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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법 1년] ① 전월세 갱신 늘었지만 물건 줄고 임대료 폭등

송고시간2021-07-25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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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을 담은 임대차법 개정안이 작년 7월 31일 시행된 지 1년이 되어갑니다.

전세 물건 감소와 임대료 폭등, 이중 가격 현상, 임대차 계약 갈등 증가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 등 새로 집을 구하는 임차인들은 전세 물건이 줄고 보증금 급등으로 시름이 깊고, 계약 갱신 과정의 혼란과 분쟁도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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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아파트 전셋값 1년새 10% 올라…수도권 11%↑·세종 60%↑

[※ 편집자 주 =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을 담은 임대차법 개정안이 작년 7월 31일 시행된 지 1년이 되어갑니다. 새로운 제도 시행 이후 나타난 부동산 시장 상황과 해결과제, 전문가 제언 등을 세 꼭지로 나눠 송고합니다.]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정부는 새로운 임대차법 도입 이후 전월세 계약 갱신율이 높아지고 임대차 기간이 늘어나는 등 임차인의 주거 안정이 제고됐다고 자평한다.

적지 않은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2년 더 계약을 연장하고 보증금을 5% 이내로 올리면서 당장의 부담을 던 것은 정부가 의도한 입법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23일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23일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전세 물건 감소와 임대료 폭등, 이중 가격 현상, 임대차 계약 갈등 증가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 등 새로 집을 구하는 임차인들은 전세 물건이 줄고 보증금 급등으로 시름이 깊고, 계약 갱신 과정의 혼란과 분쟁도 현재진행형이다.

전세 불안으로 인해 매매로 돌아선 수요가 서울 외곽과 수도권 중저가 아파트로 유입되면서 매매 시장을 자극해 집값을 밀어 올리고 있다.

◇ 1년간 전셋값 10% 넘게 올라…서울은 강남권, 지방은 광역시 상승

2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새 임대차법 도입 직전인 작년 6월 중순부터 올해 6월 중순까지 1년간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10.26% 상승했다. 이는 직전 1년 2.18%와 비교하면 5배 가까이 높은 것이다.

연간 상승률 기준으로 보면 2011년(15.38%) 이후 약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의 상승률이다.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재작년 하반기부터 서서히 오르기 시작해 작년 상반기 0.15∼0.45%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했으나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7월 말 이후 8월 0.68%, 9월 0.81%, 11월 1.02%, 12월 1.52% 등으로 급등했다.

올해 들어서도 1월 1.10%로 높은 상승률을 이어가다가 2·4 공급대책이 발표된 2월 0.99%로 상승세가 소폭 꺾인 뒤 3월 0.70%, 4월 0.54%, 5월 0.54%로 오름폭을 줄였지만 여전히 높은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강남발 재건축 이주 수요 등 영향으로 지난달 0.69%로 다시 상승 폭이 확대되면서 전세 불안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그래픽] 전국 아파트 전셋값 증가 추이
[그래픽] 전국 아파트 전셋값 증가 추이

(서울=연합뉴스) 장예진 기자 = jin34@yna.co.kr

지난 1년간 전셋값은 서울·수도권·지방을 가리지 않고 모두 큰 폭으로 올랐다.

전셋값이 가장 높은 수준인 서울에서는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가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서초구가 10.86% 올라 서울에서 가장 많이 올랐고, 송파구(10.20%)와 강동구(9.64%)가 그 뒤를 이었다. 강남구도 8.74% 올라 상승률 탑 5에 올랐다.

동작구(8.81%)와 관악구(7.88%) 등 강남 인접 지역은 물론,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세가 많은 노원구(7.89%)나 성북구(7.14%) 등도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수도권 전셋값은 지난 1년간 10.69% 올라 전국 상승률을 웃돈다.

경기도가 12.04% 상승한 가운데 남양주시(18.70%), 고양 덕양구(18.51%), 용인 기흥구(18.33%), 안산 단원구(16.96%), 수원 권선구(15.57%), 의왕시(14.87%), 수원 영통구(14.45%) 등 서울 인접 지역의 전셋값 상승세가 가팔랐다.

같은 기간 15.06% 오른 인천에서는 연수구가 24.14% 상승하고 서구가 18.33%, 중구가 17.44% 오르는 등 상승 속도가 더 빨랐다.

서울 중심에서 밀려난 임대차 수요가 서울 외곽으로, 이어 수도권으로 차례로 넘어가면서 수도권 역시 전셋값이 억 단위로 뛴 곳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무주택자들만 발을 동동 구르게 된 상황이다.

