이 글을 두고 네티즌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정부가 다른 백신보다 최대 18배나 저렴한 백신을 국민에게 맞히겠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는 반응이 있는 반면, "백신 가격과 효능은 상관이 없고 백신 계약에 따라 자율적으로 가격이 정해지는 것"이라는 등의 반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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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달러 AZ 백신 국민에 접종' 비판글 확산…모더나 37달러·화이자 19달러로 소개

확인결과 美기업이 작년에 내놓은 전망치…AZ백신 상대적 저가는 사실

제조사 수익정책·신기술 개발비용 등 가격에 여러요소…'싼만큼 저품질' 속단 무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PG)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PG)

[홍소영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우리나라가 1천만명 분을 계약해 현재 접종중인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이하 AZ 백신) 가격이 타 백신에 비해 크게 낮은 4달러에 불과하다며 비판하는 글이 SNS에서 널리 퍼졌다.

해당 글은 중국의 '시노팜 백신'의 가격이 72.5달러로 가장 비싸고, 미국의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도 각각 32∼37달러와 19.5달러인 반면 AZ 백신은 4달러에 불과하다고 소개한다. 작성자는 이를 두고 "세계 10대 경제강국 대한민국이 맞는 아스트라제네카…국민들에게 이런 짓을?"이라며 정부의 백신 수급정책을 비판했다.

이 글을 두고 네티즌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정부가 다른 백신보다 최대 18배나 저렴한 백신을 국민에게 맞히겠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는 반응이 있는 반면, "백신 가격과 효능은 상관이 없고 백신 계약에 따라 자율적으로 가격이 정해지는 것"이라는 등의 반론도 있다.

백신 가격 비교한 SNS글
백신 가격 비교한 SNS글

[출처=개인 SNS 캡처]

◇ SNS글이 인용한 가격은 '전망치'…구체적 가격은 비공개 사항

글에서 인용된 백신 가격은 미국의 세계적 생명공학기업인 '에버사나™'(EVERSANA)가 지난해 9월 당시 개발 중이던 주요 백신의 가격을 전망한 것을 참조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에버사나는 "백신제조사(vaccine makers)는 향후 백신을 팔아 이익을 얻으려고 할 것이다"며 모더나와 화이자, AZ는 물론 중국에서 개발 중이던 시노팜의 가격 전망치를 '코로나19 백신 가격 전망'(At the COVID-19 Finish Line, How Do We Price The Winning Vaccine?)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통해 발표했다.

에버사나가 해당 문서를 통해 전망한 백신 1회분의 가격(price per dose)은 가장 비싼 시노팜이 72.5달러, 모더나가 32∼37달러, 화이자가 19.5달러, AZ가 4달러로 이는 SNS글에서 소개된 백신 가격과 정확히 일치한다.

즉, 아직 백신 공급이 본격화되지 않은 지난해 9월 미국의 한 기업이 앞으로 개발될 백신 가격을 전망한 것일 뿐인데, 한참 지나 백신의 실제 가격인 것처럼 유포된 것으로 추측된다.

실제로 미국 정부가 에버사나가 전망한 가격대로 백신을 구입했는지 여부는 현재로서는 확인이 불가능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공공재인 백신의 가격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백신 공급계약시 백신 가격을 비공개하기로 정했기 때문이다. 백신의 공개된 '공식 가격'은 존재할 수 없다는 의미다.

백신 가격 비공개 의무는 한국 정부에게도 적용된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국가가 백신 제조사와 공급계약을 맺으면서 가격을 비공개하기로 한다"며 "백신 가격 비공개는 공급계약에 따른 의무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벨기에 장관이 실수로 백신 가격정보 공개…AZ백신 상대적 저가는 사실

다만 지난해 벨기에 예산부 장관 에바 드 블리커가 실수로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유럽연합(EU)의 백신 구매가격 정보'에 따르면 AZ백신이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에 비해 매우 저렴한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당시 공개된 EU의 백신 1회분 구매가격은 모더나가 18달러, 화이자가 12유로(14.49달러)인 반면 AZ는 1.78유로(2.15달러)에 불과했다. 이 가격은 SNS 글과 차이가 있지만, AZ 백신이 상대적으로 매우 저렴하다는 점은 사실로 확인됐다고 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이후 EU 집행위가 "우리는 벨기에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것이며 백신 가격은 기밀"이라며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AZ가 다른 백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할 것이라는 인식이 퍼진 뒤였다.

[표] 에버사나 지난해 9월 발표한 주요 백신 가격 전망치
[표] 에버사나 지난해 9월 발표한 주요 백신 가격 전망치

[출처=에버사나 홈페이지]

◇백신 가격 차이, 그만큼의 효능 차이로 연결될까?

그렇다면 AZ 백신의 안정성과 감염예방 효과가 몇배에 달하는 가격차 만큼 화이자, 모더나 백신 등에 비해 떨어진다고 볼 수 있을지 따져봐야 한다.

큰 틀에서 아직 각 백신의 효능과 안정성을 평가하는 과정에 있기에 전문가들은 속단을 자제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희귀 혈전 문제가 불거진 AZ 백신의 부작용 문제가 화이자, 모더나 백신에 비해 더 도드라져 보이는 상황이다.

