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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생일날 참변·생사 갈린 부녀' 안타까운 참사(종합)

송고시간2021-06-10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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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아들 생일상을 차리려 시장에 다녀오던 어머니, 함께 탔다가 생사가 갈린 부녀, 학교에 다녀온다던 아들, 산행을 간다고 나가신 아버지.

지난 9일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철거 건물 붕괴로 숨진 이들의 사연이 알려지며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큰아들의 생일에 참변을 당한 A(64·여)씨의 유가족은 10일 황망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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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녀오던 고교생·산행 간다던 아버지 등 사연 이어져

광주 붕괴 건물 구조작업
광주 붕괴 건물 구조작업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의 한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이 붕괴, 도로 위로 건물 잔해가 쏟아져 시내버스 등이 매몰됐다. 사진은 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펼치는 모습. 2021.6.9 hs@yna.co.kr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아들 생일상을 차리려 시장에 다녀오던 어머니, 함께 탔다가 생사가 갈린 부녀, 학교에 다녀온다던 아들, 산행을 간다고 나가신 아버지.

지난 9일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철거 건물 붕괴로 숨진 이들의 사연이 알려지며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큰아들의 생일에 참변을 당한 A(64·여)씨의 유가족은 10일 황망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A씨는 생일인 아들을 위해 미역국을 끓여놓고 일터에 나왔다가 혹여나 아들이 음식을 보지 못할까 봐 다시 전화를 걸어 "미역국을 챙겨 먹으라"던 인자하고 자상한 어머니였다.

형제는 그 전화가 마지막이 될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홀로 두 형제를 키우느라 갖은 고생을 마다하지 않은 어머니를 생각하면 원통한 일이었다.

둘째 아들 B씨는 "어머니가 항상 고생하시던 모습밖에 기억나지 않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A씨는 고생 끝에 2년 전 법원 앞에 곰탕집을 차렸다고 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손님이 줄어들어 A씨는 점심 장사를 마치면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평소라면 집으로 돌아왔어야 할 A씨지만 아들의 생일상을 차려주기 위해 5일 장이 선 말바우 시장으로 향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평소엔 잘 타지 않던 54번 시내버스를 타게 된 이유였다.

그러나 이 버스는 오후 4시 22분께 학동 증심사입구역에 잠시 정차한 사이 무너진 5층건물 잔해에 매몰됐다.

A씨의 집 앞까지 불과 두 정거장 전이었다.

SNS를 통해 먼저 붕괴 매몰 소식을 접한 B씨는 어머니가 사고 버스에 타고 있다는 형의 전화에 할 말을 잃었다.

타지역에 살던 B씨는 지난주 일요일 어머니를 뵙고 돌아가는 길에 "밥을 먹고 가라"는 말을 뿌리치고 나왔던 게 가장 가장 후회되는 일이라고 했다.

B씨는 "철거 당시에 차량까지 안전하게 통제를 해줬으면 이렇게까지는 안 됐을 것"이라며 "행인들을 통제하면서 차량 통제를 하지 않아 결국 차에 타고 있던 사람들의 피해가 컸다. 그게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 버스를 함께 타고 있다가 생사가 갈린 부녀의 안타까운 사연도 전해졌다.

버스 앞쪽에 있던 아버지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났지만, 피해가 컸던 버스 뒤쪽에 있던 딸은 숨졌다.

두 부녀는 건강이 좋지 않아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던 어머니를 만나러 오는 길에 봉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딸의 빈소가 차려지자 어머니는 실신하듯 쓰러졌고, 가족들은 어머니를 끌어안으며 멈추지 않은 눈물을 흘렸다.

이 버스에는 학교를 다녀오던 고등학생 C(18)군도 타고 있었다.

C군은 교내 음악동아리를 찾아가 친구, 후배들을 만나고 오는 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꽃다운 나이의 아들을 잃은 그의 어머니는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오열하고 또 오열했다.

보다 못한 C군의 외할아버지가 "그만 울어라"고 다독였지만 그 역시 눈물이 터져 나오는지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더운 시간을 피해 느지막이 산행을 하러 간다고 나간 아버지 D(75) 씨를 떠올린 딸도 쉴 새 없이 눈물을 흘렸다.

딸은 워낙 건강한 아버지를 일찍 여의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했다.

무뚝뚝하던 D씨가 사고 전날 빨래를 하고 집 앞 풀을 벤 일까지 마음에 걸린 아내는 "안 하던 일 하시더니만 그렇게 가셔버렸다"며 황망해라 했다.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QYiF-l5x4yg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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