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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아킬레스건 파열 딛고 다시 선 아내 지연아, 금보다 더 빛났어"

송고시간2021-08-01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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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한국 펜싱 사브르 대표팀의 간판이자 에이스 김지연(33·서울특별시청)의 남편 이동진(39) 씨는 2020 도쿄올림픽에 나선 아내를 보며 지난해 2월을 떠올렸다.

애초 예정된 도쿄올림픽을 5개월가량 앞두고 김지연이 오랜 선수 생활 중에서도 최대로 꼽을 만한 위기를 맞았을 때다.

여느 선수처럼 크고 작은 부상에 줄곧 시달려오며 30대에 접어들고 가정을 꾸린 뒤엔 국가대표 은퇴를 고민하던 그는 후배들과 도쿄올림픽 단체전 메달로 마무리하겠다며 마지막 도전을 택했는데,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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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전 동메달 김지연 남편 이동진씨 "정말 자랑스러워"

[올림픽] 김지연 '해냈다'
[올림픽] 김지연 '해냈다'

(지바=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한국 여자 펜싱 사브르 대표팀 김지연이 31일 일본 마쿠하리메세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 동메달 결정전 이탈리와 경기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올림픽 여자 사브르 단체 종목에서 한국 대표팀이 메달을 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1.7.31 handbrother@yna.co.kr

(지바=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수술을 기다리는 하루 내내 울었거든요. 그런데 그 뒤로는 울지도, 힘들다는 말도 하지 않더라고요."

한국 펜싱 사브르 대표팀의 간판이자 에이스 김지연(33·서울특별시청)의 남편 이동진(39) 씨는 2020 도쿄올림픽에 나선 아내를 보며 지난해 2월을 떠올렸다.

애초 예정된 도쿄올림픽을 5개월가량 앞두고 김지연이 오랜 선수 생활 중에서도 최대로 꼽을 만한 위기를 맞았을 때다.

당시 김지연은 왼쪽 발목 아킬레스건이 파열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올림픽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 올리려는 마음에 강도 높은 운동을 이어온 게 화근이었다.

여느 선수처럼 크고 작은 부상에 줄곧 시달려오며 30대에 접어들고 가정을 꾸린 뒤엔 국가대표 은퇴를 고민하던 그는 후배들과 도쿄올림픽 단체전 메달로 마무리하겠다며 마지막 도전을 택했는데,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였다.

완치까지는 1년 정도 걸린다는 소견을 들었다. '8개월 만에 복귀한 선수가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은퇴했다'고 의사는 심각성을 설명했다. 그래도 김지연은 수술대에 올랐다.

이동진 씨는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아내가 '도쿄올림픽에 꼭 나가고 싶다, 무리한 재활이라도 시도하겠다'며 의지를 꺾지 않았다"며 "다른 부위의 근육이 풀리지 않도록 다음 날부터 초기 재활에 나섰다"고 전했다.

이동진씨와 김지연
이동진씨와 김지연

[이동진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배우와 게임 캐스터로 활동하는 이씨는 지극정성 외조로 소문이 자자하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땐 인도네시아로 날아가 응원하고, 스포츠지도사 자격증까지 딸 정도다. 수술 이후엔 주변에서 재활 관련 정보를 얻고 운동도 함께했다.

이씨는 "아내가 수술을 기다리는 하루 내내 울었지만, 이후엔 힘들다는 말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늘 스스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수술 뒤 한 달가량 지난 지난해 3월 올림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1년 연기되며 김지연은 시간을 벌었다.

재활 프로그램을 충실히 소화하며 집에서도 운동을 놓지 않았고, 4개월 정도 지나선 등산을 시작하는 등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 지난해 8월 복귀전이던 대통령배 대회에서 김지연은 개인·단체전을 석권하며 도쿄를 향한 청신호를 켰다.

이씨는 "복귀전에서 2관왕을 했다고 했을 땐 너무 놀랐다. 개인전 우승 뒤 통화에서 말로는 '내일 경기 있으니까 들뜨지 마. 그러다 다쳐'라고 담담했지만, 속으로는 놀라고 미안하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남편의 든든한 지원 속에 묵묵히 담금질을 이어온 김지연은 우여곡절 끝에 온 도쿄에서 마냥 웃지만은 못했다.

26일 개인전에서 2012 런던올림픽 개인전 금메달 당시 준결승 상대였던 마리엘 자구니스(미국)를 이번엔 넘지 못한 채 16강에서 탈락했다.

31일 단체전에선 헝가리와의 8강전부터 마지막 주자로 나서 45-40으로 경기를 끝냈으나 준결승에선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에 완패하며 세계 1위의 벽을 실감해야 했다.

[올림픽] 올림픽 첫 메달 건 여자 사브르 단체
[올림픽] 올림픽 첫 메달 건 여자 사브르 단체

(지바=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한국 여자 펜싱 샤브르 대표팀 (왼쪽부터) 최수연, 김지연, 서지연, 윤지수가 31일 일본 마쿠하리메세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펜싱 여자 샤브르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뒤 시상대에 올라 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올림픽 여자 사브르 단체 종목에서 한국 대표팀이 메달을 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1.7.31 handbrother@yna.co.kr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 경기가 될 수 있는 이탈리아와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두 번의 라운드를 치르는 동안엔 상대 선수에게 줄곧 열세를 보였고, 팀은 15-25로 끌려다녔다.

하지만 동생들이 힘을 내며 7번째 경기 이후 한국은 35-33으로 전세를 뒤집었고, 40-38의 리드를 넘겨받고 로셀라 그레고리오와 마주한 김지연은 에이스로 돌아왔다. 마지막 45점째를 김지연이 먼저 내며 45-42. 한국의 여자 사브르 단체전 사상 첫 메달이 그렇게 탄생했다.

"앞선 다른 단체전에서 모두 메달이 나온 상황에서 마지막 주자로 나선 부담감이 얼마나 컸을지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팠다"는 이동진 씨는 메달이라는 결과보다 아내가 밟아온 과정에 경의를 표했다.

"모든 걸 지켜본 나는 당신이 얼마나 이를 악물고 재활했는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 알고 있고 너무 자랑스러워. 그토록 간절했던 마지막 올림픽에서 피스트 위의 당신은 금보다 더 빛났어. 기적 같은 동메달을 따낸 김지연, 불사조 인정! 사랑해∼ 이제 얼굴 좀 봅시다."

메달을 따낸 뒤 만난 김지연은 남편에게 "항상 힘이 돼줘서 고맙다"고 인사하며 "줄곧 선수촌에 있어서 신혼 생활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는데, 빨리 귀국해서 보고 싶다"고 화답했다.

song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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