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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왔어도 풍년가 대신 한숨만'…과수화상병에 타는 농심

송고시간2021-09-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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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농사꾼에게 흐뭇함과 풍성함을 안겨주는 추석이 찾아왔다.

농부들은 논과 밭, 과수원에서 한 해 동안 땀 흘려 기른 작물을 거두며 풍성한 기쁨을 누린다.

'과수 구제역'으로 불리는 화상병이 농장을 덮쳐 640여 그루의 사과나무를 뿌리째 모두 뽑아 땅에 묻어버린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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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주렁주렁 달렸던 과원은 '허허벌판'…빈손으로 맞는 한가위

화상병으로 폐허가 된 사과 농장
화상병으로 폐허가 된 사과 농장

[촬영 양지웅]

(전국종합=연합뉴스) "사과가 참 예쁘게 달렸었는데…, 추석 대목은 다른 사람 얘기 같네요."

농사꾼에게 흐뭇함과 풍성함을 안겨주는 추석이 찾아왔다. 농부들은 논과 밭, 과수원에서 한 해 동안 땀 흘려 기른 작물을 거두며 풍성한 기쁨을 누린다.

하지만 강원 원주시 귀래면 주포리에서 10년 넘게 사과를 키우던 윤승무(57)씨는 그 기쁨을 송두리째 뺏겨버렸다.

'과수 구제역'으로 불리는 화상병이 농장을 덮쳐 640여 그루의 사과나무를 뿌리째 모두 뽑아 땅에 묻어버린 까닭이다.

추석 연휴를 맞아 허허벌판으로 변해버린 농장을 멍하니 바라보던 윤씨는 답답함을 넘어 슬픔을 토로했다.

"사과가 주먹만큼 자랐어요. 봄부터 수분, 전지 작업까지 직접 다 했고 이제 약만 잘 치면서 가꾸면 됐는데 하늘이 원망스럽네요."

윤씨는 지난해 부사, 홍로 등 사과 18㎏들이 1천여 상자를 출하했다.

올해도 가지치기, 솎아내기 등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을 다 마치고 수확만 기다리던 터였다.

텅 빈 사과 저장고
텅 빈 사과 저장고

[촬영 양지웅]

윤씨는 올해가 가장 상품성 좋은 사과가 나올 때라고 설명했다.

"사과나무는 심은 지 7년은 지나야 먹을 만한 열매를 맺는데, 올해는 알이 크고 당도도 높을 것이라 기대했어요."

그는 지난 6월 나뭇잎들에 이상이 있음을 발견했다. 이파리가 끝에서부터 마르는 현상이었다.

증상이 다른 나무들로 점차 번지자 그는 농업기술센터로 신고했고, 곧 과수화상병 통보를 받았다.

과수화상병은 사과·배에 주로 피해를 주는 세균성 식물병이다. 병에 걸린 나무는 흑갈색 병반이 나타나면서 잎이 시들고, 줄기가 서서히 마르기 시작해 결국은 검게 변하면서 죽는다.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 발생 농장의 과수를 뿌리째 캐내 땅에 묻은 뒤 생석회 등으로 덮어 살균해야 한다.

결국 윤씨는 주먹만 한 사과를 주렁주렁 달고 있던 나무들을 모두 묻어버렸다.

올해 5천만원가량 거둘 것이라 기대했던 소득도 물거품으로 변했다.

추석을 맞아 그의 마음은 더 복잡하기만 하다.

화상병이 발생한 과원은 향후 3년간 사과나무를 심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떤 농사를 지어야 할지, 사과만큼 소득을 올릴 수 있을지 고민이 크다.

한숨만 가득
한숨만 가득

[촬영 양지웅]

이 같은 사정은 화상병이 할퀴고 간 전국 대다수 과원이 마찬가지다.

23년간 사과 농사를 지었던 충북 충주시 산척면 명서리의 이호덕(68)씨는 추석을 앞두고 허탈한 마음을 금치 못하고 있다.

2년 전까지 이맘때면 추석 차례용 홍로 사과 막바지 출하에 여념이 없을 때지만, 지금은 과수원에 콩, 들깨, 고구마가 심겼다.

이씨도 지난해 충주 사과밭을 강타한 과수화상병을 피하지 못했다.

애지중지 재배했던 홍로·부사 품종의 12∼14년생 사과나무 900그루를 모두 땅에 묻었다.

이씨는 "예전 같으면 가장 분주할 땐데 화상병에 걸려 사과나무를 모두 매몰한 농민들은 한가하게 손을 놓고 있다"며 "추석을 앞두고 별다른 농업 소득을 올리지 못해 막막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과수화상병 확진 사과나무 매몰 작업
과수화상병 확진 사과나무 매몰 작업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내 사과 주산지인 경북에서는 지난 6월 안동에서 도내 처음으로 과수화상병이 발생했다.

안동 길안면 한 사과 농장에서 지난 6월 4일 처음으로 과수화상병이 발생해 안동 11곳 농가에서 피해가 났으며 같은 달 23일에는 안동과 붙어 있는 영주 부석면 한 사과 농가에서도 확진 사례가 나왔다.

안동시 길안·임하·일직면과 영주시 부석면 12곳 농가 5.98㏊를 매몰했다.

다행히 이후에는 과수화상병이 확산하지 않았다.

충남에서는 올해 152곳 농가에서 사과·배 재배지 73.86ha가 화상병 피해를 봤다.

지난해 피해면적인 25.7ha와 비교하면 급격히 늘었다.

올해 도내에서 가장 피해가 컸던 지역은 천안이다. 배·사과 농장 114곳, 45.63ha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해 모두 매몰 작업을 마쳤다.

과수화상병 확진에 매몰되는 사과나무
과수화상병 확진에 매몰되는 사과나무

[연합뉴스 자료사진]

충남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화상병은 세균성 병으로 조기 발견이 어렵고 치료제가 없어 신속한 진단과 매몰이 중요하다"며 "제때 방제를 하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수 있기 때문에 적기에 방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초부터 이달 18일까지 전국 561곳 과수 농가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해 254.6㏊의 피해가 발생했다.

충북이 94.3㏊로 피해가 가장 컸고, 경기 76.6㏊, 충남 74.8㏊, 경북 7.1㏊, 강원 1.7㏊ 등으로 뒤를 이었다.

과수화상병 증상
과수화상병 증상

[강원도농업기술원 제공=연합뉴스]

(박재천 이승형 양영석 이은중 양지웅 기자)

yang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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