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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샵샵 아프리카] 남아공서 '스마트 원조'의 희망을 보다

송고시간2021-08-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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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그에 대한 국제사회의 원조는 수십 년이 됐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식으로 지원에 대한 피로증도 많다.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아프리카 원조에 대한 희망을 보여주는 현장이 있었다.

지난 26일 남아공 음푸말랑가주 부흘레 영농학교에 우리 정부가 소규모 무상원조로 지원하는 트럭과 지게차 등 1억여 원 상당 농기자재 5점이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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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발돋움하게 돕는 것이 최고…주남아공 한국대사관 농기자재 전달식 3시간 열정

남아공 부흘레 영농학교에 기증된 1억원 상당 농기자재
남아공 부흘레 영농학교에 기증된 1억원 상당 농기자재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지난 2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음푸말랑가주 부흘레 영농학교 부지에 한국 정부를 대신해 주남아공 한국대사관이 전달한 트럭과 지게차 등 농기자재 5점이 서 있다. 2021.8.28 sungjin@yna.co.kr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륙 아프리카.

그에 대한 국제사회의 원조는 수십 년이 됐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식으로 지원에 대한 피로증도 많다.

그러나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아프리카 원조에 대한 희망을 보여주는 현장이 있었다.

지난 26일 남아공 음푸말랑가주 부흘레 영농학교에 우리 정부가 소규모 무상원조로 지원하는 트럭과 지게차 등 1억여 원 상당 농기자재 5점이 전달됐다.

주남아공 한국대사관에서 마련한 이 자리는 여느 기증식과 달리 오전 11시에 시작해 점심시간을 훌쩍 넘기면서 무려 3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보통 2, 30분 사진 찍고 판에 박은 축사와 답사로 이어진 요식 행사가 아니고 연사로 나선 여러 명이 저마다 열변을 토했다.

니코 말루레케 영농학교 최고경영자(CEO)는 농기자재 지원에 대해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게 가장 좋은 도움"이라고 말했다.

부흘레 농업학교 뒤편에 있는 녹슨 농기자재들
부흘레 농업학교 뒤편에 있는 녹슨 농기자재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이스라엘 마실레 이사도 요즘 같은 시대에 손으로만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법이라면서 농기자재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여성 농부의 꿈을 안고 학교에 입학한 지 2주 됐다는 은카미실레 크솔리 마카바네(34) 역시 농기자재가 일하는 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감사했다.

여성 농부 학생 은카미실레 크솔리 마카바네(마이크 앞)
여성 농부 학생 은카미실레 크솔리 마카바네(마이크 앞)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34세인 마카바네는 아버지가 부흘레 영농학교 설립 당시 델마스 시장이었다고 한다.

부흘레 영농학교는 2000년 설립돼 올해로 21살 성년 나이가 됐다. 마침 한국의 트럭 등 지원으로 농산물 판매 본격 확대 등 독립에 걸맞은 수단을 갖게 됐다고 학교 관계자들은 평가했다.

박철주 대사는 대사관에서 일방적으로 지원 품목을 결정한 것이 아니고 부흘레 학교에서 원하는 것을 지원해줬다고 말했다.

전달식에서 격려사 하는 박철주 주남아공 대사
전달식에서 격려사 하는 박철주 주남아공 대사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지난 26일 박철주 대사가 전달식에서 청년 실업난을 덜어주는 데 농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동안 왼쪽에 현지 수화사가 통역하고 있다. 수화사 뒤편에는 넬슨 만델라 그림이 보인다. 2021.8.28 sungjin@yna.co.kr

똑똑한 원조, 스마트 원조는 상대방이 가려워하는 부분을 긁어주는 것이라는 점을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그래야 원조를 받는 사람도 오너십(ownership)을 갖고 일할 수 있는 것이다.

트랙터를 몰고 들어오는 농업학교 관계자
트랙터를 몰고 들어오는 농업학교 관계자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부흘레 영농학교는 180ha(1.8㎢) 부지 위에서 소, 양, 돼지 등을 키우며 올해 콩 200t과 배추 수천 포기를 수확했다.

