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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암호 참사 1년] ②끝나지 않은 악몽…'극적 생존' 그날의 증언

송고시간2021-08-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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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춘천 '의암호 참사'가 일어난 지 꼬박 1년이 지났지만, 생존자 곽원복(69)씨는 마치 어제 일처럼 또렷하게 기억했다.

끈끈이처럼 들러붙어 있는 그날의 기억은 수문에 빨려 들어가던 '아찔한 순간'을 너무나도 생생히 재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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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떠내려간 기간제근로자 곽원복씨 "하나님 도와주세요" 기도

"언젠가 일어났을 사고…안전교육 제도화·장비 개선해야"

수문에 빨려 들어갔을 당시 모습 재연하는 곽원복씨
수문에 빨려 들어갔을 당시 모습 재연하는 곽원복씨

[촬영 박영서]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제가 교회를 다니는데, 수문에 빨려 들어가는 순간 '하나님, 하나님 곁으로 갑니다. 도와주세요'라고 기도했어요.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감정이 좀 그래요…"

춘천 '의암호 참사'가 일어난 지 꼬박 1년이 지났지만, 생존자 곽원복(69)씨는 마치 어제 일처럼 또렷하게 기억했다.

끈끈이처럼 들러붙어 있는 그날의 기억은 수문에 빨려 들어가던 '아찔한 순간'을 너무나도 생생히 재생시켰다. 금세 곽씨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2020년 8월 6일 오전 11시 30분께. 곽씨는 강원 춘천시 의암댐 수문으로 빨려 들어가는 차가운 물 속에서 하나님에게 빌고 또 빌었다.

억수 같은 비가 쏟아지길 수일째. 의암댐 상류에 자리한 춘천댐과 소양강댐이 수문을 활짝 열고 매초 7천여t에 달하는 물을 쏟아내면서 의암호 일대 유속은 수도꼭지를 튼 것처럼 빨랐다.

사고 발생 한 달여 전, 용돈벌이라도 할 겸 의암호 정화 활동을 하는 춘천시 기간제 근로자 모집에 지원했을 때만 해도 이런 비극이 벌어질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수문에 빨려 들어갔을 당시 모습 재연하는 곽원복씨
수문에 빨려 들어갔을 당시 모습 재연하는 곽원복씨

[촬영 박영서]

그리고 이날 '수초섬이 떠내려간다'는 연락을 받고 출동한 의암호에서 곽씨는 가족만큼 형제처럼 의좋게 지냈던 동료 3명을 잃고, 그야말로 죽다 살아났다.

"3일 전에도 수초섬 하나를 옮겨놓은 일이 있어서 '거 단단히 좀 붙잡아 놓지' 하면서 나갔었죠."

당시 화장실을 갔다 오느라 늦은 곽씨에게 동료들은 "빨리 나가야 한다"고 재촉했다.

곽씨는 양말이 젖은 탓에 가슴 장화가 잘 들어가지 않자 급한 마음에 일반 우비와 장화를 신었다.

결과적으로 이 작은 행동 하나가 곽씨의 생명을 살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가슴 장화는 물이 가득 차 움직임을 제한한 반면 우비에는 공기가 차면서 자유로운 움직임은 물론 체온 유지를 가능하게 했다.

여기에 군 생활을 특수부대에서 보낸 경험도 찰나의 순간 이성적 판단에 큰 도움을 줬다.

곽씨는 급류에 떠내려가면서도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마음속으로 회개 아닌 회개를 하면서 찬송가를 불렀다.

강변에 있는 사람을 발견했을 땐 있는 힘껏 비명도 질렀다. '살려주세요'라고 하면 말이 길어서 못 알아들을까 봐 비명을 질렀으나 되레 까마귀 소리로 오해를 받았다.

의암댐 선박 사고 직전 모습
의암댐 선박 사고 직전 모습

[이상민·김보건 춘천시의원 제공 영상 캡처=연합뉴스 자료사진]

구조되기를 체념하고, 남이섬까지 가겠다고 생각한 순간 멀리서 물이 반짝반짝 갈라졌다.

수상레저업체를 운영하는 김현도(61)씨가 모는 레저 보트가 달려오고 있었다.

그렇게 곽씨는 사고 발생 1시간여 만인 낮 12시 30분께 의암댐에서 무려 13㎞ 떨어진 춘성대교 아래에서 김씨의 손에 이끌려 기적적으로 구조됐다.

"정신과 치료를 받는데 교수님이 '의사 생활 40년 동안 원복씨 같은 사람은 처음 본다'고 했어요. 물에 대한 트라우마가 없었거든요. 오히려 물이 더 편해요."

신기할 정도로 트라우마가 없는 곽씨지만, 그래도 가끔 가만히 앉아있거나 누가 물에 빠졌다는 소식을 들으면 갑자기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다고 한다.

곽씨는 사고 후 기간제근로자 일을 그만뒀다. 시에서 지급하는 위로금 문제로 마음이 상해 몇 차례 시청을 들락날락하며 공무원들과 다투기도 했다.

그저 합당한 대우를 바랐을 뿐인데 생색만 내는 '선심 행정'이 괘씸해서였다. '그런가 보다'하고 가슴에 묻었다.

파손된 인공수초섬
파손된 인공수초섬

[연합뉴스 자료사진]

간간이 사고 관련 수사 소식을 들지만, 여전히 의아함이 가시질 않는다.

분명 누군가의 지시가 있었을 텐데 모두 故 이영기 주무관의 지시처럼 돌아가는 상황이 답답해 조사받을 때도 "잘 좀 밝혀달라"고 하고, 참다못해 시청에 찾아가 큰소리도 쳐봤지만 결국 '수초섬 결박 작업 지시' 여부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언젠가 일어날 사고였어요. 부유물 제거 작업이 참 위험한 작업인데 장비도, 안전교육도 미흡했어요. 두 번 다시 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으려면 안전교육을 제도화해야 하고, 장비도 많이 개선해야 합니다."

conanys@yna.co.kr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5buIzVsIf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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