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그물에 걸려 생사기로 바다거북, 다이빙 동호인들이 구조
송고시간2021-06-21 15:06
거제 바람의 언덕 바닷가서…바닷가로 옮겨 폐그물 끊고 방생
(거제=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다이빙 동호인들이 폐그물에 걸려 죽을 위기에 처한 바다거북을 구했다.
박성제(34) 씨는 지난 19일 경남 거제시 남부면 갈곶리 바람의 언덕 근처 바닷가에서 프리다이빙을 즐기고 있었다.
이때 물속에서 커다란 바다거북 한 마리가 폐그물에 걸쳐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박 씨는 "폐그물이 수중 암초에 걸려 있었고, 그 폐그물에 바다거북 한 마리가 뒷발 2쪽, 앞발 한쪽이 걸려 발버둥 치고 있었다"고 말했다.
박 씨는 다이빙을 함께 하던 친구 유병윤(34) 씨와 갖고 있던 나이프로 일단 폐그물을 끊었다.
다이빙 동호인들은 혹시 자신이 폐그물에 걸릴 위험이 있어 바다에 들어갈 때 나이프를 소지한다.
물속에서 바다거북 다리에 엉켜있는 폐그물을 자르는 것이 여의치 않아지자, 두 사람은 폐그물을 갯바위 가까이 옮겨 끊어내기로 했다.
박 씨는 "바다거북이 그물에서 벗어나려고 어찌나 버둥거렸던지, 그물이 살을 파고 들어가 있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30∼40m 정도 헤엄쳐 폐그물과 바다거북을 일단 갯바위까지 옮겼다.
바다에서 나온 두 사람은 다시 나이프로 바다거북을 옥죄고 있던 그물을 끊었다.
동료인 김희진 씨는 바다거북 구조 장면을 스마트폰으로 찍었다.
두 사람 덕분에 자유롭게 된 바다거북은 이내 바다 쪽으로 유유히 헤엄쳐 사라졌다.
박 씨는 "등 껍질이 우둘투둘하고 무게가 100㎏이 훨씬 넘는 것으로 봐 다 자란 바다거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바다거북을 실제로 본 것도 처음인데, 생명까지 살려주게 돼서 기분이 좋다"며 "내가 구해준 바다거북이 앞으로 그물에 걸리지 않고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seama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1/06/21 15:06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