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첫 성전환 올림피언' 허버드, 인상 1∼3차 모두 실패
송고시간2021-08-02 20:56
(도쿄=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성전환 수술을 받은 선수 중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에 선 로럴 허버드(43·뉴질랜드)가 '첫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허버드는 2일 일본 도쿄 국제포럼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최중량급(87㎏ 이상) A그룹 경기에 출전했으나, 인상 1∼3차 시기에 모두 실패했다.
1차 시기 120㎏을 들려다가 바를 뒤로 넘겨버린 허버드는 2차 시기에서는 125㎏을 머리 위로 올렸다. 그러나 심판진은 '노 리프트'를 선언했다. '허버드의 리프트 동작이 완전하지 않았다'는 판정이 나왔다.
허버드는 3차 시기에서도 125㎏을 신청했다. 이번에는 너무 일찍 바벨을 놓았다.
인상 1∼3차 시기를 모두 실패하면 용상 경기를 치를 수 없다.
허버드는 실격 판정을 받고도, 손을 흔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이미 "올림픽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얻었다"고 했다.
그는 남자로 태어났고, 105㎏급 남자 역도 선수로 활약했다. 남자 선수로 활동할 때의 이름은 '개빈'이었다.
2013년 성전환 수술을 한 하버드는 IOC가 2015년 성전환 선수의 올림픽 출전을 허용하면서 여성부 경기에 출전할 자격을 얻었다.
IOC는 당시 성전환 선수가 여성부 대회에 출전하려면 첫 대회 직전 최소 12개월간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혈중농도가 10nmol/L(혈액 1리터당 10나노몰. 나노는 10억분의 1) 이하여야 한다는 지침과 함께 출전을 허용했다.
허버드는 2015년부터 여러 차례 남성 호르몬 수치 검사를 했고, 2016년 12월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IOC와 IWF가 제시한 수치 이하로 떨어지자 '여자 역도선수 자격'을 얻었다.
2017년부터는 뉴질랜드 국가대표로 뛰었고, 그해 1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서 열린 세계역도선수권대회 여자 최중량급 경기에서 인상 124㎏, 용상 151㎏을 들어 합계(275㎏) 2위에 올랐다.
성(性)을 바꾼 선수가 세계역도선수권에서 메달을 딴 건 허버드가 처음이었다.
허버드는 '역도 약소국' 뉴질랜드에서 남녀 합해 최초로 세계역도선수권대회 메달을 손에 쥔 선수로도 기록됐다.
2021년 여름, 허버드는 많은 논란 속에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나아가 허버드는 '성전환 선수의 첫 올림픽 메달'도 노렸다. 그러나 그의 첫 올림픽 기록은 실격이었다.
시상대에 서지는 못했지만, 허버드는 역도장 풍경을 바꿨다.
그동안 한산했던 도쿄 국제포럼 역도경기장에는 이례적으로 세계 곳곳에서 취재진이 모였다.
허버드가 인상에서 1∼3차 시기에 모두 실패해 실격하자, 취재진 중 상당수가 자리를 떠났다.
jiks79@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1/08/02 20:56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