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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피처] 비너스 자리에 포르노 배우가…"감히 우리 작품 건드려?"

송고시간2021-08-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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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폰허브는 미국에서 방문자가 가장 많은 성인 웹사이트 중 하나이자 세계적인 포르노 사이트입니다.

최근 미국 주간지 옵저버 등 다수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과 이탈리아 우피치 미술관이 폰허브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습니다.

폰허브가 공개한 홍보 영상 속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보면 원작에서 비너스가 서 있던 자리에는 치치올리나란 예명으로 널리 알려진 포르노 배우 일로나 스탈러가 피부색과 같은 의상을 입고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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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PK-9DqI7Idw

(서울=연합뉴스) 폰허브는 미국에서 방문자가 가장 많은 성인 웹사이트 중 하나이자 세계적인 포르노 사이트입니다.

지난달 영국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테크레이더는 데이터 조사 업체 시밀러웹 분석을 인용해 폰허브의 월평균 방문자 수가 6억3천960만 명이라고 전했는데요.

이는 콘텐츠 스트리밍 사이트 넷플릭스(5억4천100만 명)와 화상회의 플랫폼 줌(6억2천950만 명)의 월평균 방문자 수를 뛰어넘는 수치입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 주간지 옵저버 등 다수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과 이탈리아 우피치 미술관이 폰허브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습니다.

폰허브가 새로운 웹사이트이자 애플리케이션인 '쇼미더누드'를 통해 '클래식 누드'를 선보였기 때문인데요.

루브르와 우피치 등 각국 유명 박물관과 미술관 회화 작품을 포르노로 패러디해 '클래식 누드'라고 이름 붙인 것이죠.

폰허브가 공개한 홍보 영상 속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보면 원작에서 비너스가 서 있던 자리에는 치치올리나란 예명으로 널리 알려진 포르노 배우 일로나 스탈러가 피부색과 같은 의상을 입고 서 있습니다.

이탈리아 전 하원의원이자 현대 미술가 제프 쿤스의 전 부인으로도 유명한 스탈러를 내세운 이 패러디물에는 "우리처럼 그녀도 나체로 세상에 왔다"는 설명이 붙었죠.

미국 미술 전문 매체 아트뉴스는 이 서비스가 미술관 지도와 작품 설명을 함께 제공한다며 에로틱 예술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고 소개했는데요.

포르노 배우이자 폰허브 홍보대사인 아사 아키라가 작품을 소개하는 오디오 가이드를 녹음했고, 설명 중간에는 다소 외설적인 농담도 포함돼 있습니다.

폰허브는 팬데믹으로 재정적 어려움에 처한 미술관들에 관객을 유치해주고, 포르노 소비자들을 예술 세계로 이끌기 위해 이 같은 서비스를 만들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세계적인 미술관들은 자신들 소장 작품이 이같이 패러디됐다는 소식에 '권리 침해'라며 발끈했는데요.

루브르 박물관 측은 변호인을 통해 폰허브와 접촉한 상태라며 클래식 누드 작품들을 한 번에 삭제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우피치 미술관 대변인 역시 "아무도 소장 작품의 사용에 대한 허가를 내준 적이 없다"며 "이탈리아 문화재법상 미술관이 소장한 작품을 상업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선 사용료와 방법 등을 규정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이런(클래식 누드와 같은) 경우라면 미술관에서 허가를 내줬을 리 없다"는 말도 덧붙였죠.

명작 패러디 때문에 미술관들이 법적 조치에 나서자 온라인에선 갑론을박이 벌어졌습니다.

일부 누리꾼은 '명작을 성적인 대상으로 패러디하다니 불쾌하다'란 반응을 보였지만, '폰허브의 패러디를 봤다고 루브르에 갈 사람이 안 가진 않을 것'이라며 미술관들의 대응에 의아함을 나타낸 이들도 있었죠.

특히 '작품을 소장한다고 해서 미술관이 수백 년 된 작품의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데 무슨 권리로 폰허브를 고소하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데요.

프랑스는 저작권을 저작자의 일생 및 사후 70년간 보장하며 미술저작자가 작품을 양도한 후에도 작품 재판매 때마다 수익을 배분받도록 하는 '추급권'도 보장하지만, 이 역시 저작자 사후 70년까지만 존속합니다.

폰허브에서 패러디해 문제가 된 작품 중 하나인 프랑수아 부셰의 '오달리스크'의 경우 18세기 작품이며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도 쉽게 그 이미지를 볼 수 있죠.

이처럼 그려진 지 수백 년이 지난데다 세상에 널리 알려진 명작을 재창조하는 패러디는 그간 다양한 분야에서 시도됐는데요.

독특한 표지로 주목받는 미국 시사주간지 뉴요커는 '모나리자'와 '비너스의 탄생' 등 명화를 패러디해 여러 차례 표지를 만들었고, 우디 앨런 감독 영화 '미드나이트 인 파리' 포스터는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재창조한 이미지로 유명하죠.

또 미국 캘리포니아주 J.폴 게티 미술관은 지난해 코로나19로 미술관들이 문을 닫게 되자, 집에서 좋아하는 미술 작품을 재창조하는 챌린지를 제안해 기발한 명작 패러디 인증샷이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유명 포르노 사이트가 고전 미술을 패러디하면서 과연 예술 작품 패러디를 누가, 어디까지 허용하거나 제한할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은정 기자 김지원 작가 김지효

[뉴스피처] 비너스 자리에 포르노 배우가…"감히 우리 작품 건드려?" - 2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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