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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샵샵 아프리카] 코로나·폭동 '퍼펙트 스톰' 남아공 수습 국면

송고시간2021-07-1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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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3차 대유행과 대규모 약탈·폭동 후 복구로 초점 이동

공장 전소·창고 약탈 피해 LG·삼성도 수습 착수

16일(현지시간) 남아공 더반의 한 몰 앞에 생필품을 사러 줄을 선 사람들
16일(현지시간) 남아공 더반의 한 몰 앞에 생필품을 사러 줄을 선 사람들

[AP=연합뉴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지난 한 주간 최근 수년 만에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다.

델타변이가 주도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에다 제이콥 주마 전 대통령 구금으로 촉발된 대규모 폭동과 약탈이라는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위기)'이 몰아닥쳤기 때문이다. 남반구에 있는 남아공은 지금이 한겨울로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보이기도 했다.

16일(현지시간)을 기점으로 사태는 발생 일주일 만에 수습과 복구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이날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이 소요의 진원지인 콰줄루나탈주를 방문한 것이 단적인 예다.

16일 소요 진원지 콰줄루나탈을 방문한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
16일 소요 진원지 콰줄루나탈을 방문한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

[AP=연합뉴스]

콰줄루나탈은 주마 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이었다.

이날 현지방송에는 콰줄루나탈의 항구도시 더반에서 약탈이 휩쓸고 간 뒤 남은 쓰레기를 청소하는 모습이 방영됐다.

마치 홍수가 휩쓸고 간 뒤 잔해를 치우는 것과 비슷한 인상을 줬다. 실제로 소요 기간 약탈에 가담한 주민들의 끝없는 움직임은 인해(人海)와 같았다.

경부선처럼 남아공 물류 대동맥인 더반과 최대 경제도시 요하네스버그를 연결하는 N3 고속도로와 더반∼케이프타운 간 N2 고속도로도 통행이 재개돼 차량 흐름이 비교적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을 방송은 공중에서 보여줬다.

앞서 소요 기간 주요 도로들이 차단되고 트럭 수십 대가 불타면서 생필품 운송 등 물류에 차질이 빚어진 것과 대조됐다.

15일 수도 프리토리아 한 대형마트의 파스타 판매대가 사재기 때문인 듯 비어있다.
15일 수도 프리토리아 한 대형마트의 파스타 판매대가 사재기 때문인 듯 비어있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이번 폭동의 심각성이 한국에 알려진 대표적 사례가 더반에 있는 LG 공장 전소다. 삼성도 콰줄루나탈에 있는 물류창고가 약탈 피해를 봤다.

LG 측은 약탈과 방화 발생 닷새만인 이날에야 겨우 현장 접근이 가능하다는 현지 경찰 얘기를 듣고 피해 공장에 실사를 위한 직원들을 파견하게 됐다.

LG 현지법인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사건 수습과 사업 재개를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간략히 말했다.

12일(현지시간) 남아공 더반에서 약탈당하고 방화 된 LG전자 공장
12일(현지시간) 남아공 더반에서 약탈당하고 방화 된 LG전자 공장

[교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삼성 현지법인 관계자도 "물류창고 피해 현장에 이제야 접근이 가능해 관리업체가 청소를 한다고 한다"면서 그동안 아프리카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온 만큼 정치적 소요와 약탈이라는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굳건히 계속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박철주 주남아공 대사는 "남아공 정부에 한국기업의 피해 상황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라고 말했다.

남아공 국방부 장관은 이번 사태에 대해 물류·유통 인프라 등에 대한 '경제적 사보타주(의도적 파괴행위)'라고 정의해 눈길을 끌었다. 현지 보도전문 채널 eNCA방송도 지난 며칠 동안 '폭력사태'라는 타이틀 아래 보도를 해 왔으나 이날은 '사보타주'라는 제목으로 생방송을 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의 경우 여러 선동자가 민주국가에 대한 공격을 벌인 것이라며 이들을 쫓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동자들이 주장하듯 '민족적(ethnic) 갈등'이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요하네스버그에서 약탈당한 한 교민의 가게
요하네스버그에서 약탈당한 한 교민의 가게

[피해 교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여기서 말하는 민족이라는 것은 콰줄루나탈이 본거지인 남아공 최대 민족 줄루족을 염두에 둔 것이다. 부패혐의 조사를 거부하다 구금된 주마 전 대통령도 줄루족 출신이라 자칫 민족 간 갈등으로 비화할 것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지난 5월 새로 줄루족 왕이 된 미수줄루 줄루도 법치에 대한 존중과 함께 줄루족이 스스로 자해하는 파괴 약탈 행동에 가담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콰줄루나탈은 폭동과 약탈 피해액만 200억 랜드(약 1조5천800억 원)로 추산된다. 업계에 따르면 다른 피해지역인 수도권 하우텡주의 요하네스버그 등을 포함해 이들 양대 소요지역을 중심으로 상가 몰 200곳 이상이 습격을 받아 상점 800곳 이상이 털리고 100곳이 완전히 불탔다. 약국도 100곳 넘게 약탈당했다.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통신탑 등도 파괴돼 이번 인프라 복구에만 2, 3년이 걸리고 피해 쇼핑센터 등에 재고를 다시 채우는 데만 10주가 걸릴 거라는 전망도 나왔다.

약탈을 당한 요하네스버그의 한 유통매장
약탈을 당한 요하네스버그의 한 유통매장

[교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물적 복구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212명에 달하는 사망자라는 인명 피해는 되돌릴 수 없다. 전국적으로 약탈 가담 혐의로 2천500명 넘게 체포돼 사법처리 절차가 시작됐다.

이번 사태는 세계에서 가장 빈부격차가 심한 나라 중 하나인 남아공의 사회적 기반이 얼마나 허약한지를 보여줬다.

주마 전 대통령 구금으로 인한 선동가들의 사보타주라는 정부 측 설명은 단순 약탈을 넘어 학교 등에 대한 방화까지 일어난 것을 보면 일면 타당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같은 선동이 먹혀들어 특히 흑인 밀집 지역인 타운십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물밀듯 약탈에 가담한 것은 정책 실패의 측면이 강하다.

아울러 사전에 정보기관 등이 동향을 탐지하고 관련 대책을 수립하는 데도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라마포사 대통령도 "정부가 좀 더 잘 대응할 수 있었다"고 간접적으로 책임을 시인했다.

일부 교민은 이번 폭력 사태로 남아공 이미지가 너무 부정적으로만 국내 언론에 비치는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교민사회도 한껏 움츠러든 가운데 차질을 빚던 코로나19 백신 접종도 15일부터 35세 이상으로 확대돼 해당 교민들이 너도나도 등록하면서 분위기가 그나마 다소 전환됐다.

이번 사태가 부패 혐의 전직 대통령 구금이라는 법치 수립에 따른 '창조적 진통'인지는 시간이 판가름해줄 듯하다.

16일 더반에서 청소 자원봉사자들과 얘기하는 라마포사 대통령
16일 더반에서 청소 자원봉사자들과 얘기하는 라마포사 대통령

[AFP=연합뉴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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