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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마약] ③ 고립감에…미성년 사범도 3배 늘었다

송고시간2021-10-1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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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전문가들은 이미 증가추세에 있던 청년층의 마약 복용이 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으로 인해 더욱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활동 기회의 박탈과 사회적 단절감이 청년들을 마약 중독으로 더 떠밀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마약 범죄가 20·30대뿐만 아니라 10대 청소년 사이에서도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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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10대 마약사범 277명…"중고교 교실까지 침투"

(서울=연합뉴스) 윤우성 기자 = 20대 후반의 대학생 A씨는 지난달 3일 열린 2심 재판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그에게 보호관찰과 40시간의 약물치료 강의 수강도 함께 명령했다.

A씨가 받은 혐의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대마). 중·고교를 외국에서 유학하며 대마를 처음 접했던 A씨는 한국에 돌아온 뒤인 2015년 주변 유학생을 통해 대마를 구해 피우다가 적발돼 기소유예 처분을 받기도 했다.

기소유예 처분 이후 마약을 끊은 듯했던 A씨는 5년이 지난 작년 10월 온라인에서 만난 대마 판매상한테 비트코인을 주고 대마 2g을 구매했다가 붙잡혔다. 법정에서 A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집에만 있다 보니 우울감에 대마를 구해 피웠다. 다시는 마약을 하지 않겠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A씨는 코로나19 장기 유행에서 비롯되는 '코로나 블루'를 마약으로 도피하려는 청년의 전형적 사례다.

코로나19로 인한 청년층의 사회 단절감
코로나19로 인한 청년층의 사회 단절감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전문가들은 이미 증가추세에 있던 청년층의 마약 복용이 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으로 인해 더욱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활동 기회의 박탈과 사회적 단절감이 청년들을 마약 중독으로 더 떠밀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마약 범죄가 20·30대뿐만 아니라 10대 청소년 사이에서도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 코로나19로 인한 단절감에…"도피처로 마약 선택"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단속된 마약사범 7천565명 중 무려 61.6%에 달하는 4천658명이 10∼30대로 나타났다. 지난해는 같은 시기 단속된 마약사범 6천954명 중 46.9%만이 10∼30대였다. 불과 1년 사이 10∼30대의 비중이 14.7% 포인트나 증가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6월과 올해 1월 사이에는 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이라는 변수가 있었다. 지난해 1월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후 일일 확진자 수는 같은 해 2∼3월 대구 신천지교회발 집단감염 사태를 제외하면 상반기 내내 비교적 안정적으로 200명 이하를 유지했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8월 중순부터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폭증하기 시작하고, 고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시행됐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과 청년층의 마약 사용률 증가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말한다.

마약류 중독자의 입원·치료를 하는 인천참사랑병원의 천영훈 원장은 "건강한 사회적 활동을 통해 얻는 즐거움이 코로나19로 인해 상당히 봉쇄된 상황에서 방 안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가성비 높은 쾌락이 바로 마약인 셈"이라며 "2019년에는 약 350명 수준이던 외래 환자가 지난해에는 약 700명까지 늘어났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미래에 대한 불안이 크고, 현실에서 갈등과 고민이 많은 사람이 도피처로 마약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증대된 사회 전체적 우울감·불안감 등이 마약 취약층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마약 탐지 업무 중인 관세청 마약탐지견
마약 탐지 업무 중인 관세청 마약탐지견

[촬영 문혜원 인턴기자]

일부 전문가는 해외에서 마약을 경험한 뒤 코로나19로 인해 귀국하는 유학생이 늘면서 마약류 소비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술계에 종사하는 20대 남성 B씨는 "함께 해외에서 유학한 친구들과 놀 때 대마초를 하면 기분이 좋아서 대마를 복용하기도 했다"며 "그들 중 여전히 대마를 구해 피우는 이들도 있다"고 털어놨다.

천 원장은 "해외에서는 대마초 같은 소위 '연성 마약(soft drugs)' 중 일부가 합법이기 때문에 마약에 대한 청년층의 전반적 감수성이 많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 "마약에 대한 경험이 다양한 유학생들이 돌아와 한국에서도 마약을 찾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등교 중지·스크린타임 증가에…청소년까지 마약 노출

코로나19 확산 속 사회적 단절로 인한 사회적 취약계층의 마약 중독 확산은 비단 청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고등학생 교실까지 마약이 침투하고 있다.

올해 1∼6월 마약 사범으로 붙잡힌 7천565명 중 3.7%에 해당하는 277명이 10대 청소년들이었다. 비율상으론 그다지 높지 않아 보이지만, 문제는 그 어느 연령대보다도 증가세가 가파르다는 점이다. 지난해 1∼6월 검거된 10대 마약사범은 108명으로 올해 검거된 숫자의 약 1/3 정도였다.

지난해 동기 대비 올해 상반기 10∼30대 마약사범 비중 증가 폭
지난해 동기 대비 올해 상반기 10∼30대 마약사범 비중 증가 폭

[제작 문혜원 인턴기자]

지난 9월 경남·부산 일대에서는 고등학생 42명이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패치를 불법 처방받아 공원·상가, 심지어는 학교 등에서 투약하다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천 원장은 "실제로 코로나19가 본격화한 이후 병원에 내원하는 마약 사용 연령층이 더욱 젊어진 것은 물론, 등교 등이 어려워지자 마약을 구해 어딘가에 숨어 복용하다 병원에 내원하는 10대 환자가 늘었다"고 전했다.

이범진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연구소장도 "코로나19로 인해 SNS 등 언택트 환경이 조성되고 스크린 타임이 늘면서 젊은 층이 답답함의 출구로 마약류에 노출될 확률이 훨씬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653@yna.co.kr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TKY8i-7lfF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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