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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in제주] '들쑥날쑥' 제주 렌터카 요금 흑역사…해법은?

송고시간2021-05-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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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도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렌터카 요금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성수기와 비성수기 등 시기에 따라 할인 폭이 '들쑥날쑥'하자 성수기에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은 '바가지요금'이라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과당경쟁과 호객행위, 바가지요금 등 제주 렌터카를 둘러싼 각종 논란의 시작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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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다 업계 생존 위해 정부·지자체에 시장 개입 요구

"요금은 시장이 결정…렌터카 업계 자정 노력 우선돼야"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도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렌터카 요금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손님 기다리는 제주 렌터카
손님 기다리는 제주 렌터카

[연합뉴스 자료사진]

성수기와 비성수기 등 시기에 따라 할인 폭이 '들쑥날쑥'하자 성수기에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은 '바가지요금'이라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렌터카 업체들은 신고한 요금제 안에서 정상적으로 요금을 받는 것이라 반박하며 요금 상하한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 제주 렌터카 요금 흑역사

과당경쟁과 호객행위, 바가지요금 등 제주 렌터카를 둘러싼 각종 논란의 시작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88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외국인 관광객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1987년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 개정됐다.

개정안의 골자는 자동차대여사업(렌터카업)을 기존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는 것이다.

자율등록제 실시로 인해 전국적으로 렌터카 업체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정부는 이어 법 개정을 통해 1997년 대형 렌터카 업체의 전국단위 영업을 가능하게 했고, 2002년에는 차량대여업 등록기준을 종전 100대에서 50대로 완화해 진입 문턱을 낮췄다.

국내 최고의 관광지 제주에 렌터카 업체와 차량이 늘어나는 건 불 보듯 뻔했다.

1987년 2개 업체 105대에 불과하던 도내 렌터카는 ▲1991년 6개 업체 943대 ▲2001년 38개 업체 4천127대 ▲2011년 71개 업체 1만5천517대 ▲2018년 129개 업체 3만2천612대 ▲2020년 114개 업체 2만9천658대 등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제주 찾은 관광객들
제주 찾은 관광객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문제는 렌터카 업체 난립에 따른 과당경쟁으로 인해 제주의 관광 이미지를 흐리는 불법·편법 운영이 해마다 반복됐다는 데 있다.

렌터카 사업 초기에는 가격을 속여 터무니없이 바가지를 씌우는 일이 허다했지만, 경쟁이 심해지면서부터 무리하게 가격을 낮춰 고객을 유치하는 '제 살 깎아 먹기'식 영업 형태로 이어졌다.

대형업체의 과도한 할인 영업전략으로 인해 지역 영세업체들의 경영난이 심해지고, 서비스 질도 떨어졌다.

렌터카 업체들은 비수기에 70∼80% 할인된 가격으로 영업을 하다 성수기에는 요금을 대폭 올려 비수기 때의 영업손실을 만회하려 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됐다.

급기야 제주도는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첫해인 2006년 7월 외지에 본사를 둔 대형 렌터카 업체의 영업활동에 제동을 걸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의 특례에 관한 조례'를 입법예고하고, 제주도에 본사를 둔 업체만 렌터카 등록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당시 건설교통부와 전국의 렌터카 업체들이 즉각 반발했다.

소송전으로 이어졌고, 대법원은 2007년 12월 '제주특별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과도한 규제'라며 해당 조례에 대해 무효 판결을 내렸다.

렌터카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제주도는 2008년 다시 관련 조례를 개정했다.

우선 차량대여업 등록기준을 50대에서 100대로 올려 렌터카 사업 등록 기준을 강화했다.

손님 기다리는 제주 렌터카
손님 기다리는 제주 렌터카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어 렌터카 업체들이 원가 계산에 따라 각각 자율적으로 산출한 적정 요금을 도에 신고하도록 하고, 신고한 요금에 따라 할인 또는 할증 없이 연중 동일하게 받도록 가격 안정을 꾀했다.

또 이 가격을 홈페이지와 사무실 등에 게시하도록 하는 등 일명 '요금 신고제'와 '대여가격 표시제'를 연이어 시행했다.

'지역 업체 보호'와 '가격 안정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책은 처참하게 실패했다.

렌터카 업체의 일탈과 허술한 조례 탓이다.

서울에 본사를 둔 대형 렌터카 업체가 다른 업체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은 가격을 신고해 영업하면서 시장을 잠식해 들어갔다.

게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시장경제 체제에 따라 민간이 자율적으로 요금을 정해야 하는데, 왜 행정이 관여하느냐'는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도는 렌터카 업체가 신고 요금보다 비싸게 받지는 못하지만, 비수기에 자율적으로 요금을 할인할 수 있도록 정책을 바꿨다.

