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런던부터 이어지는 '사브르 전성시대'…발 펜싱의 힘

최송아 기자 기자 페이지

(지바=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간판 종목인 남자 사브르가 기대대로 2020 도쿄올림픽 단체전 우승을 차지한 덕분에 한국 펜싱이 3회 연속 올림픽 금메달을 챙겼다.

28일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오상욱(25·성남시청), 구본길(32), 김정환(38·이상 국민체육진흥공단), 김준호(27·화성시청)가 우승을 합작하며 한국 펜싱은 도쿄올림픽에서 첫 금메달을 수확했다.

이로써 전성기의 시작으로 평가받는 2012년 런던부터 3개 대회 연속으로 올림픽 펜싱장 시상대 꼭대기에 태극기가 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국 펜싱은 이번 대회 금메달과 은메달, 동메달을 하나씩 따냈는데, 이 중 금메달이 남자 사브르 단체전, 동메달이 남자 사브르 개인전(김정환)에서 나왔다.

남자 사브르가 개인·단체 세계랭킹 1위를 달리고, 여자 사브르도 런던올림픽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김지연(서울특별시청)을 필두로 국제무대에서 꾸준히 입상해 온 가운데 이번 대회에서 강국의 입지를 재확인했다.

한국 펜싱에서 사브르는 초기엔 소외됐던 종목이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한국 펜싱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낸 종목이 플뢰레였고, 같은 대회에서 동메달이 나온 종목은 에페였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여자 플뢰레 개인전에서 남현희가 은메달을 따낸 게 유일한 메달이었다.

하지만 런던에서 남자 단체전을 제패하고, 여자 개인전에서 김지연이 '깜짝 우승'을 차지하며 전성기의 막을 올렸다.

선수 시절 사브르 국가대표를 지낸 조종형 대한펜싱협회 부회장은 "사브르가 빠르고 섬세한 종목이라 우리와 잘 맞는 면이 있는데, 제가 뛸 땐 '사브르는 100년이 지나도 올림픽 메달은 못 딴다'는 말을 할 정도로 주목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심판의 영향력이 많이 개입할 수 있는 종목이라 유럽 국가들과 비교해 존재감이 크지 않던 과거엔 '나가도 안 된다'는 인식이 있었다. 국제대회 보낼 예산이 부족하면 사브르는 뺄 정도로 찬밥 신세일 때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선수들의 기술이 향상되고, SK그룹이 회장사를 맡은 이후 적극적인 지원 속에 국제대회 출전 기회도 늘어나며 발전이 시작됐다. 심판의 부당한 개입을 줄일 비디오 판독 도입 등도 도움이 됐다는 게 펜싱계의 평가다.

본격적으로 꽃을 피운 런던올림픽을 앞두고는 유럽 선수들을 공략할 해법을 찾은 게 올림픽 정상에 오르는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발 펜싱'이었다.

당시 남자 사브르 단체전 우승 멤버인 원우영 SBS 해설위원은 "런던 대회를 준비하며 연구를 많이 했다. 하체가 약해 손동작을 위주로 하는 유럽 선수들을 스텝으로 파고드는 게 승부수라고 생각해 그런 부분을 많이 준비한 게 통했다"고 돌아봤다.

원 위원은 "이게 지금까지도 상대가 '알고도 당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올림픽은 생애 첫 출전이지만, 최근 몇 년간 대표팀 주전 자리를 지키며 큰 경기 경험을 쌓은 오상욱, 김준호가 아직 20대 중반인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사브르는 한국 펜싱의 대표 종목으로 위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 한국 펜싱 역대 올림픽 메달

songa@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1/07/28 20:4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