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소방본부 전 직협회장 극단 선택…동료 "직장 내 갑질 탓"(종합2보)
송고시간2021-09-06 16:37
"가족·어머니께 미안해" 유서…노조 "갑질 행위 고소장 낼 것"
대전소방본부 지난 4월 직협 활성화 등 개선안 내놓은 지 5개월 만
(대전=연합뉴스) 김준호 김준범 기자 = 올해 초 승진 비리 의혹으로 진통을 겪은 뒤 대전소방본부가 상생 조직문화를 위해 활성화하겠다던 직장협의회(이하 직협) 회장 출신 소방관이 직장 내 갑질 피해를 호소하다 휴직 중 극단적 선택을 했다.
대전소방본부가 지난 4월 갑질 행위 근절을 위한 소통창구와 직협 운영을 활성화하겠다는 조직문화 개선안을 발표한 지 5개월 만으로, 개선안이 구호에만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일 소방을 사랑하는 공무원노동조합(이하 노조)과 대전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께 집에서 의식을 잃은 채 있던 A(46)씨를 가족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A씨는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소방본부 상황실에서 근무하던 그는 소방본부의 조직문화 개선안 발표 뒤 직협 회장을 맡아 활동하다 지난 6월 병가를 내고 휴직 중이었다.
A씨는 A4 용지에 "누가 뭐라 해도 정의 하나만 보고 살았다, 가족·어머니 미안해요"라고 쓴 유서를 남겼다.
동료들은 "고인이 갑질 피해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배달 음식만 먹게 된 근무자들의 식사 방식 개선을 여러 차례 요구했는데,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갑질을 당했다는 것이다.
한 동료는 "간부가 퇴근하려는 직원들을 모아 놓고 A씨의 요구 사항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며 "일부 직원들이 A씨에게 퇴근도 못 하는 상황이라며 면박을 주고, 전화나 잘 받으라고 말해 A씨가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노조는 이날 오전 11시 빈소가 마련된 장례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인은 직장 내 정의를 세우기 위해 끝없이 투쟁했고, 본인이 당한 갑질에 따른 피해 구제를 여러 차례 요구했다"며 "소방본부는 이를 묵살하고 방관해 결국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또 "경찰에 고소장을 내고 직장 내 갑질을 엄정 수사하라고 촉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족 측도 "힘 있는 권력자가 하급자에게 부당한 지시를 내린 것"이라며 "개인의 일탈이 아닌, 일을 하던 중 안타깝게 생을 마쳐 순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방본부 측은 "현재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며 "확인되는 대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대전소방본부는 무단결근으로 물의를 일으킨 간부 자녀 등을 지난해 말 인사 때 승진시켜 논란이 일자 지난 4월 조직문화 개선안을 발표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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