연중 일정한 요금을 받도록 한 기존 '요금 신고제'는 유명무실하게 됐다.

렌터카 요금은 다시 요동쳤다.

성수기, 비성수기 등 시기에 따라 할인 폭이 들쑥날쑥했다.

비수기에는 초저가 가격이 형성되다가도 성수기에는 신고한 요금에 가까운 가격이 책정되면서 널뛰기 요금 논란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비수기에 제주를 여행한 관광객들이 성수기에 다시 제주를 찾았을 때 5배 이상 오른 렌터카 요금에 눈이 휘둥그레지는 사태가 벌어지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기자회견 하는 강동훈 제주렌터카조합이사장
기자회견 하는 강동훈 제주렌터카조합이사장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20일 오전 제주도렌터카조합 강동훈 이사장이 제주웰컴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렌터카 요금 상하한제를 도입을 제주도에 요구하고 있다. 2021.5.20 bjc@yna.co.kr

◇ "요금 상하한제" vs "시장경제 맡겨야"

제주도렌터카조합은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바가지 논란이 일고 있는 렌터카 요금 안정화를 위한 상하한제 도입을 요구했다.

렌터카 요금 상하한제는 요금 상한선과 하한선을 정해 업체가 이를 초과하거나 밑도는 요금을 신고했을 때 개선 명령을 내리는 식으로 요금을 통제하자는 것이다.

업체가 비싼 요금을 관광객들에게 물리거나, 업체 간 과도한 출혈경쟁을 하는 걸 막자는 취지다.

도내 89개 업체 2만2천여 대의 렌터카를 회원으로 두고 있는 조합은 2019년부터 자비용을 들여 용역을 실시하는 등 상하한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했지만, 제주도가 '담합'을 우려해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합은 "상하한선을 정해 상하한선 범위 내에서 업체별로 자유롭게 할인, 할증을 할 수 있도록 하면 담합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라며 "행정이 중심이 돼 요금을 정해주면 담합을 피해갈 수 있고 소비자도 좋고 고객도 합리적 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에 제주도와 심지어 관광업계까지 고개를 가로젓는다.

1987년 자율등록제 실시 이후 렌터카 업체들은 때론 편법·불법 영업을 자행해오다가도 사업 운영이 힘들어지면 행정의 시장 개입을 줄곧 요구해왔다.

규제 완화로 많은 업체가 렌터카 시장에 진입했지만, 업체 난립으로 경쟁이 심해지자 렌터카 업계는 허가제 도입을 통한 시장 진입장벽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과거 바가지요금으로 관광객의 원성을 사다가 할인 경쟁으로 인한 출혈이 심각해지자 오히려 '자율요금제'의 개선을 요구했다.

심지어 렌터카 업체 간 상생을 위해 마련한 '요금신고제'는 렌터카 업체의 일탈로 인해 붕괴됐다.

제주 렌터카업체 서비스 선진화 결의
제주 렌터카업체 서비스 선진화 결의

(제주=연합뉴스) 2009년 3월 제주지역 렌터카 업체들이 제주도청에 모여 관광 질서를 해치는 불법 수수료를 주지 않는 등 제주 관광 이미지 개선에 길잡이가 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지난해에는 관광업계 안에서 렌터카 요금을 둘러싼 '폭리 논란'도 일었다.

도내 여행사 중심으로 이뤄진 제주도관광협회 국내여행업분과가 보도자료를 내고 렌터카 업체들이 코로나19 위기 속에도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가격을 인하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최근에는 제주의 한 렌터카 업체가 소형 승용차를 1시간 늦게 반납한 관광객에게 45만원의 추가 요금을 요구해 전국적인 공분을 샀다.

해당 렌터카 업체는 신입 직원의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이로 인해 전체적인 제주 관광 이미지는 큰 타격을 받았다.

렌터카 업체들이 업계의 생존을 위해 줄기차게 정부와 지자체에 다양한 요구를 하면서도, 정작 요금과 서비스에 대한 자정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제주도 교통정책과 송승훈 주무관은 "여러 차례 렌터카 요금을 안정화하려 했지만, 렌터카 업체의 일탈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담합'을 우려하면서 좌초된 바 있다"며 "렌터카 요금은 현재로선 시장 경제 체제에 자율적으로 정해지도록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합의 상하한제 주장은 기본적으로 과도한 할인을 하지 못하게 하자는 주장이다. 개별 렌터카 업체의 서비스와 마케팅에는 신경 쓰지 않고 가격 하한만 잡아달라고 하면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가. 업계 자정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강동훈 제주도렌터카조합 이사장은 "자체적으로 지역 렌터카 요금 사이트를 만들어 수수료 없이 고객과 업체를 직접 연결하는 방안을 오는 6월부터 도입하도록 하겠다. 다만, 행정에서 가격 기준만 잡아주면 더 질적인 가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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