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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in제주] 제주에는 '국내산' 돼지고기가 없다?!

송고시간2021-07-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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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제주 대표 먹거리 하면 생각나는 것 중 하나는 '돼지고기'다.

국내외 관광객 가운데 돔베고기나 고기국수, 몸국 등 제주 전통 요리 등을 통해 돼지고기를 맛보지 않는 이는 손에 꼽을 정도다.

흥미로운 점은 현재 제주에서는 제주산 아니면 수입산 냉동 돼지고기만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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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으로 다른 지방산 반입 중단

코로나19 사태 속 관광객 수요 증가로 가격 '껑충'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제주 대표 먹거리 하면 생각나는 것 중 하나는 '돼지고기'다. 국내외 관광객 가운데 돔베고기나 고기국수, 몸국 등 제주 전통 요리 등을 통해 돼지고기를 맛보지 않는 이는 손에 꼽을 정도다.

제주 흑돼지 구이
제주 흑돼지 구이

촬영 전지혜

흥미로운 점은 현재 제주에서는 제주산 아니면 수입산 냉동 돼지고기만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산 돼지고기는 관광객은 물론, 도내 소비자도 먹어볼 수 없다. 왜 그럴까?

◇ 다른 지방산 돼지고기 15년 만에 반입 허용됐다 2년 만에 금지

사실 그동안 다른 지방에서 생산되는 돼지고기가 제주에 전혀 들어오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제주도는 1999년 전국 최초로 가축 전염병 청정지역으로 선포돼 그해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주산 돼지고기가 일본으로 수출됐다.

제주도는 질병 청정지역이라는 돼지고기 일본 수출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돼지열병 유입을 방지하고자 2002년 4월 18일부터 다른 지방산 돼지고기 반입을 금지했다.

이에 따라 제주에서 육지부 돼지고기를 맛볼 수 없게 됐다.

하지만 2010년 전국 구제역 발생에 따라 제주 돼지에도 백신을 접종하면서 일본 수출이 중단됐다. 제주산 돼지고기 일본수출 조건 중 하나가 '비백신'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수년간 제주산 돼지고기의 일본 수출이 재개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결국 도민들로부터 제주산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내산 돼지고기를 선택할 권리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제주도는 이에 15년만인 2017년 10월 10일 다른 지방산 돼지고기 반입을 조건부 허용하는 내용의 '반입금지 가축 및 그 생산물 품목'을 변경 고시했다.

당시 일부 양돈농가들의 가축분뇨 무단 배출 등 불법적 행위가 도를 넘어선 것도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지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도는 '반입금지 가축 및 그 생산물 품목'을 변경 고시하면서 다른 지방산 돼지고기 반입 조건으로 반입 예정 3일 전까지 동물위생시험소에 반입 품목과 반입 지역 등을 사전 신고하도록 했다.

또한 돼지고기 반입 시 신고내용과 일치 여부를 확인하고 동시에 반입 차량과 운전자, 운전석 등에 대해 별도의 소독을 하는 한편 반입 돈육의 시료를 채취해 돼지열병 바이러스 모니터링 검사를 이행해 안전성을 확보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향후 다른 지방에서 돼지열병이 발생할 경우 해당 질병이 종식될 때까지 반입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그러던 중 2019년 9월 경기도 파주에서 국내 농장에서는 처음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사례가 발생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돼지에게서만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제1종 가축전염병이다.

결국 도는 같은 해 9월 17일부터 바이러스 유입 요인을 차단하기 위해 다른 지방산 돼지고기와 부산물에 대해 반입을 전면 금지했다.

이어 일주일 뒤인 24일 살아있는 제주산 돼지의 반출 금지도 시행,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제주축협공판장
제주축협공판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 코로나19 사태 속 '제주산 돼지고기' 나 홀로 가격 폭등

사실 15년 만에 다른 지방산 돼지고기가 제주에 반입됐을 때 도내 양돈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

2017년 10월부터 2019년 8월까지 제주에서 소비된 다른 지방산 돼지고기 비중은 전체의 0.8% 수준으로 나타났다.

