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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 질병·행동 문제 더 많을까…입양 가족에 물어보니[인턴액티브]

송고시간2021-09-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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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한 연예인이 최근 TV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초보 애견인은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유기견을 키워야 한다는 의도로 한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작년 만 20~64세 전국 성인 남녀 5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 4월 발표한 '2020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55.1%가 유기 동물 입양 때 가장 걱정되는 점으로 '질병, 행동 문제 등이 있을 것 같다'를 꼽았다.

이수정 연성대 반려동물과 학과장은 "반려동물은 사람의 손길로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며 살 수 있지만 유기라는 말 자체가 사람의 보살핌을 받지 못했음을 의미하므로 질병과 행동 문제를 연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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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최경림 인턴기자 = "전문가들은 강아지 키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유기견을 추천하지 않는다."

한 연예인이 최근 TV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초보 애견인은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유기견을 키워야 한다는 의도로 한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등은 유기 동물이 반려하기 어려운 동물이라는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지만, 일부 누리꾼은 초보 보호자가 상처받은 경험 있는 유기견을 키우기 어려울 것이라며 연예인 발언에 공감을 표했다.

유기견을 여러 차례 입양한 적 있는 유튜브 아이디 'G************'는 "강아지가 상처가 많아 오랜 시간 신경 쓰였던 것은 사실"이라며 "처음 (유기견을) 키우는 분들에게 버거울 수 있다"고 말했다.

고성유기견보호소 유기견 입양 전과 후 모습
고성유기견보호소 유기견 입양 전과 후 모습

[고성유기견보호소 및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유기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정부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작년 만 20~64세 전국 성인 남녀 5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 4월 발표한 '2020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55.1%가 유기 동물 입양 때 가장 걱정되는 점으로 '질병, 행동 문제 등이 있을 것 같다'를 꼽았다. '입양 방법이나 절차 등을 잘 모른다'(17.3%),'어린 동물을 키우고 싶은데, 유기 동물은 보통 성견이나 연령이 높은 경우가 많다'(13.8%) 등이 뒤를 이었다.

성인 절반 이상이 유기 동물 입양 때 질병과 행동 문제를 걱정하는 것은 내다 버려져 오랫동안 보호받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수정 연성대 반려동물과 학과장은 "반려동물은 사람의 손길로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며 살 수 있지만 유기라는 말 자체가 사람의 보살핌을 받지 못했음을 의미하므로 질병과 행동 문제를 연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유기견 입양자들 "초기 적응 어려울 수 있지만 보호자 교육하기 나름"

유기견을 처음 입양해 키워본 일부 초보 애견인들에게 질병과 행동 문제를 문의하자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입양된 유기견 일부가 환경 변화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보살핌을 통해 단기간에 상처를 치유하고 입양 가정에 적응했다는 반응이었다.

지난 7월 고성유기견보호소에서 처음으로 유기견을 입양한 유정원(가명·29)씨는 약 한 달간 반려견이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느라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입양 첫날 켄넬(반려견 이동가방)에서 나오기까지 약 3시간이 소요됐고 이틀간 집에서 조용히 웅크리고만 있었다. 쓰다듬으면 놀라기도 했지만 며칠간 반복적으로 쓰다듬자 차츰 안정감을 찾았다.

유씨는 "보호자로서 역할이 처음이라 산책 시간과 배변 훈련 등에서 어려움을 느꼈다"며 "유기견 행동에 문제가 있더라도 노력으로 바뀔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임지민씨 반려견 우비 입양 전과 후
임지민씨 반려견 우비 입양 전과 후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4월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에서 유기견 '우비'를 입양한 임지민(23)씨는 보호 시설에서 기운 없고 아파 보이는 모습에 걱정했지만 사람을 좋아하고 애교가 많아 생각보다 잘 적응했다고 전했다.

2018년 서울유기견입양센터에서 유기견을 입양한 노명선(48)씨도 배변 훈련이 어려웠지만, 교육을 통해 극복했다고 밝혔다.

노씨는 "본인에게 딱 맞는 반려견은 없고 (유기견이 아닌) 새끼를 데려와도 이 강아지가 나쁜 습관이 있을지 알 수 없다"며 "유기견이든 그렇지 않든 보호자가 교육하기 나름"이라고 말했다.

◇ 전문가 "최초 보호자 성향 관건…입양 가족 인내·포용력 필요"

안락사 위기에 처했다가 임시 보호 중인 유기 동물 모습
안락사 위기에 처했다가 임시 보호 중인 유기 동물 모습

[인스타그램 캡처 및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문가들은 유기견이 보호소에 입소한 이후 건강 상태 등을 관리받기 때문에 입양 시점에 건강, 행동 문제 등이 상당히 완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어릴 때 최초 보호자로부터 적절히 관리, 교육받지 못한 유기견은 입양 이후로도 치료와 훈련이 필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반려견을 처음 키워보거나 유기견 입양이 처음인 경우 임시 보호를 통해 오랜 기간 키울 수 있을지 고민해 보라고 당부했다.

김나연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는 "행동 문제의 경우 대개 보호자가 첫 적응 환경을 어떻게 조성했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수정 학과장은 "일부 유기 동물의 경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비교적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며 "보호자의 인내심과 동물 행동에 대한 포용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동물을 유기하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동물 판매를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 팀장은 "펫숍이나 마트 등에서 너무나 쉽게 동물을 물건처럼 살 수 있다"며 "한 생명을 충동적으로 데려올 수 있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youngrim2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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