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양궁 첫 금메달 만든 한 번의 조언과 두 번의 '파이팅!'
송고시간2021-07-24 19:28
(도쿄=특별취재단) 특별취재단 = "(김)제덕이가 '코리아 파이팅!'이라고 많이 외쳐 준 덕에 덩달아 긴장이 풀리고 더 편안한 마음으로 사선에 설 수 있었습니다."
24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혼성단체전에서 가장 관심을 받은 것은 김제덕(17·경북일고)의 '목청'이었다.
김제덕, 그리고 그와 한 조를 꾸려 혼성전에 나선 안산(20·광주여대)은 나이 어린 올림픽 무대 '초짜'들이었다.
남녀 대표팀 막내인 이들이 전날 랭킹라운드에서 나란히 1위를 해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혼성전 출전 티켓을 손에 넣자 이들의 국제무대 경험 부족이 어떤 식으로든 토너먼트에서 드러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었다.
오전 열린 첫 경기 방글라데시와 16강전에서 사로에 오른 김제덕은 긴장했다. 그러나 '코리아 파이팅!'이라고 기합을 넣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1세트 첫발에서 김제덕은 9점을, 안산은 10점을 쐈다.
이후에도 김제덕의 파이팅은 이어졌다. 상대가 쫓아오려 할 때면 커다란 목소리로 기합을 넣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안산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제덕이가 '코리아 파이팅!'이라고 많이 외쳐 준 덕에 덩달아 긴장이 풀리고 더 편안한 마음으로 사선에 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거침없이 금메달을 향해 나아가던 김제덕과 안산은 네덜란드와 결승전에서 처음으로 위기를 맞이했다. 1세트를 35-38로 내주고 말았다.
그전까지 뒤에서 대표팀 막내들을 묵묵히 바라보기만 하던 홍승진 남자 대표팀 감독이 2세트를 앞두고 조언했다.
"욕심부리지 말고 해왔던 것, 우리 것만 목표로 삼고 계속하자!"
흔들리던 마음을 다잡은 김제덕과 안산은 2세트를 37-36, 간발의 차로 가져가며 세트 점수 2-2를 만들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4세트를 앞두고 가장 결정적인 '파이팅!'이 나왔다. 김제덕이 이날 가장 큰 소리로 기합을 넣었다.
얼음장처럼 냉정한 표정의 안산도 이번만큼은 목이 터져라 함께 '파이팅!'을 외쳤다.
그러고는 김제덕과 안산 모두 10점을 꽂았다. 두 막내를 금메달로 인도한, 가장 결정적인 두 방이었다.
30-39에서 쏜 안산의 마지막 화살이 9점에 꽂혔다. 한국과 네덜란드는 마지막 세트 점수를 1점씩 나눠 가졌고, 막내들은 5-3 대역전극을 마무리했다.
승부의 변곡점마다 막내가 외친 '파이팅'은 팬들에게 깊은 감동을 줬다.
감동은 이어진다. 여자와 남자 대표팀이 차례로 25일과 26일 단체전에서 금빛 과녁을 정조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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