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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동행] 내륙 복판에서 '고래마을' 가꾸는 또순이 이장

송고시간2021-10-0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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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충북 옥천에는 '고래마을'로 불리는 곳이 있다.

사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내륙 복판의 이 마을에는 고래가 살지 않지만 앙증맞은 고래상이 마을 초입에서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 마을이 고래마을로 불리게 된 것은 귀농인 송경숙(53)씨가 2014년 1월 이장을 맡으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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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옥천 장찬리 송경숙씨 8년째 이장 맡으며 변신 이끌어

조소 전공 살려 산골 미술품 전시, 장터·축제 수익금 기부

(옥천=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충북 옥천에는 '고래마을'로 불리는 곳이 있다. 1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이원면 장찬리이다.

고래마을 장찬리
고래마을 장찬리

[촬영 심규석 기자]

술 많이 마시는 '술고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방 구들장 아래 연기가 나가는 길인 '고래'를 뜻하는 것도 아니다.

바다에 사는 고래에서 따온 마을 이름이다.

사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내륙 복판의 이 마을에는 고래가 살지 않지만 앙증맞은 고래상이 마을 초입에서 방문객을 맞이한다. 마을 한복판에도 돌고래 모형이 놓여 있다.

이 마을이 고래마을로 불리게 된 것은 귀농인 송경숙(53)씨가 2014년 1월 이장을 맡으면서다.

장찬리 이장을 맡고 있는 송경숙씨
장찬리 이장을 맡고 있는 송경숙씨

[촬영 심규석 기자]

충남 당진서 태어난 송 이장은 홀로 계신 어머니를 모시겠다는 남편을 따라 2013년 가을 이곳으로 왔다.

장찬리 마을 대부분은 1979년 장찬저수지가 조성되면서 수몰됐다. 2013년 4대강 사업으로 둑 높이기가 추진되면서 5가구가 또다시 물에 잠겼다.

지금은 12가구가 옹기종기 남아 있을 뿐이다.

상공에서 본 이 저수지의 모습은 흡사 낚싯줄에 걸린 고래를 빼닮았다.

고래 형상의 장찬저수지
고래 형상의 장찬저수지

[다음 지도 캡처]

장찬저수지의 아름다운 모습에 매료된 송 이장은 그 때부터 '고래마을'이라는 애칭을 만들어 외지에 알리면서 변화를 모색해 왔다.

주민 대부분이 80대 어른신들로 구성된 이 마을에서 송 이장은 각종 개발 아이디어를 짜내는 '싱크탱크'가 됐다.

그는 "자연 자원을 활용해 전국에서 살기 좋은 농촌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송 이장은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한 예술인이다. 이 재능을 고래마을 가꾸기에 쏟아붓고 있다.

그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때는 2017년 6월이다.

젊은 사람들이 정착할 수 있는 힐링마을, 외지인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를 만드는 게 그의 꿈이다.

그래서 시작한 게 마을 가꾸기다.

주민들과 함께 나무를 잘라 마을을 알리는 고래 형태의 안내판을 만들어 세웠다.

마을 안내판
마을 안내판

[촬영 심규석 기자]

마을 초입 굴다리에도 알록달록한 꽃과 환하게 웃는 행복한 가족의 모습이 담긴 벽화를 직접 그렸다. 이 벽화에는 페인트를 사는 데 도움을 준 주민들의 이름도 적혀 있다.

송 이장은 옥천군의 지원을 받아 저수지 주변 데크를 중심으로 꽃길을 조성하고 가로등도 설치했다.

2018년 10월에는 농특산물 전시·판매 문화공간인 '장찬 고래마을 장터'가 개장했다. 송 이장은 이곳도 관리하고 있다.

이곳은 39㎡의 자그마한 공간인데, 마을 주민들이 직접 만든 그릇이나 화분, 토우와 농산물도 팔고 있다.

국비와 지방비를 지원받아 이곳에 전기가마도 설치했다.

고래마을 장터 내 찰흙작품을 보여주는 송경숙 이장
고래마을 장터 내 찰흙작품을 보여주는 송경숙 이장

[촬영 심규석 기자]

마을 수익을 창출하는 공간인 동시에 어르신들이 모여 너스레를 풀어 놓는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송 이장은 "어르신들이 찰흙으로 토우를 만들 때면 재능을 뒤늦게 발견한 어린아이처럼 기뻐한다"며 "이달에는 경매 행사를 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2019년 4월에는 주민 주도로 '고래고래축제'가 열렸다. 마을이 이쁘게 변했다고 고래고래 소리 질러 보자는 취지에서 이렇게 이름 지어졌다.

이때 송 이장은 고맙다는 말을 자주 하는 95세 어르신에게 '스마일상', 토기를 잘 만드는 85세 어르신에게 '요렁요렁 예술상'을 줬다. 부상으로는 호미나 고구마가 전달됐다.

주민들이 기른 도라지와 콩, 버섯 등을 파는 농산물장터도 함께 열렸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난해 확산하며 아쉽게도 중단됐다.

어르신들이 만든 토우
어르신들이 만든 토우

[촬영 심규석 기자]

올해 5월부터는 매달 넷째 주 일요일 프리마켓을 열고 있다.

주민들이 농사지은 채소는 물론 부침개와 호떡 등 다양한 먹거리가 판매된다.

송 이장은 장찬 고래마을 장터와 프리마켓에서 나온 수익금을 마을주민 명의로 이원사랑장학회과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 꼬박꼬박 기부하고 있다.

주말과 휴일에는 그가 운영하는 카페인 '소나무 갤러리' 한편에서 이 마을 주민 등으로 구성된 돌핀스밴드가 호떡을 판다. 판매금은 마을 발전사업에 투입되고 있다.

올해에는 지방비 3억원이 투입되는 '풍경 있는 농촌마을 사업'에도 선정됐다.

그는 이 사업비로 장찬저수지를 휘돌아 감은 데크 길을 300m가량 연장하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데크길 연장 계획 설명하는 송경숙 이장
데크길 연장 계획 설명하는 송경숙 이장

[촬영 심규석 기자]

이 사업이 끝나면 '다시 찾고 싶은 농촌'이 조성될 것으로 송 이장은 기대하고 있다.

그는 마을주민들이 배우로 나서는 연극도 준비 중이다. 고래가 살지 않는 마을이 왜 고래마을로 불리는지를 홍보하자는 취지에서다.

송 이장은 "이장의 역할은 면장과 주민을 연결하는 것이지만 그것에 만족하면 마을에 생기가 돌 수 없다"며 "고래마을을 화합과 봉사로 나눔을 실천하는 힐링마을로 가꾸겠다"고 말했다.

k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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