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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과일보 폐간에 홍콩학자들 칼럼 절필…중국 "언론자유 여전"

송고시간2021-06-2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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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홍콩 반중신문 빈과일보의 폐간이 홍콩 언론계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홍콩 학자들이 잇따라 신문 칼럼 절필에 나섰다.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언론사를 문 닫게 하고 기자들을 체포·기소하면서 언론계와 함께 학계에도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홍콩프리프레스(HKFP) 등에 따르면 홍콩 중문대 정치학자 이반 초이는 빈과일보가 폐간을 발표한 지난 23일 15년간 이어온 신문 칼럼의 절필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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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매체 "레드라인 불분명해 두려움 확산…학자들, 익명 요구도"

인민일보 "헌법 대항 여론 조작하는 매체 허용할 국가 없을 것"

빈과일보 폐간에 홍콩학자들 칼럼 절필…중국 "언론자유 여전" - 1

(홍콩·베이징=연합뉴스) 윤고은 한종구 특파원 = 홍콩 반중신문 빈과일보의 폐간이 홍콩 언론계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홍콩 학자들이 잇따라 신문 칼럼 절필에 나섰다.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언론사를 문 닫게 하고 기자들을 체포·기소하면서 언론계와 함께 학계에도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홍콩프리프레스(HKFP) 등에 따르면 홍콩 중문대 정치학자 이반 초이는 빈과일보가 폐간을 발표한 지난 23일 15년간 이어온 신문 칼럼의 절필을 선언했다.

이반 초이는 2006년부터 홍콩 명보에 매주 2천500자 분량의 정치 평론을 실어왔고, 그의 코멘트는 홍콩 언론에 자주 인용된다.

하지만 그는 23일 빈과일보의 수석 논설위원이 외세와 결탁 혐의로 체포된 데 이어 빈과일보가 폐간을 발표하자 바로 절필 선언을 했다.

초이는 "지난해 홍콩보안법 시행 후 특히 중국과 홍콩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칼럼을 쓰는 데 있어 정치적 압박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이제 칼럼 집필을 그만둬야 할 때라고 느낀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6월 30일 시행된 홍콩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

SCMP는 "광범위한 내용의 홍콩보안법이 언론에 자유롭게 견해를 밝히고 정기적으로 칼럼을 게재해온 학자들에게 두려움을 안기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많은 학자들은 어느날 자신들을 향해 홍콩보안법이 어떻게 활용될지에 대한 불확실성과 우려가 공유되고 있다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E1j2VMuWQM0

홍콩보안법 9조와 10조는 '홍콩 정부는 국가안보를 위해 학교, 사회단체, 언론, 인터넷 등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하고, 이들에 대한 선전·지도·감독·관리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홍콩 경찰은 포털 등이 제공하는 기사나 정보가 홍콩보안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할 경우 삭제를 요구할 수 있으며, 소셜미디어 등에서 소문을 퍼뜨리는 행위 등도 처벌할 수 있게 됐다.

학자들은 특히 '홍콩인들 사이에서 홍콩이나 중국 정부를 향해 증오를 부추기는 행위'에 대한 경고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홍콩 빈과일보 폐간 소식을 전한 매체들
홍콩 빈과일보 폐간 소식을 전한 매체들

[촬영 윤고은]
홍콩 매체들이 24일 1면 등을 통해 반중매체 빈과일보의 폐간 소식을 전했다.

SCMP는 "어디까지가 한계인지에 대한 분명한 설명이 없는 상황에서 초이와 같은, 진보 진영에 가까운 학자들은 현재의 상황에 더 낙담하고 있다"면서 다른 몇몇 학자들도 신문 칼럼 절필을 결심했고, 그간 자유롭게 코멘트를 해온 일부 학자는 이제 익명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간 정기적으로 평론을 해오다 중단한 한 평론가는 SCMP에 "인터뷰 요청에 응할 수 없다"며 "그 이유는 홍콩보안법의 광범위하고 무시무시한 적용에 있다"고 말했다.

학자들은 '레드 라인'(넘지 말아야 할 선)이 불분명해 두려움이 커지는 상황과 함께 과거와 달리 홍콩 정부가 정치 평론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상황도 칼럼 집필의 의욕을 꺾는다고 입을 모은다.

1990년부터 언론에 기고해 온 대표적 논객 중 한명인 마웨(馬嶽) 홍콩 중문대 정치학과 교수는 매주 써오던 칼럼을 지난해 말부터 한달에 한번으로 줄였다.

그는 "정부가 여론에 신경을 쓰지 않는 상황에서 토론을 위한 올바른 환경이 결여돼 있다"며 점점 더 칼럼을 쓰는 게 힘들고 너무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학자들은 홍콩보안법이 정치 평론과 함께 학자들의 연구 주제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특히 사회 분야에서 홍콩의 반정부 시위나, 홍콩인들의 중국에 대한 생각 등을 연구하는 게 앞으로 가능하겠냐는 반응이다.

실제로 1997년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후부터 홍콩인들의 정체성 인식을 묻는 설문조사를 정기적으로 진행해온 홍콩중문대와 홍콩대가 해당 설문을 중단했다. 홍콩인들이 자신을 '홍콩인', '중국인', '홍콩에 사는 중국인' 중 무엇으로 여기는지를 묻는 설문이다.

SCMP는 "이러한 음침하고 비관적인 분위기가 이어지면 홍콩은 연구자들에게 점점 더 매력을 잃을 것"이라며 홍콩대학들이 외국인 학자 채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에 연행되는 홍콩 반중매체 빈과일보 편집장
경찰에 연행되는 홍콩 반중매체 빈과일보 편집장

(홍콩 AP=연합뉴스) 홍콩의 대표적 반중매체인 빈과일보의 라이언 로(오른쪽에서 두 번째) 편집장이 17일 자택에서 경찰에 체포돼 연행되고 있다. 홍콩보안법 담당 경찰은 이날 빈과일보 본사를 급습해 고위 간부 4명도 함께 체포했다. 이 회사 사주인 지미 라이 역시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sungok@yna.co.kr

그러나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의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이날 '문을 닫은 것은 빈과일보지 홍콩 언론의 자유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홍콩에서 언론의 자유는 여전하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빈과일보는 홍콩에서의 저항을 불러일으키고 홍콩을 미국·영국의 대중 정책과 결탁시키려는 여론의 본거지가 됐다"며 "헌법에 대항하기 위해 여론을 조작하는 매체를 허용할 국가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에 대해 '어떠한 세력도 사회 발전의 필연적인 추세를 바꿀 수 없다'는 의미를 담은 중국 속담(青山遮不住,毕竟东流去)을 언급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신문은 "언론의 자유는 좋은 것이지만, 서방의 언론의 자유는 반드시 국가이익, 공공안전과 일치해야 한다"며 "하지만 서방 국가들은 빈과일보가 홍콩의 안보와 중국의 국익을 위태롭게 할 자유를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홍콩의 그 어떤 것도 헌법에 맞설 수 없다"며 "헌법과 기본법에 맞서는 행위를 미화하려는 모든 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빈과일보 폐간이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래픽] 홍콩 반중매체 '빈과일보' 폐간 주요 일지
[그래픽] 홍콩 반중매체 '빈과일보' 폐간 주요 일지

(AFP=연합뉴스) 장예진 기자 = jin34@yna.co.kr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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