마침 이날이 파종일이라 학생 대표만 참석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행사장 바로 앞에서 일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

파종하며 일하는 부흘레 농업학교 학생들
파종하며 일하는 부흘레 농업학교 학생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지금까지 7천명의 교육생을 배출한 부흘레 학교는 학생들을 6개월 과정으로 기숙사에서 숙식시키며 농장에서 실습 위주로 가르친다. 멀리 동아프리카 케냐에서도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부흘레 농업학교의 여학생 기숙사
부흘레 농업학교의 여학생 기숙사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학교의 교육 시스템 가운데 가장 눈에 띈 것은 졸업생들에게 지속적으로 멘토 역할을 해주는 점이다. 시장 접근을 도와주고 특히 금융 지원과 연결해 2, 3년 후 수익과 고용을 한꺼번에 창출하는 상업농으로 자립하도록 했다.

실제로 이 자리에는 스탠더드 뱅크, 토지은행 관계자가 참석했다. 스탠더드 뱅크 관계자는 "세계 나라마다 컬처(culture·문화)가 있지만 가장 좋은 것은 애그리컬처(agriculture)라면서 1만 랜드(79만원)를 즉석에서 기부했다.

3시간 동안 진행된 한국 농기자재 전달식의 참석자들
3시간 동안 진행된 한국 농기자재 전달식의 참석자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학교가 위치한 지역도시 델마스의 시장도 와서 비료 30포대를 기증하며 힘을 보탰다. 9학년(중3)까지 관장하는 기초교육부와 교육부 당국자가 와서 교육과정에서 학생의 농업 인식을 바꾸겠다고 했다.

농업토지개혁지방개발부 실무 자리로 가장 높은 사무차관급은 이참에 한국과 농업협력 양해각서(MOU)를 곧 마무리 짓겠다고 해 박수를 받았다.

거기에다 스와지족 왕족 음시카 응고마네 각하, 프리토리아 주재 외교관 가운데 20년 훌쩍 넘게 주재해 외교단장을 맡고 있는 베네 음포코 콩고민주공화국 대사와 브릴레네 치충게 범아프리카식량안보 대사까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축사하는 음포코 민주콩고 대사 겸 주남아공 외교단장
축사하는 음포코 민주콩고 대사 겸 주남아공 외교단장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민주콩고 대사는 21년 전 미국 농업기업 몬산토로부터 부지를 농업학교로 쓰도록 기증을 받아 산파 역할을 했다. 치충게 식량안보 대사는 여성 상업농으로 수도 프리토리아 동부에 자신의 농장을 갖고 있다면서 이번에 소 10마리를 기증하고 학교가 잘 하면 추가로 기증하겠다는 통 큰 기부를 약속했다.

지난해 '원(One) 아프리카 농업 혁신상'을 받은 그는 당초 영국에서 약학 박사까지 했으나 농업에 뛰어들어 여성 상업농으로서 롤 모델이 됐다.

이들은 한결같이 말만이 아닌 실제 '헌신'(committment)을 강조했다.

한가지 눈여겨볼 대목은 영농학교 학생들은 모두 토지에 대한 접근권이 있다는 것이다.

말루레케 CEO에 따르면 1996년부터 백인들이 과거 무단으로 점유한 토지를 흑인에게 불하했는데 농사짓는 기술이나 지식 없이 토지만 줬더니 상당수가 실패했다면서 훈련과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듯 아프리카에서 농부 한 명을 제대로 키우려면 학교, 지역사회, 금융권뿐 아니라 외교관까지 전방위로 포함될 수 있음을 이번 기증식은 잘 보여줬다.

활짝 웃는 한국 농기자재 전달식의 주요 연사들
활짝 웃는 한국 농기자재 전달식의 주요 연사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26일 부흘레 영농학교 농기자재 전달식에서 각자 축사와 격려사를 하거나 행사 진행을 맡은 사람들. 오른쪽부터 니코 말루레케 영농학교 최고경영자(CEO), 브릴레네 치충게 범아프리카식량안보 대사, 진윤석 KOAF그룹 사장 겸 경상북도 해외자문, 실무 진행을 맡은 부흘레 영농학교 관계자 삼무, 셀로 하탕 넬슨 만델라 재단 CEO, 음포코 주남아공 외교단장. 2021.8.28 sungjin@yna.co.kr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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