서울 부동산 시장(cg)
서울 부동산 시장(cg)

[연합뉴스TV 제공]

지방 역시 광역시를 중심으로 전셋값이 크게 뛰었다.

지난해 수도 이전 논의가 있었던 세종이 60.35% 폭등해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부산(11.11%)에서는 기장군(20.54%)·해운대구(17.50%)·강서구(15.74%) 등을 중심으로, 대전(17.68%)에서는 유성구(25.84%)·중구(16.74%)·서구(16.47%) 등을 위주로 크게 올랐다.

울산(21.25%) 역시 남구(23.78%)·중구(22.34%)·북구(22.96%)를 중심으로, 대구(10.17%)는 수성구(14.34%)를 중심으로 올랐다.

광역시가 아니더라도 충남 아산시(17.11%)·계룡시(14.20%)·천안시(13.83%), 경남 창원 의창구(17.08%)·성산구(17.88%) 등도 전셋값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

◇ 갱신계약 늘며 매물 잠겨…같은 평형인데 신규 15억원·갱신 8억6천만원

전셋값 급등은 매물 잠김 현상과 신규 계약 시 높은 임대료 요구 등 새 임대차법의 부작용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저금리 장기화와 실거주 요건 강화, 8·4 대책과 2·4 대책 등으로 인한 청약 대기 등도 원인이지만, 계약갱신청구권을 이용해 기존 주택에 2년 더 눌러앉는 수요가 늘어난 것이 전세 잠김 현상의 핵심 요인으로 지적된다.

정부가 임대차법의 성과로 홍보한 서울 대표 아파트 100곳의 임대차 계약 갱신율이 법 시행 1년 전 평균 57.2%에서 시행 후 77.2%로 높아졌다는 것도 뒤집어 보면 신규 전세 물량이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 초년생과 신혼부부 등 신규 임대차 수요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전세 시장의 공급이 줄어든 것이다.

실제로 인터넷에 나온 전세 매물은 작년 8월 이후 급감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해 1월 7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전세 매물은 5만890건이었으나 임대차법 개정 논의가 한창이던 작년 7월 19일에는 4만417건으로 20.6% 급감했다.

법 시행 직후인 8월 1일 3만7천107건까지 감소한 전세 매물은 같은 달 16일에는 2만9천614건으로 줄어 다시 20.2% 감소했다.

정부가 작년 8월 21일 인터넷상 허위 매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것도 영향을 줬다.

인터넷 매물은 작년 8월 27일 1만5천828건에 이어 9월 1일 1만4천236건, 10월 1일 8천829건 등으로 크게 줄었다. 작년 11월 1일 1만1천253건, 올해 1월 1일 1만7천273건, 3월 1일 2만1천685건으로 회복됐으나 이후 다시 줄어 7월 5일 1만9천835건으로 축소됐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작년 8월 이후 인터넷에서 허위 매물이 사라진 영향도 있겠지만, 매물이 2만건이나 차이가 난다는 건 임대차법 시행의 영향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3일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23일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아파트 입주 물량이 부족했던 것도 전세 공급에 숨통을 틔워주지 못한 이유로 꼽힌다.

작년 4분기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1만2천여가구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7.9% 증가했으나, 올해 1분기와 2분기는 각각 작년 동기 대비 33.7%, 50.0% 줄어 전세 품귀 심화에 일조했다는 것이다.

신규 계약 임대료가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같은 아파트, 같은 평형임에도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 임대료가 2배 가까이 차이 나는 '이중 가격' 현상은 새 임대차법의 그늘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새로 전세 계약을 맺는 경우 억 단위로 뛴 시세에 맞춰 계약서를 쓰지만, 갱신 계약은 2년 전 보증금에 5%만 더해 연장하기에 새 법 시행 이후 전셋값이 얼마나 급등했는지를 한 눈에 보여준다는 것이다.

전셋값이 급등한 서울·수도권 주요 단지에서 이런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84.99㎡는 이달 2일 보증금 15억원(20층)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는데, 같은 달 6일 8억6천100만원(21층)에 다른 계약이 체결돼 불과 나흘 사이 같은 평형의 전세 거래가 6억4천만원가량 차이가 났다.

8억6천100만원은 8억2천만원에서 5%(4천100만원)를 더한 금액이어서 이 계약이 갱신 계약이라는 것을 쉽게 추론할 수 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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