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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중형으로 단죄된 옵티머스 사기…로비 의혹 더 철저히 캐야

송고시간2021-07-2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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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1조 원대 펀드 사기 사건으로 불린 옵티머스 사건 피고인들이 1심에서 중형으로 단죄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는 2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이하 옵티머스) 대표에게 징역 25년을, 옵티머스 2대 주주 이동열 씨와 옵티머스 이사 윤석호 씨에겐 각각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작년 6월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 1년 만에 나온 이번 선고는 검찰 구형량보다는 줄었지만 피고인들에게 제기된 주요 혐의를 인정하고 철퇴를 가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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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1조 원대 펀드 사기 사건으로 불린 옵티머스 사건 피고인들이 1심에서 중형으로 단죄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는 2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이하 옵티머스) 대표에게 징역 25년을, 옵티머스 2대 주주 이동열 씨와 옵티머스 이사 윤석호 씨에겐 각각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작년 6월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 1년 만에 나온 이번 선고는 검찰 구형량보다는 줄었지만 피고인들에게 제기된 주요 혐의를 인정하고 철퇴를 가한 모양새다. 최종 평가야 3심까지 보고 내려야 하겠으나 사필귀정이라 할 판단으로 이해한다.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투자자 수천 명으로부터 1조3천억 원대 자금을 끌어모아 부실채권 인수와 펀드 돌려막기에 사용한 혐의는 누가 봐도 악질적이다.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안전하다는 공공기관 매출채권 투자 약정을 믿고 투자했다 뒤통수 맞은 수많은 피해자와 금융상품 신뢰를 산산조각 내며 자본시장 질서를 뒤흔든 피고인들의 행각을 떠올리면 지체된 사건 수사와 처벌에 대해 갖게 되는 아쉬움이 오히려 크다. 정영제 전 옵티머스대체투자 대표 등 다른 피고인 단죄, 미진한 정ㆍ관계 의혹 수사와 처리 등에 법원, 검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관계 당국은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늘 이런 사건이 터지면 분출하는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라는 시민들의 요구에 어느 정도나마 부응하는 길은 그것일 수밖에 없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이 사건이 수면 위로 떠 오른 건 작년 6월이다. 투자자들에게 당장 돌려줄 돈이 없어 환매 중단 사태가 터진 것이다. 안으로 곪을 대로 곪은 뒤 불거진 사건의 속살은 참담했다. 이미 피해자와 피해 금액이 눈덩이였기 때문이다. 뒤늦은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면 금융감독 당국조차 믿을 게 못 됐다. 금융감독원은 옵티머스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95% 이상을 투자하는 것으로 설정·설립 보고를 해놓고도 일반 회사채에 투자가 가능하도록 모순적 집합투자규약을 첨부했는데도 보완조치를 요구하지 않고 인정했다. 2017년부터 사태를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으나 놓쳤고 심지어 펀드 자금 400억 원이 대표 개인 증권계좌로 넘어간 사실을 확인하고도 검사에 착수하거나 금융위ㆍ수사기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 감사원의 지적이다. 한 금감원 전직 국장은 2018∼2019년 김재현 대표에게 펀드투자 유치, 경매절차 지연, 각종 대출과 관련해 금융권 관계자들을 소개해주고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감독 당국이 이 지경이라면 믿고 거래할 금융상품이란 있을 수 없다. 재발 방지를 위한 책임 추궁과 제도 정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2차 둑이어야 할 검경의 부실 대응 비판이 이어지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2018년 김재현·정영제가 공모해 옵티머스에 투자된 전파진흥원 자금으로 성지건설을 인수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이 경찰에 접수됐으나 김 대표를 배임 혐의로 고소한 내부 관계자가 착오였다며 조사를 원하지 않는다고 해 없던 일이 됐다. 전파진흥원도 뒤늦게 이를 알고 김 대표에 대해 횡령 등 혐의로 2018년 10월 검찰에 수사 의뢰했으나 서울중앙지검은 2019년 무혐의 처분했다.

옵티머스가 법망을 피할 수 있었던 배경과 관련해 눈길이 가는 것은 정ㆍ관계 등 유력 인사를 고문단 등으로 두고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양호 전 나라은행장, 김진훈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 등이 고문단으로 활동하며 회사가 고비를 맞을 때마다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내용의 '펀드 하자 치유' 문건에 주목하며 관련 수사를 하고 있다. 문건에는 특히 2018년 옵티머스가 투자한 성지건설의 매출채권 일부가 위조된 것으로 드러나 검찰에 수사 의뢰되자, 이 전 부총리가 채 전 총장을 옵티머스에 소개한 것으로 나와 있다고 한다. 그때 수사가 제대로 됐다면 피해액이 1조 원대로 커지진 않았으리란 가정 때문에라도 철저한 수사가 요구되는 부분이다. 그간 검찰 수사를 통해 윤석호 이사의 배우자인 이진아 전 청와대 행정관이 옵티머스 지분 약 10%를 보유하고 옵티머스 관계사들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근무한 전직 수사관 한 명도 김 대표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또 전파진흥원 수사 의뢰 사건 무혐의 처분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행위 등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판단하게 된다. 어느 것 하나 소홀히 다룰 수 없는 사안이다. 제2, 제3의 옵티머스를 막기 위한 교훈을 얻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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