감염예방 효과 측면에서는 AZ 백신의 효과가 가격차 만큼 떨어진다고 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국에서 현재 접종 중인 AZ와 화이자의 임상시험상 예방률은 AZ가 70%(3상시험 중간 결과), 화이자가 94.5%로 화이자의 우세가 두드러졌다.

그러나 국내에서 실제 일반에 접종한 뒤 확진자가 발생한 비율면에서는 AZ쪽이 더 낮았다는 잠정 결과가 공개되기도 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1차(1회분) 예방접종을 완료한 75세 이상 75만1천687명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AZ 접종 후 확진자 발생률은 0.0006%(10만명당 0.6명), 화이자 접종 후 확진자 발생률은 0.0047%(10만명당 4.7명)였다.

각 백신을 접종한 뒤 항체가 형성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2주(14일)가 지난 후 확진자 발생률은 화이자 0.002%(10만명당 2명)였고, AZ는 1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각 백신을 접종한 조사 대상자의 수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AZ가 약 17만1천명, 화이자가 약 58만명인 것으로 전해진다.

◇화이자·모더나 백신과 AZ백신의 현격한 가격 차이 배경은

그러면 화이자·모더나 백신과 AZ 백신 간의 현격한 가격차는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원재료 가격과 검증된 품질 등이 핵심인 일반적인 공산품 가격의 책정 원리를 비상 사태 속에 급조된 코로나19 백신에 그대로 대입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한다.

각 제조사가 백신 공급을 통한 수익 창출을 꾀하는지 여부, 신기술 관련 연구·개발에 얼마나 많은 재원이 투입됐는지, 계약 물량이 얼마나 되는지, 각 제약사가 맺고 있는 파트너십 관계가 어떠한지 등 다양한 요소가 가격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우선 수익 창출 목표 면에서 화이자, 모더나와 AZ는 방향성이 다르다.

화이자는 지난해 7월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백신을 팔아 이윤을 남기겠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영국 옥스퍼드대와 함께 백신을 개발한 아스트라제네카는 "이윤을 남기지 않고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혀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또 이번에 백신 개발 역사상 최초로 상용화한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방식을 채택한 화이자, 모더나 백신의 연구개발 및 생산 비용이 기존 노하우와 설비를 활용한 타 백신에 비해 크다는 점도 가격 차이의 한 요소일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개발에 참여한 다국적 기업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저가 정책을 펴기 어렵다는 점도 감안되어야할 요인으로 꼽힌다.

모더나 백신은 미국 모더나와 스위스 론자, 독일 코든파마 등이, 화이자 백신은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앤테크가 각각 분업 관계 하에 생산하고 있다. 결국 두 mRNA백신의 경우 제조업체들이 가격설정에 있어 다양한 이해 관계를 반영해야 하는 측면도 판매 가격을 밀어 올리는 요인의 하나로 분석된다.

그뿐 아니라 각 제조사와 각국 정부가 맺은 구체적인 공급계약 내용에 따라 가격 차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주문 물량이 얼마인지, 약관에 부작용 책임제한 조항이 존재하는지 등에 따라 가격 차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에버사나도 지난해 백신 가격을 전망하면서 제조사별 '수익창출 계획'만을 근거로 삼았을 뿐 백신의 효능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에버사나는 문서에서 "AZ는 코로나19 유행 기간 동안 낮은 가격으로 헌신하려는 반면, 다른 제조사들은 노골적으로 이익을 얻으려 하고 있다"며 이러한 수익창출 계획이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백신 가격은 제조사의 공급정책이나 구체적인 공급계약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각 국가의 경제상황도 가격 결정의 요인이 될 수 있다"며 "AZ의 경우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아프리카 국가들에는 싸게 공급된 반면 서구국가에는 비교적 비싸게 공급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각 백신의 임상시험은 같은 대조군을 상대로 같은 조건하에 실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임상시험 예방률을 비교해 백신의 효능을 평가할 수는 없다"며 "백신 가격을 근거로 백신의 효과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김신우 경북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도 "백신 가격과 예방효과는 전혀 상관관계가 없다. 기존 방식으로 개발한 백신과 새로운 방식으로 개발한 백신 사이에 가격 차가 있는 것"이라며 "정부는 가격과 상관없이 국제적으로 효능이 인정된 백신을 최대한 수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18일 현재 정부가 확보한 백신 물량은 AZ 1천만명분, 모더나 2천만명분, 노바백스 2천만명분, 화이자 1천300만명분, 얀센 600만명분이다. 여기에 백신 공동구매 국제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1천만명분을 공급받기로 해 총 7천900만명 분을 확보한 상태다.

이중 17일까지 실제 접종이 이뤄진 백신 물량은 AZ 205만1천821건(1차접종 204만5천778건, 접종완료 6천43건), 화이자 262만2천330건(1차접종 168만8천28건, 접종완료 93만4천302건)이다.

[그래픽] 코로나19 백신 미국 - 유럽 가격 비교
[그래픽] 코로나19 백신 미국 - 유럽 가격 비교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1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제약회사 모더나가 만든 백신의 1회 접종분 가격은 유럽연합(EU)이 18달러로 미국(15달러)보다 20% 비싸다.
특히 아스트라제네카-옥스포드 백신의 가격은 1회 접종 분량 당 EU가 2.19달러로 미국(4달러)에 비해 무려 45.3%나 낮았다. 해당 백신을 만들 때 보조금을 지원했는지, 구매 물량이 대량인지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yoon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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