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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요했던 괴롭힘…'마포 감금살인' 여러번 막을 수 있었다

송고시간2021-06-19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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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서울 마포구 오피스텔 감금살인 사건이 벌어지기 전까지 피해자 A(21)씨를 구할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A씨의 아버지는 아들의 고등학교 동기였던 피의자 김모(21)씨 등이 아들을 계속 괴롭힌 정황을 여러 번 경찰에 알렸지만, 경찰은 두 사람에게 강압적으로 끌려다닌 A씨의 말만 믿고 적극적인 조처를 하지 않았다.

경찰은 가출 신고된 A씨 명의로 휴대전화가 여러 대 개통되고 대출이 진행되는 등 범죄 연루 가능성을 의심할 정황이 있었으나 위험을 조기에 인식하지 못했고 결국 그의 죽음도 막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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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신고 2회·상해 고소 1회·7차례 통화…감시받는 피해자 말만 믿어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서울 마포구 오피스텔 감금살인 사건이 벌어지기 전까지 피해자 A(21)씨를 구할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A씨의 아버지는 아들의 고등학교 동기였던 피의자 김모(21)씨 등이 아들을 계속 괴롭힌 정황을 여러 번 경찰에 알렸지만, 경찰은 두 사람에게 강압적으로 끌려다닌 A씨의 말만 믿고 적극적인 조처를 하지 않았다.

경찰은 가출 신고된 A씨 명의로 휴대전화가 여러 대 개통되고 대출이 진행되는 등 범죄 연루 가능성을 의심할 정황이 있었으나 위험을 조기에 인식하지 못했고 결국 그의 죽음도 막지 못했다.

서부지법 들어서는 연남동 오피스텔 사망 사건 피의자
서부지법 들어서는 연남동 오피스텔 사망 사건 피의자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피해자를 감금해 살인한 혐의를 받는 안모씨가 15일 오전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가출신고 2차례…"성인 남성이라 강제 위치추적 불가"

19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A씨의 아버지는 4월 30일 대구 달성경찰서에 두 번째 가출 신고를 할 당시 '아들 명의로 휴대전화 3대가 개통됐다', '아들이 사채를 사용했으니 돈을 갚으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하고, A씨가 김씨와 김씨의 친구인 안모(21)씨를 지난해 11월 상해 혐의로 고소한 사실을 알렸다.

A씨가 두 사람과 함께 지내거나 범죄에 휘말렸을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는 정황이 있었지만, 경찰은 A씨가 '20대 성인 남성'이라는 이유로 '두 사람과 함께 있지 않다. 잘 지낸다'는 A씨의 말만 믿었다.

달성서 관계자는 "피해자의 위치를 추적해보려 했으나 성인이기 때문에 관련 법상 강제 소재 파악 대상이 아니라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경찰은 A씨가 '대출은 생활비가 떨어져 돈이 필요해 받았다'고 한 말도 크게 의심하지 않았다. 이때 A씨는 안씨 등에게 감시당해 자유로운 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경찰은 이런 진술이 강압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사망하기 불과 9일 전인 이달 4일 이뤄진 마지막 연락 당시 나타난 이상징후 또한 지나쳤다. 그날 A씨는 평소보다 말을 심하게 더듬어 대화가 어려울 정도였다고 한다. 경찰은 이유를 묻는 대신 문자메시지로 A씨와 대화했다.

이 관계자는 "왜 말을 더듬냐고 묻는 것도 실례라 생각해 좀 더 편하게 얘기하려고 문자로 한 것"이라며 "통화 때 A씨가 도움을 요청하거나 의심할만한 소리가 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지난달 4일 안씨, 이달 4일 김씨와 각각 1차례 통화해 A씨의 행방을 묻기도 했으나 둘은 '모른다'고 잡아뗐다. A씨의 아버지는 이달 4일 '아들이 김씨와 같이 있을지도 모른다'며 직접 경찰에 김씨의 연락처를 알려주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이전에 함께 살면서 서로 감정이 안 좋은 상태에서 헤어졌는데 또 같이 지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상해 사건은 따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가출신고는 가출신고대로 처리했다"고 했다.

영장실질심사 출석하는 연남동 오피스텔 사망 사건 피의자
영장실질심사 출석하는 연남동 오피스텔 사망 사건 피의자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친구를 감금해 살인한 혐의를 받는 김모씨가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진단서·상해 증거에도…"폭행 일시·장소 특정 안 돼" 불송치

A씨의 상해 고소 사건 처리 과정에서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드러났다.

서울에서 두 사람과 지내며 폭행당한 A씨는 지난해 11월 4일 아버지와 함께 대구에 온 뒤 전치 6주의 갈비뼈 골절로 입원 치료를 받았다.

아버지는 같은 달 8일 달성서에 고소장을 제출했고, A씨는 22일 달성서에 출석해 "서울 영등포구 오피스텔에서 두 사람에게 4차례 맞았다"고 자세히 진술했다.

같은 날 달성서는 관할인 서울 영등포서로 사건을 이송했고, 영등포서는 지난 1월 24일 피의자들을 불러 조사했다. A씨 아버지는 이틀 뒤 상처 사진을 담당 형사에게 보냈다.

하지만 경찰이 A씨에게 대질조사를 위해 출석하라고 연락한 건 그로부터 3개월 가까이 지난 4월 17일이었다.

이미 안씨 등의 감시하에 놓여있던 A씨는 17일 통화에선 '서울에 없다'며 출석을 거부했고 지난달 3일 두 번째 통화 땐 고소를 취하한다고 했다.

영등포서는 보강 수사 없이 지난달 27일 증거 불충분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서로 진술이 달라 폭행 일시와 장소를 특정하기 위해 대질조사가 필요한 상황에서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해 종결했다고 한다"며 "가출 신고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 상으로 공유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경찰은 두 경찰서의 사건 처리 과정이 적정했는지 감찰로 확인할 예정이다.

A씨는 지난 13일 오전 6시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오피스텔에서 알몸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안씨와 김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해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해 조만간 검찰에 넘길 예정이다.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Ae9pAKZOJJQ

chi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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