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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유럽축구선수권대회'로 옮겨간 러시아-우크라 분쟁(종합)

송고시간2021-06-1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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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대 축구 국가 대항전 '유럽축구선수권대회 2020'(이하 유로 2020)이 11일(현지시간/한국시간 12일) 개막한 가운데 이 대회에 출전하는 '앙숙'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경기전부터 장외 싸움을 벌였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사전 충돌은 앞서 지난 6일 우크라이나가 자국 대표팀의 공식 유니폼을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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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 우크라에 넣고 민족주의 구호 새긴 우크라 대표팀 유니폼에 러 항의

'구호 일부 삭제' 유럽축구연맹 중재안에 우크라 지도로 가리는데 동의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유럽 최대 축구 국가 대항전 '유럽축구선수권대회 2020'(이하 유로 2020)이 11일(현지시간/한국시간 12일) 개막한 가운데 이 대회에 출전하는 '앙숙'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경기전부터 장외 싸움을 벌였다.

유로 2020에서 우크라이나 국가대표팀이 입을 유니폼을 두고서다.

지난해로 예정됐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올해로 연기된 대회는 '유로 2020'이란 명칭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크림반도(오른쪽 아래에 튀어나온 마름모 모양 반도)가 자국 지도에 포함된 우크라이나 축구 대표팀의 유로 2020 유니폼 [AP=연합뉴스 자료사진]

크림반도(오른쪽 아래에 튀어나온 마름모 모양 반도)가 자국 지도에 포함된 우크라이나 축구 대표팀의 유로 2020 유니폼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번 대회에서 러시아는 덴마크·핀란드·벨기에와 함께 B조, 우크라이나는 네덜란드·오스트리아·북마케도니아와 함께 C조에 속해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사전 충돌은 앞서 지난 6일 우크라이나가 자국 대표팀의 공식 유니폼을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황색 바탕에 청색 문양을 새긴 유니폼 셔츠 앞면에는 지난 2014년 러시아가 자국 영토로 병합한 크림반도를 포함하는 우크라이나 지도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또 셔츠 뒷면에는 '영광을 우크라이나에'-'영웅들에 영광을'이란 구호가 목 부분 바깥쪽과 안쪽에 각각 새겨져 있었다.

러시아는 7년 전 크림 주민들의 투표 결과를 근거로 반도를 병합했지만,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이를 강제 점령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국제법적으로도 크림은 우크라이나 영토로 간주된다.

서로 대구를 이루는 '영광을 우크라이나에'-'영웅들에 영광을' 이란 표현은 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1년 우크라이나의 독립을 추구하며 옛소련과 싸운 극우민족주의 성향 정치 조직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 기구'와 군사 조직 '우크라이나 저항군'이 사용하던 인사 구호다.

2014년 민족주의 성향의 친서방 정권이 집권하는 계기가 된 정권 교체 혁명기에 반정부 시위대 사이에서 재등장했다가, 2018년 우크라이나군 인사 구호로 공식 채택됐다.

러시아는 반러시아적 구호와 지도가 포함된 우크라이나 대표팀 유니폼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목 안쪽 부분에 현지어로 '영웅들에 영광을'이란 구호가 새겨진 우크라이나 축구 대표팀의 유로 2020 유니폼 [AP=연합뉴스]

목 안쪽 부분에 현지어로 '영웅들에 영광을'이란 구호가 새겨진 우크라이나 축구 대표팀의 유로 2020 유니폼 [AP=연합뉴스]

러시아축구협회(RFS)는 8일 우크라이나가 유럽축구연맹(UEFA)의 규정을 어기고 정치적인 의도를 드러냈다면서 연맹에 항의서한을 보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러시아에 속한 크림반도를 우크라이나 영토에 붙였다. 있을 수 없는 환상"이라고 비난했다.

러시아 의회 의원들도 '영광을 우크라이나에'-'영웅들에 영광을'이란 구호는 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과 협력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이 사용한 것이라며 흥분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유니폼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인스타그램에 자국 대표팀 셔츠를 입은 셀피 사진을 올리고 "이 유니폼에는 우크라이나 국민을 통합하는 중요한 상징들이 담겨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도 문제가 된 구호 문구에 대해 '전적으로 적합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논란이 거세지는 가운데 UEFA는 10일 우크라이나 대표팀에 '영웅들에 영광을'이란 유니폼 문구만 삭제하라고 판결했다.

UEFA는 "추가 검토 결과 '영광을 우크라이나에'-'영웅들에 영광을'이란 문구 결합은 명백히 정치적이며, 역사적이고 군국주의적인 의미를 지닌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이같이 지시했다.

다만 '영광을 우크라이나에'란 별도 구호는 비정치적인 표현으로 그대로 사용할 수 있으며, 크림반도가 포함된 우크라이나 국가 지도도 그대로 남겨둬도 된다고 결정했다.

지도와 관련해선 우크라이나의 영토적 통합성을 인정하면서 러시아의 크림병합을 승인하지 않고 있는 유엔 총회의 결의안을 근거로 들었다.

유럽축구연맹(UEFA) 본부
유럽축구연맹(UEFA) 본부

[유럽축구연맹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은 모두 UEFA 판결을 수용할 수 없다며 다시 반발했다.

RFS는 UEFA 결정이 불충분하다면서 "개정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대표팀의 유니폼은 여전히 정치화되어있고 위험한 선례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맞서 안드리 파벨코 우크라이나축구협회(UAF) 회장은 "우리의 축구 상징들이 보호돼야 한다"면서 문제가 된 구호를 지키고 크림 포함 지도도 유지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UEFA와 협상하겠다며 서둘러 로마로 날아간 파벨코는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는 UEFA와 승리의 타협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며 유니폼 문제가 해결됐다고 전했다.

UEFA 대변인은 AFP 통신에 우크라이나가 유니폼 안쪽의 '영웅들에 영광을' 문구 위에 작은 우크라이나 지도를 덧씌워 구호를 가리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UEFA 대표가 매 경기 전에 이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다만 축구 팬들에게는 '영웅들에 영광을'이란 구호가 새겨진 셔츠를 그대로 판매하도록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축구 대표팀
우크라이나 축구 대표팀

[타스=연합뉴스 자료사진]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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