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신인류' 하산, 10,000ｍ 뛰고 나흘 만에 1,500ｍ 우승

하남직 기자 기자 페이지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시판 하산(28·네덜란드)이 육상 여자 10,000ｍ에서 놀라운 레이스를 펼친 뒤, 나흘 만에 1,500ｍ 경기를 치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제치고 우승했다.

하산은 11일(한국시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린 세계육상연맹 다이아몬드리그 여자 1,500ｍ 경기에서 3분53초63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 종목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페이스 키프예곤(27·케냐)도 3분53초19의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우며 역주했으나, 하산의 막판 질주가 더 돋보였다.

하산은 결승선 80ｍ 앞에서 속도를 높이며 역전에 성공했다.

경기 뒤 하산은 세계육상연맹과의 인터뷰에서 "정말 행복하다. 그리고 피곤하다"며 "놀라운 경기였다. 사실 키프예곤이 우승할 것으로 생각했다. 10,000ｍ를 뛰고서 며칠 지나지 않아서 속도가 나지 않았다. 어디서 힘이 나와서 막판 스퍼트를 했는지, 나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산과 키프예곤은 여자 1,500ｍ 라이벌이다.

키프예곤은 2016년 리우올림픽과 2017년 런던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했다.

하산은 2019년 도하 세계선수권 10,000ｍ에서 깜짝 우승하더니, 1,500ｍ에서도 키프예곤을 2위로 밀어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도하 세계선수권에서 하산은 3분51초95의 개인 최고이자, 역대 6위 기록으로 우승했다. 당시 2위 키프예곤의 기록은 3분54초22였다.

하산과 키프예곤은 2년 만에 다시 함께 출발선에 섰고, 이번에도 하산이 이겼다.

하산은 나흘 전인 7일 네덜란드 헹엘로에서 열린 세계육상연맹 콘티넨털투어 골드 미팅 FBK 게임즈 여자 10,000ｍ 경기에서 29분06초82로 1위를 차지했다.

이틀 만에 깨지긴 했지마, 알마스 아야나(에티오피아)가 2016년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작성한 29분17초45를 10초 이상 앞당긴 세계신기록이었다.

하산의 기록은 9일 레테센벳 지데이(23·에티오피아)가 같은 장소(헹엘로)에서 치른 에티오피아 도쿄올림픽 대표 선발전 여자 10,000ｍ 경기에서 29분01초03으로 레이스를 마치면서 '2위 기록'이 됐다.

세계기록은 내줬지만, 하산은 나흘 사이에 '완전히 다른' 10,000ｍ와 1,500ｍ에서 놀라운 레이스를 펼쳤다.

10,000ｍ는 5,000ｍ와 함께 장거리로, 1,500ｍ는 800ｍ와 중거리로 묶인다.

많은 전문가가 중거리와 장거리에서 모두 최고 기록을 만드는 하산을 '신인류'라고 부른다.

하지만 하산은 도쿄올림픽에서는 '일정'을 고려해 5,000ｍ와 10,000ｍ에 출전할 전망이다.

도쿄올림픽 여자 5,000ｍ 결선은 8월 2일에 열린다.

1,500ｍ 결선은 8월 6일, 10,000ｍ 결선은 7일에 치른다.

5,000ｍ에서도 정상급 기량을 과시하는 하산은 1,500ｍ 출전을 포기하고, 상대적으로 휴식일이 보장되는 장거리 두 종목에 전념할 계획이다.

하산은 '난민 출신 육상 스타'다.

1993년 1월 에티오피아 아다마에서 태어난 하산은 2008년 고향을 떠났고, 난민 신분으로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정착했다.

하산은 다른 선수보다 늦은 15세(2008년)부터 육상 수업을 받았다. 그리고 2013년 11월 네덜란드 국적을 취득하면서 유럽이 주목하는 중장거리 선수로 올라섰다.

하산은 2014년 취리히 유럽선수권에서 1,500ｍ 우승을 차지하고, 5,000ｍ에서는 2위에 올랐다.

2015년 베이징 세계선수권에서는 1,500ｍ 3위에 오르더니, 2017년 런던 대회에서는 5,000ｍ 은메달을 따냈다.

2019년 도하 세계선수권에서는 1,500ｍ와 10,000ｍ에서 모두 우승하며 대회 2관왕에 올랐다.

이제 하산은 세계육상이 주목하는 스타 플레이어다. 특히 지난 나흘 동안은 '가장 주목받는 선수'였다.

jiks79@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1/06/11 09:36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