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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어때] 미술, 코로나19를 말하다

송고시간2021-09-0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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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동안 폐쇄됐던 전국의 미술관에서 팬데믹의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선보이고 있어 관심을 끈다.

코로나19에서 영감을 받은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탐구해보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관, 덕수궁관, 과천관, 청주관 등 모두 네 곳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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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을 성찰하는 전시 3選

(서울·청주·부산) 팬데믹은 인간의 욕심이 야기한 재앙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동안 폐쇄됐던 전국의 미술관에서 팬데믹의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선보이고 있어 관심을 끈다.

코로나19에서 영감을 받은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탐구해보자.

청주 국립현대미술관 앞에 설치된 한석현 작가의 '다시, 나무 프로젝트'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청주 국립현대미술관 앞에 설치된 한석현 작가의 '다시, 나무 프로젝트'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미술원, 우리와 우리 사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관, 덕수궁관, 과천관, 청주관 등 모두 네 곳이 있다.

이 중에서 가장 나중인 2018년에 문을 연 청주관에서는 '미술원, 우리와 우리 사이'가 열리고 있다.

전시 제목은 '미술관'이 '동물원', '식물원'과 비슷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명명됐다. 미술관도 대상을 수집하고, 보호와 보존이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와 우리 사이'라는 그다음 제목 역시 흥미롭다. 너와 나를 뜻하는 '우리'(we)와 동물을 가두는 '우리'(cage)라는 중의적 표현을 사용했다.

제목에서부터 전시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전시는 우리나라 작가 13명의 작품 87점과 함께 인간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고정관념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메인 전시장은 5층이며, 야외와 각층 로비에서도 전시가 이어진다.

박지혜 작가의 2018년 작품 '아시다시피'.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의 비둘기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박지혜 작가의 2018년 작품 '아시다시피'.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의 비둘기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전시작들을 보면 비둘기를 다룬 작가가 둘이나 있어 시선이 간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는 원래 연초제조창 건물이었기에 비둘기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개관을 위해 비둘기와 전쟁을 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여전히 비둘기가 남아 있고 비둘기를 쫓는 기계도 설치돼 있다.

박지혜 작가는 기둥 위에 올린 비둘기 조각을 통해, 예전에는 평화의 상징이었던 비둘기가 혐오의 대상이 된 것을 둘러싼 인간의 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정재경 작가는 미술관의 비둘기를 주인공으로 해 영상 작품을 만들었다.

미술관에 살고 있는 비둘기를 암호와 같은 형상으로 포착한 작품이며, 문명과 자연을 동등하게 바라보는 것이 특징이다.

박용화 작가의 '거짓과 진실의 경계'. 동물원의 현실을 유화 작품으로 은유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박용화 작가의 '거짓과 진실의 경계'. 동물원의 현실을 유화 작품으로 은유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비둘기뿐 아니라 동물과 식물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 눈에 띈다.

박용화 작가는 동물원에서 관찰한 인공적인 자연과 동물의 모습을 유화 작품 '거짓과 진실의 경계'로 보여준다.

늠름한 호랑이가 우리 속에 그려진 풍경 그림 앞을 어슬렁거리는 모습은 거짓과 진실 사이를 보여준다.

송성진 작가는 전염병에 걸려 산 채로 땅속에 파묻힌 돼지들 무덤의 흙으로 돼지 조각을 빚었다.

흙으로 만들어진 돼지들은 전시장에 굳건하게 자리매김하고 섰고, 돼지들의 몸에 식물이 자라는 제의적 의미의 작품이다.

송성진 작가의 신작 '다시 살…일요일'. 흙으로 만든 돼지에 씨앗을 심어서 자연의 폐해와 순환을 노래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송성진 작가의 신작 '다시 살…일요일'. 흙으로 만든 돼지에 씨앗을 심어서 자연의 폐해와 순환을 노래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팬데믹 시대의 식물에서 영감을 받은 작가들의 작품도 놓칠 수 없다.

김이박 작가는 미술관 주변에서 수집한 사물들로 '사물의 정원_청주'를 만들었다.

화분 속에는 식물 대신에 나름의 역할을 다한 일상의 물건들이 오롯이 자리하고 있다. 화분 안에서 자라는 것처럼 보이는 이 버려진 사물들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생각해보게 한다.

김 작가는 실제 식물 전문가로서 층마다 죽어가는 식물을 살리는 '식물 요양소'를 운영 중이기도 하다.

