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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동행] 코로나시대 더 필요한 대면봉사…김귀선씨 16년째 도시락 배달

송고시간2021-08-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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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흔히 자원봉사 이야기는 훈훈한 미담 정도로 소비되기 마련이지만, 그것을 수행하는 자원봉사자의 고충은 쉽게 여길 것이 아니다.

매주 금요일마다 20명 가까운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도시락을 드리는 일은 그에게 보람이자 즐거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를 맞아 대다수 대면 봉사에 큰 제약이 생겼는데도, 전염병에 가장 취약한 노인들을 일일이 만나서 건강을 확인하는 봉사가 더 중요해졌다는 점이 역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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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동구여성봉사단 소속으로 혼자 사는 어르신들 찾아 도시락 전해

"부모 같은 어르신 돌아가시면 가슴 시려…봉사 활성화 제도 보완 필요"

홀몸노인 도시락 배달 봉사를 하는 김귀선씨가 어르신에게 마스크를 씌워 드리고 있다. [울산시자원봉사센터. 재판매 및 DB 금지]

홀몸노인 도시락 배달 봉사를 하는 김귀선씨가 어르신에게 마스크를 씌워 드리고 있다. [울산시자원봉사센터.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된장이 먹고 싶다 하셔서, 집에서 만든 걸 가져다드렸죠. '이렇게 맛있는 된장은 처음이다' 하시면서 고마워하셔서, 다음에 또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마지막 인사가 됐어요. 그 할머니 집 앞을 지날 때마다 가슴이 찡해서 마음이 좋지 않아요."

흔히 자원봉사 이야기는 훈훈한 미담 정도로 소비되기 마련이지만, 그것을 수행하는 자원봉사자의 고충은 쉽게 여길 것이 아니다.

당연히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남모르게 부담하는 '비용'도 들여야 하며, 때때로 감내하기 쉽지 않은 '감정 소비'도 견뎌내야 한다.

울산동구여성봉사단 소속으로 2005년부터 홀몸노인들에게 도시락을 나눠주는 봉사를 하는 김귀선(65)씨.

37년여 경력 베테랑 자원봉사자인 김씨는 자원봉사 효과와 매력에 대해 예찬론을 펼쳤는데, 그 속에서는 진한 자기희생도 읽을 수 있었다.

매주 금요일마다 20명 가까운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도시락을 드리는 일은 그에게 보람이자 즐거움이다.

부모 같고, 때로는 친한 친구 같은 어르신들의 건강한 웃음을 볼 때는 분명 그렇다.

그러나 홀몸노인 도시락 배달 봉사는 그 중요한 목적 중 하나가 어르신들의 '생사 확인'과 '건강 점검'일 정도로 아슬아슬하면서 비극적인 측면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를 맞아 대다수 대면 봉사에 큰 제약이 생겼는데도, 전염병에 가장 취약한 노인들을 일일이 만나서 건강을 확인하는 봉사가 더 중요해졌다는 점이 역설적이다.

"요양병원 들어가시는 모습이나, 병원 면회 때 만나 뵌 모습이 마지막이 되는 일이 있어요. 드문 경우지만 집에서 고독사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한동안 마음이 시려요. 우리나라 복지가 많이 좋아졌지만, 현장을 돌아보면 꼭 필요하지 않은 곳에 복지 혜택이 남발되는 사례도 접하게 됩니다. 정말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시스템이 갖춰졌으면 해요."

급식 봉사하는 김귀선씨
급식 봉사하는 김귀선씨

[울산시자원봉사센터. 재판매 및 DB 금지]

김씨는 동네에서 반장과 통장 등을 맡으면서 봉사를 시작했다.

통장 수당으로 선풍기나 반찬 등을 마련해 형편이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는 식이었다.

그러던 중 노인 도시락 배달 봉사자가 부족하다는 소식을 접하고 주저 없이 지원했다.

자가용을 이용해 공장까지 도시락을 가지러 가고 노후 주택이 밀집한 좁은 골목을 누비며 집집이 방문하는 등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래서 동네 사정을 잘 아는 자신이 적임자라 여겼다.

김씨는 도시락 배달 외에 대한적십자사 봉사회 소속으로도 취약계층 결연, 재난 지원, 김장 등 다양한 봉사를 펼쳤다.

이웃을 위한 다양한 활동과 헌신을 인정받은 김씨는 울산시자원봉사센터 선정 '울산 자원봉사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워낙 분주하게 활동하는 김씨에게 때때로 "도대체 무슨 직장을 다니기에 그렇게 바쁘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런 분들에게 '자봉(자원봉사) 주식회사에 다닌다. 월급날은 매달 32일이다'라고 대답하면, 어리둥절하다가 곧 농담을 이해하십니다. 간혹 몸이 아프거나 생활에 지쳐서 봉사할 여유가 없다는 분들도 계시는데, 저는 반대로 그런 분들에게 오히려 봉사를 권합니다. 남을 돕는 일에 집중하면서 갱년기나 우울증은 모르고 넘어갔어요. 다른 분들도 분명 효과가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그러나 김씨의 바람과는 달리 자원봉사자는 점점 줄고 있다고 한다.

70대에도 여전히 봉사를 이어가는 선배가 있는 반면에, 그 일을 이어받아야 할 후배들의 유입은 원활하지 않은 실정이다.

김씨는 현장을 누비며 체득한 보완책을 제시했다.

그는 "말 그대로 자신을 희생하는 순수 봉사는 우리 대(代)에서 끝날 것 같아요. 맞벌이 등 경제생활이 중요한 시대인 만큼 섭섭해할 일도 아닙니다. 이제는 봉사 시간을 기부해서 다른 형태의 혜택을 돌려주거나, 아예 일정 부분의 금전적 보상을 하는 등의 형태로 봉사도 변해야 합니다. 선의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제도적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사 울산지사 장미봉사회 소속으로 밑반찬 만들기 봉사하는 김귀선씨.[울산시자원봉사센터. 재판매 및 DB 금지]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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