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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붕괴 '인재의 징후들'…무관심·방심 속에 설마가 현실로(종합)

송고시간2021-06-1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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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학동 재개발 구역 철거 건물 붕괴 사고 과정에서도 인재의 징후는 어김없이 드러났다.

정확한 원인은 수사에서 규명되겠지만 사고를 방지하거나 최소한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뒤늦은 가정을 하게 만드는 정황이 속속 불거졌다.

10일 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무너진 5층 건물은 지난달 25일 학동 4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대상지 내 5층 건물 해체 허가를 광주 동구로부터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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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가받은 계획서와 다른 해체·감리 부재·위험천만 정류장

해체·감리업체 고발 방침…"업체·지자체 모두 문제"

2~3층부터 철거하는 붕괴 사고 건물
2~3층부터 철거하는 붕괴 사고 건물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연합뉴스) 손상원 박철홍 정회성 기자 =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학동 재개발 구역 철거 건물 붕괴 사고 과정에서도 인재의 징후는 어김없이 드러났다.

정확한 원인은 수사에서 규명되겠지만 사고를 방지하거나 최소한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뒤늦은 가정을 하게 만드는 정황이 속속 불거졌다.

◇ 아래서부터 철거했나?

10일 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무너진 5층 건물은 지난달 25일 학동 4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대상지 내 5층 건물 해체 허가를 광주 동구로부터 받았다.

계획상 측벽에서부터 철거하되 긴 붐을 이용해 닫는 곳까지 눌러서 부러뜨리기로 했다.

파쇄 장비인 크러셔가 닿을 수 있는 높이로 잔재물을 쌓은 뒤 그 위에 올라타 5층에서부터 외부 벽, 방벽, 슬래브 순서로 해체한다.

3층까지 해체 완료 후 지상으로 장비를 옮겨 1∼2층을 해체하는 순서가 계획서에 명시됐다.

철거 공법은 무진동 압쇄였다.

철거 업체는 사고가 난 9일에 본격적으로 건물 철거를 시작했다고 밝혔지만, 시민들이 제보한 영상과 사진에 따르면 그전부터 4∼5층을 그대로 둔 채 굴착기가 3층 이하 저층 구조물을 부수는 모습들이 포착됐다.

밑동을 찍어 놓은 나무를 위에서 밀면 한쪽으로 쓰러지듯, 철거로 저층 구조가 약해진 상황에서 5층 공간을 허물다 건물이 급격히 한쪽으로 쏠렸다는 추정이 나오는 대목이다.

동구 관계자는 "제출된 작업 순서로는 위층부터 해체하게 됐지만, 건물이 넘어진 각도 등을 봐서는 아래서부터 작업을 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붕괴사고 수 시간 전 철거 현장
붕괴사고 수 시간 전 철거 현장

(광주=연합뉴스) 9일 발생한 17명의 사상자를 낸 철거 건물 붕괴사고와 관련, 사고 발생 수 시간 전 철거 현장 장면을 촬영한 사진이 공개됐다. 철거업체 작업자들이 건물을 층별로 철거하지 않고 한꺼번에 여러 층을 부수는 모습이 사진에 찍혀 해제계획서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음이 의심된다. 2021.6.10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ch80@yna.co.kr

◇ 감리자는 어디에?

사고 당시 현장에는 위험 상황을 관리 감독해야 할 감리자가 없었다.

비상주 감리로 계약한 탓에 현장에 부재한 것만으로 위반은 아니다.

어느 때 감리자가 있어야 하고, 없어도 되는지에 대한 계약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 5월 1일 건물 철거 공사의 안전 규제를 강화한 내용의 건축물 관리법이 시행됐지만, 반드시 상주해야 한다는 고시는 없다고 당국은 설명했다.

다만 해체 작업의 위험도를 고려하면 현장에 감리자가 있어야 했다는 지적도 있다.

감리 일지를 작성하고 보고하려면 위험하고 중요한 공정은 직접 눈으로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동구는 시공업체가 해체 계획서를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의심하고 건설산업기본법에서 규정한 안전 규칙을 지키지 않은 혐의로 조만간 고발할 방침이다.

감리 업체도 건축물 관리법상 안전관리 업무를 소홀히 한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다.

◇ 버스 정류장 옮겼더라면…

무너진 건축물 잔해가 정류장에 멈춰 선 시내버스를 덮치면서 그 안에 탔던 17명이 숨지거나 중상을 입었다.

시민들이 휴대전화로 찍은 휴대전화 영상에는 사고 버스를 뒤따르던 통근 버스는 정류장을 지나치고 앞질러 가면서 간신히 화를 면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시내버스 정류장을 옮겼더라면' 하는 가정이 자연스럽게 따라 나왔다.

임택 동구청장은 "버스 정류장을 옮기는 문제는 시공업체에서 요청이 있을 때 검토한다"며 "업체 측에서는 안전 문제를 해결했다고 생각하고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저희가 그런 문제에 더 능동적으로 대처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광주와 화순을 잇는 왕복 6차로, 버스 정류장 주변에서 이뤄진 대규모 철거공사 현장에는 안전 시설물로 분진 가림막만이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주민들은 공사장 주변에 방치된 정류장이 예측 불가능한 위험 상황에 대처할 수 있었겠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 주민은 "최근까지 건물 철거를 준비하면서 정류장과 아주 가까이 여러 개 비계를 나사로 고정해 놓은 것을 보고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철거 현장 일정 반경에 정류장이 들어오면 임시 정류장을 만들어야 한다"며 "협의가 없었다고 하지만 시공사와 마찬가지로 지방자치단체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공사와 관련해 소음, 분진 등 민원은 몇 차례 있었으나 정류장 이설, 붕괴 우려와 관련한 민원은 없었다고 동구는 전했다.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4BrZ8agvvM0

sangwon7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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