김라연 작가의 유화 그림은 쓸쓸하고 아름답다.

아파트 단지 건설을 위해 파헤쳐진 땅에서 자란 식물의 그림 '도시의 섬'은 제목 그대로 도심 속의 작은 섬으로 보인다.

특유의 생명력으로 새로운 낙원을 만들어낸 식물들의 모습은 관람객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할 것 같다.

김이박 작가의 '사물의 정원_청주'는 미술관 근처에서 수집한 화분과 사물을 이용해 만들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김이박 작가의 '사물의 정원_청주'는 미술관 근처에서 수집한 화분과 사물을 이용해 만들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김유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미술관 앞의 세 그루 목련 나무도 전시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미술관이 개관하기 전부터 아름다운 자태를 뽐냈던 나무들은 도시 생활의 스트레스 때문인지 시들기 시작했고, 두 그루의 나무는 진작에 죽어 버렸다.

"한석현 작가가 버려진 목재를 모아서 죽은 목련 나무에 또 다른 나무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목재 사이에 식물을 심어서 새로운 형태의 생명체를 만들었지요. 전시가 끝나면 사라질 두 그루의 나무 작품을 지켜봐 주십시오."

9월의 청주는 가장 성대하다. 국립현대미술관 바로 옆에서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열리기 때문이다.

가을이 오면, 청주에서 두 개의 전시가 기다리고 있다.

◇ 서울대미술관 '푸른 유리구슬 소리: 인류세 시대를 애도하기'

서울대학교미술관이 네덜란드 건축가 렘 쿨하스(Rem Koolhaas) 작품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들이 많다.

건축물도 아름다운 서울대학교미술관에서는 '푸른 유리구슬 소리: 인류세 시대를 애도하기'가 열리고 있다.

전시 제목에 쓰인 '푸른 유리구슬'은 달로 향하던 아폴로 17호 승무원이 사진으로 찍은 눈부신 지구의 모습을 의미한다.

베트남 사막에서의 추억을 담은 구은정 작가의 설치 작품 '뜻밖의 궤도' [서울대미술관 제공]

베트남 사막에서의 추억을 담은 구은정 작가의 설치 작품 '뜻밖의 궤도' [서울대미술관 제공]

심상용 관장은 이번 팬데믹을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건,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과 비교한다.

팬데믹은 인간중심주의로 인한 환경 파괴가 주범으로,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재앙의 원인을 잊으면 또다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의미다.

우리나라 젊은 작가 12명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예술 작품으로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다.

가운데가 시원하게 뚫린 나선형 구조의 전시장에서 가장 처음 만나는 작품은 구은정 작가의 '뜻밖의 궤도'다.

모래사장으로 작품을 만들어 베트남 무이네 사막 여행에서 느꼈던 감정을 관람객과 공유하고 있다.

전시장에 울리는 신비로운 소리는 자연의 또 다른 모습을 상기시킨다.

강주리 작가는 종이에 펜으로 그림을 그리고 이를 무한 복제해서 '카오스'를 만들었다. [서울대미술관 제공]

강주리 작가는 종이에 펜으로 그림을 그리고 이를 무한 복제해서 '카오스'를 만들었다. [서울대미술관 제공]

최근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강주리 작가의 작품은 유전자 조작으로 변형된 생명체의 모습을 담고 있다.

종이에 펜으로 그린 기이한 생명체의 이미지는 수천수만 번 복제돼 또 다른 조각 작품을 만들었다.

다리가 여섯 개 달린 개, 눈이 하나인 원숭이, 네모 모양 오이 등이 엉겨 있는 조각은 끔찍하면서도 아름답다.

송수영 작가의 작품은 작지만 큰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 이쑤시개에서 푸른 나무가 자라고, 나무젓가락에는 싱그러운 풀이 있다.

송수영 작가는 '면봉-꽃' 등을 통해 작지만 파워풀한 작품을 선보였다. [서울대미술관 제공]

송수영 작가는 '면봉-꽃' 등을 통해 작지만 파워풀한 작품을 선보였다. [서울대미술관 제공]

배드민턴공에는 새의 깃털이 달려 있고, 한 자루의 연필로 한 장의 그림을 그린다. 바로 그 연필을 만든 나무가 있었던 지역의 풍경이다.

우리가 평소 자연에 큰 빚을 지고 있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여겨왔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사랑스러운 작품이다.

한성필 작가의 사진 작품은 남극과 북극에서 발견한 자연의 힘과 인간의 흔적을 담았다.

