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연합시론] 세모녀 살해범에 무기징역, 스토킹 범죄 엄단 계기 돼야

송고시간2021-10-12 14:44

beta
세 줄 요약

스토킹해온 여성을 포함해 세 모녀를 차례대로 살해한 김태현(25)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는 12일 살인ㆍ절도ㆍ특수주거침입 등 5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태현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가족을 살해한 범행이 우발적으로 일어났다고 보이지 않는다. 동생과 어머니는 피고인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들인데도 스토킹 여성에 대한 범행을 위한 수단으로 살해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동생은 영문도 모른 채 1시간 동안 고통에 시달리다가 살해당했고 어머니는 자신의 딸이 살해당할 것을 예견한 상태에서 부모로서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절망감 속에 숨을 거뒀을 것"이라면서 피고인의 극단적인 인명 경시 성향을 질타했다.

요약 정보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줄인 '세 줄 요약' 기술을 사용합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사 본문과 함께 읽어야 합니다. 제공 = 연합뉴스&이스트에이드®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서울=연합뉴스) 스토킹해온 여성을 포함해 세 모녀를 차례대로 살해한 김태현(25)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는 12일 살인ㆍ절도ㆍ특수주거침입 등 5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태현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가족을 살해한 범행이 우발적으로 일어났다고 보이지 않는다. 동생과 어머니는 피고인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들인데도 스토킹 여성에 대한 범행을 위한 수단으로 살해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동생은 영문도 모른 채 1시간 동안 고통에 시달리다가 살해당했고 어머니는 자신의 딸이 살해당할 것을 예견한 상태에서 부모로서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절망감 속에 숨을 거뒀을 것"이라면서 피고인의 극단적인 인명 경시 성향을 질타했다. 검찰은 앞서 결심 공판에서 "극형 외에는 다른 형을 고려할 여지가 없다"며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스토킹 여성 외에 여동생과 모친 등 가족 2명에 대한 살인을 피고인이 미리 계획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검찰은 범행 당일 피고인이 피해자의 주거지를 퇴근 몇 시간 전 찾아온 점, 여동생의 급소를 찔러 살해한 점, 뒤늦게 귀가한 모친을 살해한 점 등을 들어 3명 모두에 대한 살인을 계획했다고 판단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스토킹 여성 외에 다른 가족 구성을 미리 알지 못했고 여동생은 제압만 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가족을 살해한 범행이 우발적이라는 변호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대체로 인정하고 있고 도주하지 않은 점과 "다른 중대 사건과 양형 형평성을 고려하면 사형을 정당화할 특별하고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스토킹 여성 이외에 가족 2명을 살해한 행위에 계획성이 있었는지 여부는 법적으로는 따져볼 일이지만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는 쉽게 와닿지 않는다. 그보다는 우리 사회의 인명 경시 풍조와 주변에 흔히 있는 스토킹이 일가족 3명 살해 범죄로 이어졌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적이다. 범행 과정을 살펴보면 어떻게 인간이 저리도 끔찍한 범행을 생각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는지 혀를 내두르게 한다. 김태현은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여성이 연락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스토킹을 해오다가 지난 3월23일 서울 노원구 아파트로 그녀를 찾아갔다. 그곳에서 자신이 스토킹해온 여성과 그 여성의 여동생, 모친 등 3명을 차례로 살해했다. 범인은 다니던 직장에 휴가를 낸 뒤 흉기를 준비하고 퀵서비스 직원처럼 보이려고 박스까지 준비하는 등 범행을 계획했다. 세 모녀를 살해한 뒤에는 범행 장소에 머물며 컴퓨터와 스토킹 피해 여성의 휴대전화로 SNS에 접속해 자신과의 대화와 친구목록을 삭제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번 사건은 스토킹을 '지나친 집착'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겨온 우리 사회에 범죄의 심각성을 일깨워준 계기가 됐다. 스토킹은 피해자의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불가능하게 하는 중차대한 범죄다. 그 악랄함으로 인해 '영혼을 파괴하는 범죄', '살인의 전조'라고 불릴 정도다. 실제 살인사건의 30%가 스토킹과 연관이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피해자들의 대다수는 스토킹 당한 뒤 심각한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자살에 이르기도 한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스토킹을 직접 겪거나 목격한 여성 40명을 대상으로 최근 설문 조사한 결과, 피해에 대응하기 어려웠던 이유로 '가해자를 자극해 상황이 더 심각해질까봐', '대응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라는 응답이 대다수였다. '대응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라는 응답은 주로 수사기관과 제도에 대한 불신이 깔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상당수 스토킹 피해자들은 경찰 등 수사기관으로부터 "직접적인 물리적 피해가 없으면 도움을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어야만 했다. 스토킹을 호소해도 보호를 받지 못했고, 기껏해야 가해자에 대해 경범죄처벌법 적용이 고작이었다. 다행히 스토킹에 대해 최대 징역 5년 이하의 처벌을 받도록 하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4월 제정돼 오는 2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법안이 최초 발의된 지 22년 만의 결실이다. 이 법이 제대로 뿌리 내려 스토킹 범죄를 근절하는 기회로 만드는 것은 수사기관, 사법부, 나아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남겨진 과제다.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