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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버는 다차원적 지식인…방법론 특징은 정답 없다는 것"

송고시간2021-08-01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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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막스 베버 선집 번역의 첫 결실로 신간 두 권을 선보인 김덕영(63) 독일 카셀대 교수는 지난달 2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베버는 서구의 특성을 밝혀내기 위해 단순히 이론을 고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사적 연구를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베버 전문가인 김 교수는 선집 제1권 주제가 방법론인 데 대해 "베버의 방법론이 국내에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다"며 "그동안 산발적, 부분적으로만 알려져서 체계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베버 방법론 특징을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정답이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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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집 번역 시작한 김덕영 교수…"장기적·체계적 작업 필요"

"저작에 무한대 가까운 지식 있고, 문체 난삽해 번역 어려워"

막스 베버 선집 번역한 김덕영 교수
막스 베버 선집 번역한 김덕영 교수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막스 베버 선집을 번역한 김덕영 독일 카셀대 교수가 29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막스 베버를 카를 마르크스와 함께 사회과학의 양대 산맥이라고 하는데, 일리가 있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를 사회학자로만 봐서는 안 됩니다. 사회학뿐만 아니라 정치학·경제학·역사학을 포괄한 지식인이었어요."

막스 베버 선집 번역의 첫 결실로 신간 두 권을 선보인 김덕영(63) 독일 카셀대 교수는 지난달 2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베버는 서구의 특성을 밝혀내기 위해 단순히 이론을 고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사적 연구를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베버는 이론과 경험, 인식론과 방법론 등 사회과학이 추구할 수 있는 다양한 측면을 두루 탐구했다"며 "예술, 농업사, 법 등 건드리지 않은 분야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막스 베버(1864∼1920)는 유럽 자본주의 발전에서 종교의 역할을 규명하기 위해 집필한 저작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으로 유명하다. 베버의 글은 대부분 단행본이 아닌 논문 형태로 나왔는데, 선집은 베버 논문 중 중요한 작품을 모은 책이다. 독일에서는 베버 100주기인 지난해 54권으로 완간됐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베버 전문가인 김 교수는 선집 제1권 주제가 방법론인 데 대해 "베버의 방법론이 국내에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다"며 "그동안 산발적, 부분적으로만 알려져서 체계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베버는 독일 사회과학계가 쌓은 토대를 바탕으로 버릴 것은 버리고 추릴 것은 추려 논리와 방법론을 만들었다"며 "지성사적 관점에서 봐도 베버는 공부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베버 방법론 특징을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정답이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베버에 따르면 정답 자체보다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한국 사람은 맞냐, 틀리냐를 따지는 데 익숙합니다. 그래서 베버가 쓴 유교나 도교에 관한 글을 읽으면 틀렸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베버가 동양에 대해 잘못 쓸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의 방법과 관점을 배워야 합니다. 사회과학은 나름의 정답을 제시한 뒤 다양한 수단으로 남을 설득하고 논증하는 학문입니다."

김 교수는 베버 선집 번역에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3권짜리 종교사회학이 워낙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번역 작업이 필요하다고 거듭 이야기했다. 한국어 문체를 생각하면 번역은 혼자서 하는 편이 낫다는 소신도 털어놨다.

그에게 베버 선집 번역의 어려움을 묻자 "도무지 독자를 고려하지 않은 난삽하고 복잡하고 긴 글을 옮기느라 힘들다"고 답했다. 베버의 글은 비문도 적지 않아서 엄밀히 평가하면 악문(惡文)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베버 저작에는 무한대에 가까운 온갖 지식이 담겼는데, 글은 뒤죽박죽인 경우가 있다"며 "당시 독일에서 아름답고 예술적인 문장을 강조하는 이른바 '문체미학'이 유행했는데, 베버는 이를 비웃었고 내용을 중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베버처럼 쓰면 안 되지만, 옛날 글이기도 하고 대가의 특권이라고 볼 수도 있다"며 "최소한 우리 독자들이 읽었을 때 이해되도록 해야 하고 필요한 정보도 잘 전달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김 교수는 번역할 때 독자 이해를 돕는 해제를 충실하게 작성하고, 각주도 상세하게 달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번역을 하다 막히는 부분이 나오면 베버 전집을 참고하거나 독일 학자와 토론을 한다고 설명했다.

가끔 친구들과 만나 술잔을 기울이는 것 외에 특별한 취미가 없다는 김 교수는 비교적 활발하게 번역이 이뤄지는 철학과 비교해 사회과학 분야는 원전을 옮긴 번역서가 많지 않아 아쉽다고 했다.

"보통 사회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유학하러 가도 한국 사회를 분석한 논문을 씁니다. 사회과학의 이론적 훈련을 받은 사람이 별로 없어요. 물론 남의 언어로 학습해서 학위를 따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이론을 알아야 해요. 우리나라 사회과학 이론 연구가 황폐화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막스 베버 선집 번역한 김덕영 교수
막스 베버 선집 번역한 김덕영 교수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막스 베버 선집을 번역한 김덕영 독일 카셀대 교수가 29일 책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 교수는 겨울에만 독일로 건너가 강의를 하고, 주로 국내에서 연구 활동을 한다. 베버와 게오르크 지멜 저작 번역, 서구 사회학 거장의 학문 세계를 소개하는 '사회학 이론 시리즈' 집필, 한국 근대성 분석이 연구의 세 가지 축을 이룬다.

2014년 펴낸 '환원근대'라는 책에서 한국 근대화 담론을 논했던 김 교수는 "우리나라 근대화는 국가와 재벌이 주체가 돼서 동맹을 맺고, 산업화와 경제 성장을 추구한 점이 특징"이라며 "이로 인해 개인은 주변화하거나 도구화됐고, 지금도 기후·생태·젠더·세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성장에만 관심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러한 시각을 바탕으로 일제 총독부, 미군정, 박정희 정부를 각각 분석한 국가 3부작을 쓰고 싶다고 했다. 일제가 씨앗을 뿌리고, 미군정이 인큐베이터로 기능하면서 우리나라 근대화는 이중적 왜곡이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지역별로 찢어져 살았던 유럽과 달리 2천 년 전부터 획일화된 중앙 집권 체제가 이어졌다"며 "국가 3부작은 '환원근대'를 자세히 풀어 쓴 각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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