눈부시게 파란 극지방의 하늘과 빙하의 모습은 숭고하기까지 하지만, 그 아름다운 곳에서 고래를 잡고 고래기름을 보관하던 녹슨 기름통의 잔재는 인간의 오만함을 상징한다.

미술가 한성필이 인간의 욕망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은 사진 작품 '남극의 적막2' [서울대미술관 제공]

미술가 한성필이 인간의 욕망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은 사진 작품 '남극의 적막2' [서울대미술관 제공]

◇ 부산시립미술관 '이토록 아름다운'

부산에 가면 부산시립미술관과 부산현대미술관 방문을 빼놓을 수 없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도 코로나19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전시가 열리고 있는데, 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전시 '이토록 아름다운'은 도나 해러웨이(Donna Harway)의 영상 작품 '지구 생존 가이드'에서 비롯됐다.

그의 메시지가 전시의 사상적 기반을 이루고 있다.

전시장 입구에서 감상할 수 있는 81분짜리 영상은 어린 시절 회고, 반려견, 종을 넘어선 공생과 생태계의 미래까지 두루 다룬다.

해러웨이는 생물학자이며 미술가로서 1980년대부터 종의 경계를 넘어선 지구 생태계의 진화를 말하고 있다.

이번 전시의 시초가 된 도라 헤러웨이의 영상 작품 '지구 생존 가이드'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이번 전시의 시초가 된 도라 헤러웨이의 영상 작품 '지구 생존 가이드'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영상의 마지막은 저서 '트러블과 함께 머무르기: 크룰루세 시대에 친족 만들기'의 제8장인 '카밀 이야기'를 전한다.

'카밀 이야기'는 인간과 나비와 같이 인간과 비인간의 혼종으로 공존을 모색하는 과학소설이다.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은 공존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정만영과 일본 미술가 가와사키 요시히로(Yoshihiro Kawasaki)가 원격으로 진행하는 작품 '사운드 브리어 포레스트'(Sound Brear Forest)는 그야말로 요즘 시대를 위한 프로젝트다.

두 작가는 각각 지리산 실상사의 숲, 홋카이도 시레토코 숲의 소리를 인터넷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실시간 전송한다.

일본과 한국의 실시간 소리를 들려주는 미술가 정만영&카와사키 요시히로의 '사운드 브리어 포레스트'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일본과 한국의 실시간 소리를 들려주는 미술가 정만영&카와사키 요시히로의 '사운드 브리어 포레스트'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미술관에서 바로 지금 이 순간의 다른 나라 소리를 접할 수 있다.

박진희 학예연구사는 이 아름다운 소리로 인해 팬데믹에 억압됐던 우리의 감각이 자연과 화해하고 소통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전했다.

벨기에 미술가 다비드 클레르부(David Claerbout)는 두 개의 애니메이션 작품을 선보여 시선을 사로잡는다.

'와일드 파이어'(Wild Fire)는 진짜 영상 같지만 24분짜리 3D 애니메이션이다.

울창한 숲이 끔찍하게 불타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활활 타오르는 나무의 모습은 관람객을 압도하고 자연의 원초적 힘에 대한 명상에 잠기게 한다.

벨기에 미술가 다비드 클레르부의 3D 애니메이션 '와일드 파이어'.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마치 실제 같은 산불 소재 영상 작품이다.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벨기에 미술가 다비드 클레르부의 3D 애니메이션 '와일드 파이어'.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마치 실제 같은 산불 소재 영상 작품이다.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퓨어 네서서티'(The Pure Necessity)는 만화 '정글북'을 3년간 다시 그린 작품이다.

작가는 춤추고 노래하는 의인화된 동물의 모습을 삭제하고 순수한 종의 모습으로 재탄생시켰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도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 전시 중인 김이박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어 반갑다.

이곳만의 특별한 작품은 '식물 아카이브'다. 식물 치료사인 작가의 일상이 예술 작품으로 전환돼 시든 잎들의 표본이 수집되고 전시되어 있다.

영상에서는 병든 식물이 인간의 보살핌과 소통으로 되살아나는 과정을 보여준다.

죽어가는 식물을 살리고 있는 작품 '식물 요양소'는 두 곳의 미술관에서 모두 만날 수 있다.

김이박 작가의 '식물 요양소'는 부산시립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 모두 만날 수 있다.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김이박 작가의 '식물 요양소'는 부산시립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 모두 만날 수 있다.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이소영 프리랜서 기자)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1년 9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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