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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방호복 입으면 거리두기 안 지켜도 될까

송고시간2021-08-10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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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교회, 방호복 차림 대면예배…"감염위험 없어 거리두기 예외" 주장

방호복 무관 방역지침 지켜야…일반인 방호복 착용, 감염차단 효과 의문

지난 8일 방호복을 착용한 은평제일교회의 주일오전예배 모습
지난 8일 방호복을 착용한 은평제일교회의 주일오전예배 모습

[사진=은평제일교회 유튜브 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으로 종교활동 제한이 강화되자 일부 교회에서 목사와 신도들이 방호복을 입고 대면 예배에 나서 논란이다.

서울 은평구청 등에 따르면 은평구 소재 은평제일교회는 8일 방호복을 착용한 교인 200여명이 모여 예배를 진행했다. 정부의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최대 19명(9일부터는 99명)까지만 대면 예배가 가능한데도 방호복을 입었다는 이유로 이 한도를 넘겨 대규모 예배를 강행한 것이다.

교회 측은 방호복을 입었으니 거리두기 지침을 지키지 않아도 방역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방호복을 입어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사라졌으니 대면 예배를 해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 현행 거리두기 지침에 방호복 관련 내용 없어…누구라도 지켜야

현행 거리두기 지침에 따르면 거리두기 4단계에서는 모든 종교활동이 수용인원의 10%, 최대 99명까지만 허용된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더라도 예외는 없다.

개인의 감염 위험 여부와 상관없이 다중이 모이는 것을 금지해 질병의 사회적 감염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 거리두기의 취지이기 때문이다.

다만 방호복을 입었을 때 예외 없이 거리두기 지침을 지켜야 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거리두기 지침 어디에도 방호복과 관련된 내용을 찾을 수 없어서다.

이에 대해 방역당국 측은 방호복을 입었더라도 거리두기 지침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거리두기 지침 자체가 마스크 착용 등 개인 방역이 이뤄진 것을 전제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방호복을 착용했어도 마찬가지로 지침을 지켜야 한다는 뜻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는 1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은 개인의 감염 위험 여부와 상관없이 감염병의 사회적 전파를 막기 위한 목적"이라며 "예방접종을 마쳤거나 마스크를 썼거나 방호복을 착용한 사람이라도 빠짐없이 지침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 자체로 방호복을 착용한 사람에게 거리두기 지침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규정이 있는지도 살폈지만 이 역시 존재하지 않았다.

은평구청 보건소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방호복을 입은 사람에게 거리두기 지침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방역 지침은 은평구 자체에도 없다"며 "방호복 착용과 상관없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거리두기 지침을 지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방역복 예배'를 강행한 교회는 거리두기 지침을 어겼다고 할 수 있다.

폭염에 방호복 입은 의료진…"땀띠에 열화상" (CG)
폭염에 방호복 입은 의료진…"땀띠에 열화상" (CG)

[연합뉴스TV 제공]

◇ 방호복 착탈의법, 20단계로 복잡…일반인 방호복 착용 감염차단 효과없어

거리두기 지침과 별대로 방호복을 착용한다고 해서 감염 위험을 완벽히 차단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방호복을 착용한 의료인이 감염된 사례가 왕왕 발생하기 때문이다.

방호복을 입은 의료인이 감염된 이유는 방호복을 입고 벗는 과정에서 감염원에 오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방호복에 묻은 감염원이 착탈의 과정에서 손이나 얼굴 등으로 옮아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이 때문에 방호복을 입고 벗을 때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질병관리청이 마련한 '방호복 착탈의법'에 따르면 보호복과 덧신, 마스크, 고글, 속장갑, 겉장잡으로 구성된 '레벨D 방호복'을 입고 벗을 때마다 20단계의 지침을 지켜야 한다.

특히 방호복을 벗을 때는 단계마다 손소독제와 소독 물티슈로 오염을 확인하고 닦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 사용한 방호복과 마스크, 장갑 등은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 방호복 안에 입은 옷도 바로 격리 세탁을 하고 바꿔 입어야 한다.

문제는 방역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이 같은 복잡한 절차를 철저하게 준수하며 방호복을 입고 벗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은평제일교회가 교인에게 나눠준 방호복은 경기도의사회가 제공한 '의료인용 전신보호복'으로, 코로나19 감염을 막는 데는 충분한 기능을 갖춘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방호복 관리를 개별 교인에게 맡긴 탓에 질병관리청의 방호복 착탈의법이 지켜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은평제일교회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다른 사람과 섞이면 안 되니까 방호복을 교인에게 나눠줘 각자 관리하도록 했다"며 "집에 가져갔다가 교회에 와서 방호복으로 갈아입고 예배를 드리고 끝나면 다시 벗고 집으로 다시 가져간다"고 말했다.

방호복 관리는 물론 착탈의를 개인에게 맡겨 질병관리청이 만든 지침을 지키는지 를 확인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용한 방호복을 재활용해 사실상 감염 차단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을 공산이 크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질병관리청이 만든 착탈의법을 지키지 않고 방호복을 착용하면 오히려 방호복 표면에 묻은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만 발생하게 하는 것"이라며 "보여주기식 방호복 착용은 감염병 차단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대면예배 위해 사랑제일교회 향하는 교인들
대면예배 위해 사랑제일교회 향하는 교인들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8일 오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인근에서 교인들이 대면예배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랑제일교회는 방역당국으로부터 대면예배 금지 명령을 받고도 이를 여러 차례 위반해 성북구로부터 운영 중단 명령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6일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수도권 4단계·비수도권 3단계)를 2주간 연장하면서도 종교시설의 경우 수용인원 100명 이하는 10명, 수용인원 101명 이상은 10%까지 대면 종교활동을 허용하되 최대 99명까지 할 수 있도록 참석 제한을 완화했다. 2021.8.8 hwayoung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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