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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암호 참사 1년] ⑤제2의 참사 막으려면…'예방이 최선'

송고시간2021-08-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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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8명의 사상자를 낸 의암호 참사는 '재난은 몰래 오지 않는다'는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예방이 최선'이라는 평범한 교훈을 깨닫기까지 치러야 했던 희생은 너무나 컸다.

작은 사건이 연달아 악재가 되고, 악재는 다시 안전 시스템의 부재로 인해 걷잡을 수 없는 재난 상황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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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 방류 시 운항 중단' 매뉴얼만 있었다면…참사에서 얻은 교훈

삼악산 로프웨이·레고랜드 개장 앞서 안전사고 매뉴얼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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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5buIzVsIfRg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8명의 사상자를 낸 의암호 참사는 '재난은 몰래 오지 않는다'는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예방이 최선'이라는 평범한 교훈을 깨닫기까지 치러야 했던 희생은 너무나 컸다.

만수(수위 71.50m) 면적이 서울 여의도(2.4㎢) 면적의 6.3배에 달하는 의암호는 지난 50여 년간 춘천을 '호반의 도시'로 빛나게 했다. 하지만 그에 걸맞은 내수면 수난사고 대응 시스템은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십수 년째 제자리였다.

1967년 11월 의암댐 건설로 의암호가 생긴 이래 최악의 사고로 기록된 이 참사는 '하인리히 법칙'을 떠올리게 한다.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하기 마련이다. 작은 사건이 연달아 악재가 되고, 악재는 다시 안전 시스템의 부재로 인해 걷잡을 수 없는 재난 상황으로 나타났다.

의암댐으로 떠밀려가는 전복 선박
의암댐으로 떠밀려가는 전복 선박

[연합뉴스 자료사진]

◇ 의암호 수상 안전 매뉴얼은 왜 부실했나…"기회는 있었다"

춘천시가 의암호 참사 이후 발간한 백서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최근 10년간 의암호 유역(면적 7천597㎢)에서 발생한 인명 피해 수난 사고는 8건에 사망 8명, 부상 5명이다.

이번 참사(5명 사망·1명 실종, 2명 부상)를 제외하고는 의암호로 차량이 추락한 사건이 대부분이어서인지 내수면 유·도선 안전사고와 댐 수상 통제선 안전 대책은 매우 허술했다.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90년께 측량 업체 직원 2명이 의암댐 상류에서 댐 수심 측정 중 수상 통제선을 넘어 발전 취수구로 빨려 들어가는 사고가 났다. 당시 초당 200∼300t가량의 발전 방류 상황에서 수상 통제선 내에서 진행된 작업은 매우 위험천만했다.

다행히 사고 직후 발전 방류 중단으로 취수구로 빨려 들어가는 인명사고는 막았다.

이 사건은 수상 통제선 근처 내수면에서의 작업이 얼마나 위험천만한지를 경고한 사례였다. 하지만 경각심을 주거나 안전사고 대책 마련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목숨을 건진 직원들에게 발전 방류가 중단된 시간만큼의 발전량을 배상하라는 방향으로 흘러가 어처구니없게도 기회를 잃었다.

만약 그때 경종을 울렸더라면 의암호 수난사고 대응 매뉴얼은 참사 훨씬 이전에 이미 체계적으로 마련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참사 당시 의암댐은 초당 1만t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물을 하류로 방류 중이었다. 엄청나게 빠른 유속을 거스르며 인공수초섬 고박 작업에 나섰다가 발생한 의암호 참사는 재난 대응 시스템의 부재가 빚은 인재나 다름없었다.

전문가들은 "'댐 방류 시 내수면 유도선 전면 운항 중지'와 같은 매뉴얼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었다면 사고 선박들이 운항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탄식했다.

북한강서 발견된 의암댐 사고 경찰정
북한강서 발견된 의암댐 사고 경찰정

[연합뉴스 자료사진]

◇ "훈련 없는 매뉴얼은 반쪽 대책"…갈 길이 먼 '안전 도시'

최악의 참사 이후 춘천시는 '내수면 수상 안전 체계 확립을 위한 수난 대비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주목할 점은 '댐 방류에 앞서 모든 선박의 운항 중단을 통보하고, 방류와 방류 후 수변 예찰을 강화'하도록 뒤늦게나마 매뉴얼을 보강했다는 점이다.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된 댐 방류 등 위험 상황에서 무리하게 이뤄진 부유물 제거작업, 수초섬 유실 방지작업 등을 위험 요인을 근본적으로 막아 제2의 참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다만 매뉴얼을 만든 뒤에는 모의 훈련을 통해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참사 1년이 지나고 있으나 의암호 선박 사고 후속 조치 중 하나인 재난 대비 상시 훈련은 단 한 차례도 열지 못했다.

강원대학교 소방방재학부 재난관리공학과 백민호 교수는 "의암호 수상 안전성을 높이려면 최대한 내수면 유·도선 분야로 특화해 매뉴얼을 작성하고 수색·구조 작업을 더 구체화해야 한다"며 "가상 모의훈련을 통해 매뉴얼을 수정·보완하는 게 중요하며, 훈련 없는 매뉴얼은 반쪽짜리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홀로 남은 춘천 하트섬
홀로 남은 춘천 하트섬

(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11일 오전 강원 춘천시 삼천동 옛 중도배터 인근 의암호에 하트 모양의 인공수초섬이 임시 계류돼 있다.
춘천시는 의암호 수질을 개선하고 경관 가치를 높이고자 인공수초섬 2개를 조성 중이었으나 이 중 하나가 급류에 떠내려가 사고를 일으켰다. 2020.8.11 yangdoo@yna.co.kr

◇ "재난은 몰래 오지 않는다"…제2의 참사 막으려면 '예방이 최선'

현재 10여 곳의 동력(모터보트)·무동력(카누) 수상 레저업체가 등록해 레저 영업 중인 의암호에서는 크고 작은 수상 안전사고가 해마다 잇따른다.

여기다 올가을 삼악산 로프웨이(케이블카)에 이어 내년 상반기 세계 10번째이자 최초로 섬 안에 건설된 레고랜드 테마파크가 개장한다.

이를 계기로 의암호 수변을 활용한 수상 레저 시설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의암호 마리나 사업 등 대규모 수상 레저 시설의 도입에 앞서 안전사고 예방 대책, 안전 규정, 행동 매뉴얼을 유형별로 구체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삼악산 로프웨이 탑승 관람객이나 구조물이 의암호로 낙하할 위험에 대비, 수상 수중 탐색 전문가로 구성된 수상안전구조대의 상시 운영 필요성도 제기됐다.

송곡대학교 이일구 교수는 "모터보트 등 수상 레저 시설이 로프웨이 케이블 지지대에 충돌하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며 "의암호 곳곳에 안전로프·구명 튜브는 물론 자동심장충격기(AED)를 배치하는 안전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물의 도시 춘천은 의암호뿐만 아니라 청평호(청평댐), 춘천호(춘천댐), 소양호(소양댐) 4개의 내수면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 때문에 다른 지자체에는 갖추지 못한 내수면 안전사고 대응 매뉴얼과 한층 엄격한 안전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의암호 참사의 슬픔과 희생을 잊지 않는다는 차원에서라도 내수면 사고에 관한 국내 최고의 안전 도시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영상 기사 [영상] 의암호 참사 떠올라…비바람 속 카누체험 강행하다 전복 위기
[영상] 의암호 참사 떠올라…비바람 속 카누체험 강행하다 전복 위기

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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