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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사형 집행하면 한·EU FTA 파기되나

송고시간2021-09-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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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20개월 영아를 성폭행·살해한 20대 등 흉악범이 최근 잇따라 사회에 충격을 주면서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한국 정부가 사형을 집행하면 2015년 발효된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파기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인터넷상에서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2일 연합뉴스에 "우리나라가 사형을 집행하면 FTA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은 한·EU FTA 협정문 어디에도 없다"며 "협정문에 없는 내용을 근거로 FTA를 취소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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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악범 사형 집행 여론 고조 속 "한·EU FTA 취소된다" 주장

FTA 협정문에 '사형 금지' 내용 없어

EU, '사형 존치국' 분류 싱가포르·베트남과도 FTA 체결

'정인이 사건' 양부모 공판, 계속되는 시위
'정인이 사건' 양부모 공판, 계속되는 시위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양부모에게 학대를 당해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이 사건'의 증인신문이 열린 17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시민들이 시위하고 있다. 2021.2.17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20개월 영아를 성폭행·살해한 20대 등 흉악범이 최근 잇따라 사회에 충격을 주면서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가 사형을 집행하면 2015년 발효된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파기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인터넷상에서 나온다.

한국은 1997년 이후 24년 동안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국제사회에서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된다.

이와 관련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EU가 FTA를 체결할 때 사형을 집행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걸었고, 우리 정부도 사형 집행이 FTA 체결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라거나 "EU는 사형 집행국과는 FTA를 맺지 않겠다는 입장이라 FTA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등의 주장을 볼 수 있다.

유럽연합(EU) 깃발
유럽연합(EU) 깃발

[연합뉴스자료사진]

◇ FTA 협정문 '사형 금지' 내용 없어…유럽의회, 사형 중단 권고

한·EU FTA 협정문을 보면 한국이 사형을 집행하면 협정이 취소된다는 내용은 없다. 인터넷상 주장처럼 사형 집행 중단이 한국과 EU간 FTA 체결의 전제 조건은 아니었던 셈이다.

협정문 서문엔 "1945년 6월 26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서명된 유엔헌장과 1948년 12월 10일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세계인권선언에 대한 약속을 재확인한다"라는 인권 문제와 관련해 포괄적으로 합의한 내용이 포함됐을 뿐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2일 연합뉴스에 "우리나라가 사형을 집행하면 FTA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은 한·EU FTA 협정문 어디에도 없다"며 "협정문에 없는 내용을 근거로 FTA를 취소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협정문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우리 정부가 사형 집행이 EU와 FTA를 체결하는 데 도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는 보인다.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2010년 법무부가 연쇄살인범 유영철과 정남규(서울 서남부 연쇄살인 사건), 정성현(안양 초등생 납치살해 사건) 등 3명의 사형 집행을 검토했지만, 당시 청와대가 EU와 FTA 체결에 지장이 될 수 있다고 반대해 무산됐다고 한다.

같은 해 3월 유럽의회가 우리 헌법재판소의 사형제 합헌 결정을 비판하는 결의를 채택하면서 "한국은 국회가 사형제 폐지 법률을 승인할 때까지 모든 사형 집행을 중단하라"고 권고한 것을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

실제로 사형 집행이 EU와 FTA 체결에 걸림돌이 된 사례도 있다.

2007년부터 EU와 FTA 체결을 준비했던 인도는 사형 집행을 중단하라는 유럽의회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2013년 이후 협상이 중단됐다가 올해 5월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사형보다 사랑'
'사형보다 사랑'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사형제폐지 종교인권시민단체 연석회의가 29일 밤 '세계사형반대의날'을 맞아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담장에 사형제도 폐지의 염원을 담은 조명을 비추고 있다. 2019.11.29

◇ EU, '사형 존치국' 분류 싱가포르·베트남과 FTA 체결

인도와 같은 사례가 있지만 EU가 사형 존치국과 절대로 FTA를 맺지 않는 것은 아니어서 국제사회에서 통상 사형 존치국으로 분류되는 싱가포르, 베트남과 FTA를 체결했다.

2019년 EU와 FTA를 시행한 싱가포르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사형제도가 있는 디즈니랜드'라고 불릴 정도로 사형 집행이 빈번하게 이뤄졌다.

국제앰네스티는 싱가포르가 2013년 이후 공식적으로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다고 확인했으나 정부가 사형 집행을 완전히 배제했다고는 할 수 없다.

지난해 할리마 야콥 싱가포르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외국인 마약사범의 사형을 집행하려다 이틀 전 급하게 취소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또 2013년 이후 사형 집행이 한 건도 이뤄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더라도 싱가포르가 한국과 같은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실질적 사형 폐지국이 되려면 적어도 10년 이상 사형 집행을 중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EU와 FTA를 시행한 베트남도 대표적인 사형 존치국으로 지목된다.

공산주의 체제 국가인 베트남은 북한, 중국과 마찬가지로 사형과 관련된 자료를 국가 기밀로 분류해 공개하지 않아 사형수가 몇 명인지, 사형 집행 건수가 얼마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국제앰네스티는 비공식 조사를 통해 베트남을 여전히 대표적인 사형 존치국으로 분류한다.

이 단체의 '2020 연례 사형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은 지난해 9월 기준으로 1천743명이 주로 마약 관련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고, 2010∼2020년 사이 수차례 사형이 집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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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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