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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과일보 결국 폐간…홍콩에서 비판 목소리 사라지나

송고시간2021-06-2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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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1년 만에 홍콩에서 26년 역사의 주요 신문이 폐간을 맞게 되면서 정치계와 시민사회에 이어 홍콩 언론계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언론 전문가들은 빈과일보 폐간이 홍콩 언론환경을 급격히 위축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홍콩에 대한 직접통치가 강화되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목소리는 점차 사라져갔고, 지난해 6월 30일 홍콩보안법 시행으로 그러한 흐름에 가속이 붙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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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아시아 금융허브 홍콩'서 언론의 자유 위협

"레드라인 불분명, 백색테러 발생"…"홍콩언론 친정부로 기울 것"

가판대에 놓인 홍콩 반중매체 '빈과일보' 신문
가판대에 놓인 홍콩 반중매체 '빈과일보' 신문

(홍콩 로이터=연합뉴스) 17일 홍콩의 한 신문 가판대에 반중매체 '빈과일보'의 신문들이 놓여 있다. 경찰은 이날 오전 홍콩보안법 위반으로 이 신문사를 급습해 압수수색했으며 편집장과 부편집장 등 모두 5명을 자택에서 체포했다. leekm@yna.co.kr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1년 만에 홍콩에서 26년 역사의 주요 신문이 폐간을 맞게 되면서 정치계와 시민사회에 이어 홍콩 언론계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언론 전문가들은 빈과일보 폐간이 홍콩 언론환경을 급격히 위축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등은 홍콩 당국이 홍콩보안법을 이용해 반대의 목소리를 침묵시키려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홍콩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

18일 홍콩 신문 가판대에서 한 여성이 빈과일보를 구매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18일 홍콩 신문 가판대에서 한 여성이 빈과일보를 구매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 홍콩 언론의 다양한 스펙트럼 사라져

한때 홍콩은 다양한 언론 스펙트럼을 자랑했다.

무책임한 선정적인 오락·가십부터 중국에 관한 심층보도, 깊이 있는 국제보도까지 다양한 언론이 공존하며 '자유로운 아시아 금융허브 홍콩'에 어울리는 다양한 목소리와 시각이 존재했다.

그러나 중국의 홍콩에 대한 직접통치가 강화되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목소리는 점차 사라져갔고, 지난해 6월 30일 홍콩보안법 시행으로 그러한 흐름에 가속이 붙었다는 분석이다.

지난 1년간 홍콩 명보는 종종 지면을 통해 "중국 본토 취재에 제약이 많아졌다", "본토 인사들과의 인터뷰가 어려워지고 있고 정보 접근이 제한되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빈과일보는 홍콩과 중국 정부에 대해 거의 유일하게 날선 비판을 해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국가 주석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비판했다.

홍콩중문대 그레이스 렁 강사는 SCMP에 빈과일보가 폐간되면 홍콩은 민주적 가치와 반대진영의 목소리를 강하게 옹호해온 매체를 잃게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빈과일보가 사라지면 주요 언론은 더욱 친정부 성향으로 기울게 될 것"이라고 봤다.

홍콩 침례대 브루스 루이 강사는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이 중요한 국제 금융도시 홍콩에서 빈과일보의 폐간은 정보 접근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17일 오전 홍콩 정관오에 있는 빈과일보 사옥을 경찰이 급습해 자료를 수집하는 모습. [빈과일보 페이스북 캡처]

17일 오전 홍콩 정관오에 있는 빈과일보 사옥을 경찰이 급습해 자료를 수집하는 모습. [빈과일보 페이스북 캡처]

◇ 범민주 진영 목소리도 위축…"대중의 알권리 해칠 것"

빈과일보는 그간 홍콩 범민주진영의 목소리를 가장 적극적으로 실어날랐다.

일부 범민주진영 인사들은 연합뉴스에 "다른 언론에는 안 실려도 빈과일보는 우리의 입장을 실어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홍콩 최대 야당인 민주당의 로킨헤이(羅健熙) 주석은 명보에 "빈과일보 폐간은 대중의 알 권리를 해칠 것"이라며 "빈과일보 없는 홍콩은 다소 상상이 어렵다"고 말했다.

홍콩의 8개 언론단체는 경찰이 빈과일보를 압수수색한 지난 17일 공동명의의 성명을 통해 "당국이 언론을 겨냥해 홍콩보안법을 무기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당국이 취재진과 언론사 경영진을 자의적으로 체포하기 위해 신문에 실린 글과 기사를 이용하려고 한다"며 "이는 언론의 자유에 위협이 된다"고 지적했다.

빈과일보에서 10년 넘게 일한 한 기자는 홍콩 공영방송 RTHK와 인터뷰에서 "기자들이 레드라인(넘어서는 안되는 선)이 어디까지인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백색테러(권력자나 지배 계급이 반정부 세력이나 혁명 운동에 가하는 테러)가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기자는 지난 22일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의 정례 브리핑에서 "홍콩보안법이 언론의 자유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나와 내 많은 동료들은 더 이상 뉴스를 보도할 수 없다. 대답할 수 있나?"라고 소리쳐 질문했다. 그러나 람 장관은 대답없이 브리핑장을 빠져나갔다.

그는 "홍콩보안법 시행으로 홍콩은 매주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다"며 "빈과일보나 유사한 매체가 없다면 홍콩인들이 정부가 자신들에게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17일 오전 홍콩 정관오에 있는 빈과일보 사옥을 경찰이 급습한 모습. [빈과일보 페이스북 캡처]

17일 오전 홍콩 정관오에 있는 빈과일보 사옥을 경찰이 급습한 모습. [빈과일보 페이스북 캡처]

◇ 친중 진영 "적절한 법집행"…"다른 매체가 정부 감시기능 대체"

반면 친중 진영은 당국이 빈과일보를 단속한 것은 정당한 법 집행이었다고 옹호한다.

홍콩 친중 진영 최대 정당인 민주건항협진연맹(민건련·DAB)의 홀든 차우 부주석은 이날 연합뉴스에 "우선, 빈과일보 경영진 체포와 자산 동결은 모두 엄격히 법에 의거해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트리기 위해 언론의 자유를 남용하는 어떠한 기관도 용납하지 않도록 적절한 법 집행이 이뤄져야한다"면서 "이는 우리의 국가안보 수호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홍콩 대표인 찬융(陳勇)은 SCMP에 "다른 매체가 정부 감시 기능에서 빈과일보를 대체할 것"이라며 빈과일보 폐간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일축했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지난 22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것과 정부 전복을 선동하기 위한 활동을 조직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언론계 종사자들은 이들의 차이를 구분할 능력이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AFP통신은 "국영매체가 압도적이고 검열이 심한 중국본토와 달리 홍콩은 표현의 자유가 보호돼왔다"며 "그러나 2019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 이후 반대 의견을 뿌리째 뽑으려는 중국의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홍콩의 미래에 대한 불안이 깊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홍콩보안법은 다수의 정치적 견해를 범죄화하고 있으며, 빈과일보에 대한 당국의 단속은 언론계로 하여금 어떠한 의견이나 보도가 조사를 촉발할 것인지를 고민하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홍콩 AP=연합뉴스) 홍콩의 대표적 반중매체인 빈과일보의 라이언 로(오른쪽에서 두 번째) 편집장이 17일 자택에서 경찰에 체포돼 연행되고 있다.

(홍콩 AP=연합뉴스) 홍콩의 대표적 반중매체인 빈과일보의 라이언 로(오른쪽에서 두 번째) 편집장이 17일 자택에서 경찰에 체포돼 연행되고 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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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E1j2VMuWQM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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