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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의는 수술실 조타수"…퇴임하는 이혜원 고대 교수

송고시간2021-08-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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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이혜원 고려대 의대 교수는 28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병원이 확장공사를 하고 수술방이 늘어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도 함께 성장해 왔다"면서 소녀처럼 웃었다.

오는 31일 정년 퇴임하는 이 교수는 마취통증의학·보완통합의학 분야에서 오랜 기간 다양한 경력을 쌓은 권위자다.

이 교수는 "환자들에겐 존재감이 없지만 마취과 의사 없는 수술은 없다"며 "마취과 의사가 수술이 잘 진행되도록 내내 환자 상태를 살피는 것은 폭풍우가 몰아쳐도 배가 목적지까지 무사히 갈 수 있도록 노를 젓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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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통증의학 권위자…첫 한국형 인공심장 이식수술 참여

해외 오지 의료봉사 경험도…통증재활클리닉 개소 예정

이혜원 교수
이혜원 교수

[고려대의료원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1975년 입학해 그동안 학교와 병원에 제 청춘을 다 바쳤네요. 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으면 청춘'이라는 사무엘 울만의 시구절처럼 저는 여전히 청춘인 상태로 학교를 떠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혜원 고려대 의대 교수는 28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병원이 확장공사를 하고 수술방이 늘어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도 함께 성장해 왔다"면서 소녀처럼 웃었다.

오는 31일 정년 퇴임하는 이 교수는 마취통증의학·보완통합의학 분야에서 오랜 기간 다양한 경력을 쌓은 권위자다.

1975년 고려대 의대에 입학한 이 교수는 학부를 졸업하고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3년 고려대 의학과 전임강사로 임용돼 28년간 모교 의대에서 교직 생활을 했다.

8년간 고려대의료원 안암병원 중환자실장으로 근무하고 마취통증학과장, 고려대 의무교학처장 등을 지냈다.

이 교수는 "환자들에겐 존재감이 없지만 마취과 의사 없는 수술은 없다"며 "마취과 의사가 수술이 잘 진행되도록 내내 환자 상태를 살피는 것은 폭풍우가 몰아쳐도 배가 목적지까지 무사히 갈 수 있도록 노를 젓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1995년부터 심장마취 분야를 본격적으로 연구한 그는 2001년 국내 최초로 시행된 한국형 인공심장 이식수술에 마취의로 참여했다.

이 교수는 "서울대 의대 민병구 교수 등과 함께 국내 최초로 인공심장을 개발했고, 당시 심장병을 앓던 한 환자가 직접 찾아와 이식수술을 받고 싶다고 해 수술이 성사됐다"며 "완전 이식형 인공심장을 임상 적용한 건 세계 최초였다"고 설명했다.

이후 기증을 통한 심장이식이 보편화한 탓에 인공 심장 분야는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누군가의 희생 없이도 심장 이식이 가능케 하겠다는 일념으로 밤낮없이 연구에 매달려 살았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2009∼2010년 고려대 사회봉사단 부단장을 맡았을 때는 남태평양 피지의 정글에서 의료봉사를 했고, 현지에 도서관을 건립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도서관 건립 사업을 마무리하려고 피지에 사전답사를 하러 갔을 때 주민들이 말 그대로 맨발로 다니는 모습을 봤다"며 "의사로서 봉사할 수 있는 일도 있겠다고 생각해 예정에 없던 의료봉사단도 자체적으로 꾸려서 갔다"고 말했다.

현지에 머문 기간은 열흘 남짓이었지만, 탈장 수술과 혹 제거 등 현장에서 가능한 수술을 10건가량 진행하고 환자 150명가량을 진료했다고 한다.

제대로 먹지도 씻지도 못했지만, 더 많이 해주고 오지 못해 아쉬웠다고 회고했다. 2015년에는 아프리카 차드를 찾아 의료봉사를 하기도 했다.

고려대 입학 후 46년, 교직 생활 28년을 되돌아보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퇴임 이후 새롭게 펼쳐질 인생이 더 바쁠 것 같다며 이 교수는 웃었다.

이 교수는 "퇴임하면 어딘가 섭섭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할 것도 많아 마음이 바쁘다"고 했다. "봉사하는 마음으로 환자를 치료하고 싶다"는 그는 퇴임 후에는 통증재활클리닉을 열 계획이다.

chi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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