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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마스크 벗어 던진 미 독립기념일…"바이러스 완전탈출은 아직"

송고시간2021-07-05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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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앞 3km 내셔널 몰에 인파 몰려…1년새 확 달라진 불꽃놀이 행사

"백신 접종, 보건문제인데 정치화·위기극복에 중요"…바이든도 접종 촉구

미 독립기념일인 4일(현지시간)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워싱턴DC 내셔널 몰에 모인 인파. 마스크를 착용한 이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로이터=연합뉴스]

미 독립기념일인 4일(현지시간)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워싱턴DC 내셔널 몰에 모인 인파. 마스크를 착용한 이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로이터=연합뉴스]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7월 4일(현지시간) 밤 백악관 맞은편 관광 명소인 내셔널 몰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밤 9시 9분부터 17분간 진행되는 불꽃놀이를 구경하기 위해 링컨기념관에서 연방의사당까지 이어지는 3km가 넘는 잔디밭에 사람들이 모인 것이다.

불꽃놀이는 미국의 일반가정에서도 폭죽을 터뜨리며 기념할 정도로 독립기념일을 대표하는 행사 중 하나다.

이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극심했던 지난해와 상당히 분위기가 달랐다.

작년에는 11월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경제 정상화를 앞세워 보건 당국의 우려에도 무리하게 추진한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이날 행사는 미국이 전염병 대유행의 큰 고비를 넘기고 실질적 정상화를 향해 빠른 속도로 나아가는 와중에 열렸다.

미 독립기념일 불꽃놀이
미 독립기념일 불꽃놀이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4일(현지시간) 밤 워싱턴DC 앞 내셔널 몰에서 불꽃놀이가 진행되고 있다. jbryoo@yna.co.kr. 2021.7.4.

가장 눈에 띄는 부분 중 하나는 마스크 착용자를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가족 단위는 물론 연인, 친구로 보이는 수많은 이들이 몰렸지만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백악관 주변을 경비하는 비밀경호국(SS) 요원이나 지역 경찰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당국이 지난 4월 말 백신 접종자의 경우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지침을 내렸지만, 그래도 많은 인파가 모인 행사인 만큼 마스크 착용자가 제법 될 줄 알았다.

한국에 비해 마스크 거부감이 큰 미국인의 특성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백신의 힘이 느껴졌다. 미국은 3일 기준 18세 이상 성인 중 67%가 최소 1회의 백신을 맞았고, 면역에 필요한 접종을 모두 마친 이는 58.1%다.

독립기념일 불꽃놀이 구경 나온 20대 미국인
독립기념일 불꽃놀이 구경 나온 20대 미국인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22세 미국 남성 마이크 베일리가 4일(현지시간) 독립기념일을 맞아 워싱턴DC 앞 내셔널 몰을 찾아 불꽃놀이를 기다리고 있다. jbryoo@yna.co.kr. 2021.7.4.

22세의 남성 마이크 베일리는 백신을 접종했기 때문에 야외에서 굳이 마스크를 쓸 필요성을 못 느낀다며 내셔널 몰에서도 다른 사람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어 별다른 불안감은 없다고 말했다.

26세의 흑인 여성 애나 펠릭스도 백신을 접종했다면서 안전하게 미국의 생일을 축하할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해 이곳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은 미국이 코로나19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라는 점에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독립기념일을 바이러스로부터 독립하는 날로 삼겠다며 이날까지 성인 70%에 대한 최소 1회 접종 목표를 제시했지만 달성하지 못했다. 더구나 전염성이 매우 강한 델타 변이의 확산과 맞물려 미국의 확진자도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불꽃놀이 관람 나온 가족
불꽃놀이 관람 나온 가족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 독립기념일인 4일(현지시간) 밤 불꽃놀이를 구경하기 위해 워싱턴DC 백악관 앞 내셔널 몰에 인파가 몰렸다. 사진은 데이비드 네슬러(뒷줄 가운데) 가족의 모습. jbryoo@yna.co.kr. 2021.7.4.

가족과 함께 내셔널 몰을 찾은 데이비드 네슬러는 전염병 대유행에서 독립했다고 보냐는 질문에 "아직 준비됐다고 할 수는 없다. 바이러스에서 완전히 탈출했다고 보긴 이르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문제다. 백신은 보건의 문제인데 접종할지, 말지 자체가 너무 정치화했다"며 "전직 대통령과도 관련 있는 문제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마스크 착용은 물론 백신 접종에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 지지층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취지로 들렸다.

펠릭스 역시 자신의 직계가족은 모두 백신을 맞았지만, 친지 중 접종을 거부하는 이들도 있다면서 "이유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전염병 위기를 극복하려면 이들의 접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46세 여성은 "지금 위기 상황을 벗어나고는 있지만, 아직 끝은 아니다"라며 "백신 접종률을 높여 좀 더 안심할 상황이 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이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정상화의 길로 점점 다가서고 있지만 안심하긴 이르고 접종률을 더 올리는 것이 관건이라는 견해에 공통점이 있었다.

미 독립기념일 불꽃놀이
미 독립기념일 불꽃놀이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4일(현지시간) 밤 워싱턴DC 앞 내셔널 몰에서 불꽃놀이가 진행되고 있다. jbryoo@yna.co.kr. 2021.7.4.

이런 인식은 바이든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필수 노동자와 군인 가족 등 1천여 명을 초청한 행사를 열었다. 취임 후 백악관에서 열린 최대 규모 행사로 마스크 착용도 의무사항이 아니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미국이 함께 돌아오고 있다고 우리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며 "올해 독립기념일은 팬데믹과 격리의 해, 고통과 공포, 가슴 아픈 상실의 해의 어둠에서 빠져나오고 있음을 특별히 축하하는 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오해하지 말라. 코로나19는 완파되지 않았다. 모두 알다시피 델타 변이와 같은 강력한 변이가 출현했다"며 백신 접종이 "할 수 있는 가장 애국적인 일"이라고 미접종자의 접종을 호소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독립기념일 연설을 듣는 청중
바이든 대통령의 독립기념일 연설을 듣는 청중

[AP=연합뉴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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