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온라인에 퍼진 '코로나백신 쉽게 맞는법'…도움될까?

임순현 기자 기자 페이지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뒤 통증 등 이상 반응을 줄이려면 '접종 전 알레르기 약을 복용(알레르기가 있는 경우)하고 접종 후에는 해열진통제를 복용하라'는 현직 의사의 조언이 온라인상에서 화제다.

최근 각종 온라인 사이트에 게재되고 있는 '코로나 백신을 쉽게 맞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은 "백신 맞기 전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 한해서 '알레그라'를 사서 먹고 접종 후 고통이 오면 진통제를 맞되 타이레놀이라는 상표로 나와 있는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하라)"이라고 조언한다.

해당 게시글은 지난 3월 4일 미국 모 의과대학 생활의학과 소속 이모 교수의 유튜브 강의를 요약·정리한 것으로, 해당 강의에서 이 교수는 "백신 접종 뒤 후유증 증상이 있었는데 알레그라와 타이레놀을 섭취하고 큰 어려움 없이 근무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외에도 '접종 며칠 전부터 햇볕을 쬐어 몸속 비타민을 증가시키거나 비타민 C, D를 많이 섭취하기'와 '접종 전후 하루 8컵 이상 물을 마시기'도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의 조언을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백신을 곧 맞을 예정인데 많은 도움이 됐다"는 반응이 있는 반면 일각에선 "특정 약품명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이 교수의 주장이 의학적으로 근거가 있는지 알고 싶다"는 반응도 나온다.

◇전문가·당국자 "접종후 통증시 타이레놀 복용 OK" …같은 성분 다른 약도 효과

우선 '백신 접종 뒤 통증이 발생하면 타이레놀을 복용하라'는 조언에 대해선 어느 정도 입증된 방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송대섭 고려대 약대 교수는 3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여러 해열진통제 중 타이레놀 등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해열진통제가 백신 접종으로 인한 통증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백신 접종 뒤) 발열이나 근육통이 발생하는 경우 (타이레놀과 같은) 해열진통제를 복용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도움이 안 되거나 (의학적으로) 증명된 방법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뿐 아니라 이미 한국 보건당국도 타이레놀 복용이 접종 후 통증 완화에 도움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은경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단장(질병관리청장)은 지난 3월 8일 코로나19 예방접종 관련 브리핑에서 "타이레놀처럼 소염 효과가 없는 단순 해열 진통제는 접종 후 불편한 증상이 있다면 복용해도 적절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다만 반드시 타이레놀을 복용할 필요는 없고, 주성분이 같은 다른 해열진통제를 복용해도 충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송대섭 교수는 "반드시 타이레놀을 복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타이레놀은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해열진통제 중 하나이기에 다른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해열진통제도 동일한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산 해열진통제 중에서는 삼진제약의 '게보린'과 한미약품의 '써스펜 이알', 동아제약의 '이지엔에이스', GC녹십자의 '타미노펜', 부광약품의 '티세놀 이알', 종근당의 '펜잘 이알' 등이 타이레놀과 같은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인 것으로 파악된다.

아세트아미노펜은 과다 복용하면 심각한 간 손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1일 허용량인 4천㎎을 초과해 복용하면 안 된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아세트아미노펜은 특히 간 질환이 있는 경우는 주의가 필요하다"며 "증상이나 상태에 따라 적정량을 복용하며, 1일 허용량을 초과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백신 접종전 '알레그라' 복용 효과는 의학적 입증안돼"…알레르기 있으면 의사와 상의후 접종해야

반면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사람은 백신 접종 전 알레르기 증상 완화제인 '알레그라'를 복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는지 여부는 의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복수의 전문가가 지적한다.

알레그라는 '만성 두드러기'와 '계절성 알레르기비염'의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가 입증된 약물이지만, 백신 접종으로 인한 알레르기 반응까지 완화할 수 있는지는 명확히 입증된 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알레그라는 만성 두드러기 증상을 완화하는 약물"이라며 "백신 접종에 의한 알레르기에 효과가 있는지 또는 없는지가 의학적으로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신우 경북대 감염내과 교수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백신을 맞기 전 알레르기 질환자의 경우 알레그라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는 권유는 없다"며 "해당 약품이 백신 접종에 도움이 된다거나 또는 안 된다는 것 어느 쪽이든 (의학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즉 백신 접종을 앞두고 알레그라를 복용한다고 해서 모든 알레르기 질환자에게 효과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결국 평소 알레르기 질환을 겪고 있는 사람은 백신 접종 전 의사에게 자신의 상태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적절한 처방을 받아 알레르기 완화제 복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질병관리청도 홈페이지를 통해 '알레르기 병력이 있는 경우 예방접종 예진표에 자세히 기록하고, 접종 후 알레르기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더 진행되는 경우 반드시 의료기관을 방문하라'고 권고한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백신 접종 시 알레그라의 효과는 (의학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며 "알레르기 질환자는 의사와 상담 후 안전하게 접종해야 한다"고 말했다.

◇ 비타민·물 다량 섭취 필수 아니나 접종후 미열시 충분한 수분섭취 도움될수도…"평소처럼 생활하다 접종해도 무방"

한편 백신 접종 전 햇볕을 쬐어 몸속 비타민을 증가시키거나 비타민 C, D를 많이 섭취하는 방법과 접종 전·후 하루 8컵 이상 물을 마시는 방법에 대해선 일상생활에서 건강을 유지하는 방안이긴 하나 특별히 백신접종에 도움이 된다고 하기에는 근거가 충분치 않아 보인다.

다만 백신 접종후 미열 증세를 완화하는데 충분한 수분 섭취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정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비타민이 일반적으로 건강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백신 접종에 대한 효과는 명확하지 않다"며 "접종 후 미열이 있는 경우에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섭취량이 정해져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마상혁 부회장도 "비타민을 복용한다고 해서 백신 접종에 도움이 된다거나 또는 해가 된다거나 하는 연구 결과는 없다"며 "그냥 평소처럼 생활하다가 백신을 접종해도 아무 문제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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