도는 이러한 원인으로 이미 구축된 제주산 돼지고기의 브랜드 가치가 견고한데다 가격 경쟁력에서도 뒤지지 않는 점을 꼽았다. 당시만 해도 제주산 돼지고기는 다른 지방산 돼지고기보다 1㎏당 평균 1천 원가량 비쌌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사정이 달라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해외로 나가지 못한 관광객이 제주로 몰리면서 돼지고기 수요가 늘어난 반면 제주산 돼지의 도축 두수는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제주산 돼지고기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도민들은 다른 지방산 돼지고기의 반입이 금지된 상황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값비싼 제주산 돼지고기를 사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값싼 수입산 냉동 돼지고기도 있지만, 제주산 돼지고기에 비하면 맛이 떨어지고, 특히 관광객의 경우 제주까지 와서 수입산 냉동 돼지고기를 찾을 이유도 없다.

25일 제주도와 제주양돈농협에 따르면 제주산 돼지고기 평균 경매가격은 7월 첫째 주 기준 1㎏당 8천96원으로 같은 기간 전국 평균 5천855원과 비교해 2천241원(38%)이나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주산 흑돼지의 경우 지난 5일 1㎏당 1만1천700원까지 올라 올해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하기도 했다. 돼지고기 경매 가격이 1㎏당 1만원을 넘어선 것은 2015년 이후 6년 만이다.

제주산 돼지고기는 통상 연초에 하락세를 보이다 야외 활동이 늘어나는 5월부터 가격이 올라 7월 말과 8월 초 사이에 정점을 찍는다.

하지만 올해는 1월 1kg당 5천163원에서 4월 6천217원으로 재차 오른 데 이어 7월 첫째 주에는 8천96원까지 치솟으며 연초부터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주흑돼지
천연기념물 제주흑돼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도는 도축 물량 감소에 더해 아프리카돼지열병과 낙후 축산농가 폐업 조치, 사육밀도 감소, 코로나19 속 수요 증가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 6월 기준 상반기 도축 물량은 43만4천521두로 지난해 동일 기간 45만7천396두보다 2만2천875두(5%) 줄었다. 이 가운데 경매에 내놓은 물량은 지난해 13만224두에서 올해 11만775두로 1천449두(11%)나 줄어들었다.

경매에 나오지 않는 나머지 물량은 양돈농가와 육가공업체가 계약해 도축장에서 이용도축을 하는 경우다. 이용도축은 축산농가에서 직접 매입한 돼지를 가지고 가서 도축장에 수수료를 내고 도축해 가져가는 것을 말한다.

문제는 최근 들어 도축 물량 감소보다 경매 물량 감소가 더욱 가파르면서 제주산 돼지고기 가격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내 돼지고기 1㎏당 가격은 매일 이뤄지는 경매 가격의 평균으로 정해진다. 이는 이용도축하는 돼지고기의 가격도 마찬가지다. 즉, 경매 물량이 줄어들면 당연히 가격도 높아진다.

제주시 유통업체인 A 축산 관계자는 "도내에서 하루 도축되는 돼지 중 30%만 경매를 해도 문제가 안 된다"면서 "최근 수요가 늘어난 틈을 타 축산농가들이 가격을 올리려고 의도적으로 경매물량을 줄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1천200∼1천300두를 유지하던 경매 물량이 500∼1천 두로 떨어지면서 부르는 게 값"이라고 토로했다.

이로 인해 소비자 사이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제주산 돼지고기를 먹을 돈이면 소고기를 먹겠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7월 셋째 주 기준 돼지고기 삼겹살 소매가격은 100g당 최고 3천280원으로, 수입 쇠고기 살치살 3천880원과 맞먹는다.

이와 관련, 도 관계자는 "추석까지 돼지고기 가격 고공행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축산 농가의 경매 참여를 높이기 위해 협조를 구하고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dragon.m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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