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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기습추행' 주장한 오거돈…인정되면 선처?

송고시간2021-06-2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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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시장 재직중 직원을 강제로 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 중인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법정 대리인이 오 전 시장 범행을 '우발적인 기습추행'으로 칭해 논란이다.

오 전 시장 변호인은 21일 부산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번 사건은 일회성이고 우발적인 기습추행으로 봐야 한다"며 오 전 시장의 추행이 계획적인 범행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온라인상에서는 이미 추행 사실은 인정한 오 전 시장이 막상 법원의 선고를 앞두고서는 처벌을 피하거나 형량을 줄이기 위해 '기습추행' 주장을 꺼낸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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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밀집장소 아니라면 폭력·협박 결부된 성추행에만 명확한 처벌규정有

단, '추행인 동시에 폭행' 인정되면 기습추행도 처벌可…대법판례 존재

결심공판 출석하는 오거돈
결심공판 출석하는 오거돈

(부산=연합뉴스) 강덕철 기자 =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기소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6월 21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1.6.21 kangdcc@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시장 재직중 직원을 강제로 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 중인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법정 대리인이 오 전 시장 범행을 '우발적인 기습추행'으로 칭해 논란이다.

오 전 시장 변호인은 21일 부산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번 사건은 일회성이고 우발적인 기습추행으로 봐야 한다"며 오 전 시장의 추행이 계획적인 범행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기습추행은 피해자가 예상하지 못한 틈을 이용해 기습적으로 이뤄진 추행으로, 피해자 몰래 갑자기 껴안거나 입을 맞추는 행위 등이 전형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별도의 폭행이나 협박 없이 추행만 이뤄진 상황을 연상케 하기에, 폭행·협박을 수단으로 피해자가 저항할 수 없게 한 뒤 강제로 추행하는 것을 의미하는 '강제추행'과 구별되는 개념 같지만 법에 명시된 법률용어는 아니다.

이에 온라인상에서는 이미 추행 사실은 인정한 오 전 시장이 막상 법원의 선고를 앞두고서는 처벌을 피하거나 형량을 줄이기 위해 '기습추행' 주장을 꺼낸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폭행·협박을 사용하지 않은 추행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는 점을 노려서 처벌을 피하려고 기습추행을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라거나 "계획적인 범행이 아니라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해 형량을 줄여보겠다는 시도"라는 반응이 나온다.

오거돈 공판에 관심 집중
오거돈 공판에 관심 집중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6월8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 오거돈 전 부산시장 공판에서 방청객들이 법정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2021.6.8 handbrother@yna.co.kr

◇ 기습추행은 처벌 못 한다?…판례에 따르면 '가능'

형량을 줄이기 위해 기습추행 주장을 편 것 아니냐는 추정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는 것은 '둘만 있는 상황에서 폭행이나 협박 없이 피해자를 단순 추행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명시적 규정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추행을 형사처벌하는 규정은 형법 298조 '강제추행'과 성폭력처벌법 11조 '공중밀집장소 추행' 두 가지다.

형법 298조에 따르면, 강제추행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해 추행한 경우'에 성립한다. 문언 그대로 보자면 폭행이나 협박으로 피해자가 저항하지 못하도록 한 상태서 추행할 때 강제추행죄가 인정되는 것이다.

성폭력처벌법 11조에 의하면 공중밀집장소 추행은 '대중교통수단이나 공연·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경우'에 성립한다. 폭행이나 협박이 없어도 범죄가 되지만, 범행장소가 반드시 공중밀집장소여야 한다.

이 때문에 공중밀집장소가 아닌 시장 집무실에서 발생한 오 전 시장의 추행이 폭행·협박을 동원한 강제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인정되면 현행법으로는 오 전 시장을 처벌할 방법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폭행·협박이 없는 추행에 대한 처벌은 경범죄처벌법에도 규정되지 않아 사실상 법 규정에 공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은 이 같은 공백을 법 해석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피해자가 예상하지 못하게 기습적으로 추행한 행위 자체가 폭행이기 때문에 기습추행도 '폭행을 수단으로 삼아 행해진 추행', 즉 강제추행에 해당한다는 식이다.

대법원은 2015년 9월 판결에서 "강제추행죄는 상대방에 대해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여 항거를 곤란하게 한 뒤에 추행을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폭행 자체가 추행이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한다"며 뒤에서 갑자기 껴안는 행위도 강제추행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23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법원은 강제추행에서 '폭행의 정도'를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판단하고 있다"며 "따라서 기습추행에서도 추행 자체를 피해자가 예상 못 해 항거를 할 수 없었던 폭행으로 인정해 강제추행을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거돈 '묵묵부답'
오거돈 '묵묵부답'

(부산=연합뉴스) 강덕철 기자 =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기소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6월21일 오전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결심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2021.6.21 kangdcc@yna.co.kr

◇ '피해자 유인해 추행' 인정되면 형량가중

일각에서는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해 형량을 줄이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법원이 마련한 '강제추행죄 양형기준안'에 따르면 피해자를 유인한 뒤 추행한 '계획적 범행'으로 인정된 경우에는 재판부가 형량을 가중할 수 있도록 한다.

오 전 시장의 구체적인 혐의내용은 피해자 보호 차원에서 공개되지 않았지만, 피해자를 집무실로 불러 들인 뒤 추행을 한 것은 사실로 파악된 상태다.

결국 오 전 시장이 피해자를 집무실로 부른 이유가 추행할 목적이었다고 재판에서 인정되면 계획적 범행으로 간주됨으로써 형량이 가중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오 전 시장이 '피해자를 추행할 의도로 집무실로 불러 유인한 것은 아니다'는 주장을 펴려고 '우발적인 기습추행'을 거론한 것 아니냐는 추정도 나온다.

오 전 시장 변호인이 결심공판에서 "암수술 후유증과 치매 증상 등 힘없고 병든 노인이 미친 짓 했다 생각하고 용서해 달라"고 변론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여러 건의 성폭력 피해자 법률조력 활동을 수행한 조순열 서울지방변호사회 부회장은 23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강제추행이 '계획적 범행'으로 인정되면 양형기준안에 따라 가중처벌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우발적 범행으로 인정된다고 해서 형량이 반드시 감경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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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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