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톡톡] 여름휴가의 추억
송고시간2021-06-27 07:53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그 후 두 번째 여름이 왔습니다. 첫 번째 여름은 정신없이 지나갔습니다. 초봄 급작스럽게 우리 곁에 다가와 한 순간에 모든 자유와 호흡을 빼앗고 전세계를 팬데믹의 공포속에 몰아넣은 바이러스는 기대했던 여름 휴가를 꿈도 꾸지 못하게 만들어버렸습니다.
이제 두 번째 여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어느덧 일상이 되어버린 마스크 속 삶은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지만 첫 번째 여름과는 조금 다른 움직임이 보입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계절이 아닌 이제는 한번 겪어본 여름이기에 첫 번째와는 '다름'이 생겼습니다. 움츠렸던 사람들이 활동반경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멈췄던 작년과 달리 주말 나들이객이 몰리는 곳도 생겨났고 그들의 이동으로 도로가 정체되고 항공기의 좌석이 만석이 되는 일도 발생합니다. 이 기세면 올여름에는 모두 어디로든 다시 휴가를 떠나버릴 것만 같습니다. 매년 갔었지만 한 해 쉬며 더 커진 아쉬움 때문일 것 입니다. 어느 정도 버텨냈다는 몹쓸(?) 자신감입니다.
물론 백신 접종이 탄력을 받고는 있습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누적 1차 접종자 수는 24일 현재 1천515만121명, 인구 대비 29.5%입니다. 접종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집단면역을 형성하기에는 부족합니다. 더군다나 1회만 접종해도 되는 얀센 백신 접종자를 포함해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접종 완료자의 수는 441만3천494명으로 전체 국민의 8.6%에 지나지 않습니다.
조심해야 할 것은 누그러진 경계심뿐만이 아닙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본부장은 24일 온라인 정례 브리핑에서 델타 변이 바이러스와 관련한 내용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지난주 러시아 모스크바에선 신규 확진자의 90%가, 영국은 신규 확진자의 99%가 델타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미국에서는 2주마다 델타 변이 감염자가 배로 증가하면서 감염자 비중이 20%까지 오른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방대본은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델타 변이가 190건이 확인됐고 지역감염 사례가 3건 보고돼 유입의 초기 단계로 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델타 변이는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물론이고 '알파 변이'보다도 전파력이 강해 실내에서는 60%, 실외에서는 40% 정도 전파 속도가 빠른 것이 해외연구 결과로 알려진 사실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확인되고 있지 않지만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이 더 높은 것으로 추정되는 '델타 플러스 변이'도 나타났습니다.
그렇다고 모두가 손꼽아 기다리던 여름휴가를 가지 말자는 것은 너무 가혹한 말입니다. 기다린 우리에게도 가혹하지만, 휴가를 기다렸던 숙박업소, 지역 맛집 등 관광업 종사자들에게는 생계가 걸린 잔인한 말 입니다. 결국 각자의 현명한 휴가계획이 어느때보다 필요한 때입니다. 정부는 휴가철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해수욕장 마스크 착용, 백사장 구획 별 배정제, 워터파크 등 놀이공원의 인원 제한 등의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방역수칙에 잘 따르고 휴가객이 몰리는 지역이나 시기는 피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해수욕장에서의 마스크, 워터파크에서의 거리두기를 생각하면 팬데믹 전의 뜨거웠던 여름휴가가 그립습니다. 일렁이는 파도 위에 몸을 실은 인파와 물 반 사람 반의 워터파크,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한입 가득 물던 시원한 수박도 생각납니다. 열대야로 잠못이루던 날은 도심 개천에 발 담그고 이야기꽃을 피웠더랬습니다.
매년 무더운 여름철을 맞아 공포 호러물이 새로 개봉해 극장가를 휩쓸기도 했습니다. 시원한 동굴을 찾아 뜨거운 햇살을 피하기도 했습니다.
한여름밤 젊은이들의 열정을 불태워줄 록 페스티벌도 열려 뜨거운 밤을 더 뜨겁게 불사르기도 했죠.
정중동(靜中動). 시원한 서점을 찾아 독서를 하며 더위를 이겨내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일생에 단 한 번뿐인 2021년 여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 소중한 계절을 계획 없이 날려 보내는 것은 누구에게나 안타까운 일입니다. 올해의 여름은 아깝지만, 내년과 그 이후의 여름을 위해 자제 없이 모든 것을 불태우는 휴가보다는 방역수칙을 잘 지키고 서로를 생각하며 여운을 남겨두는 것은 어떨까요? 코로나19 종식 후 일상의 여름으로 돌아가 위 사진 속의 우리들처럼 다시 뜨거운 여름을 즐기길 희망합니다. 2021.6.27
jjaeck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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